일상적인 것에서 찾아낸 세계를 변화시킨 역사

(시사매거진_이은진 기자) 신간 소개

"1824년 포목상인 피에르 파리소가 상점을 열고 기성복을 팔기 시작했다. 폭넓은 고객층을 상대로 한곳에 서 옷을 만들고 판매까지 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이었다.
파리소가 창업한 기성복 상점은 곧 프랑스 곳곳에 분점을 내는 동시에 봉마르셰 등의 백화점에 입점하게 된다. 이런 남성용 기성복은 아주 최고급은 아닐지라도 그 이전까지 양복을 맞춰 입었던 계층과, 중고의류에 만족해야 했던 계층 모두를 고객으로 확 보했다. 특히 기성복을 사 입음으로써 평생 처음으로 새 옷을 구매하게 된 사람들은 ‘소비의 진정한 행복 감’을 맛보았다. 사실 이런 기성복은 상류사회 사람들의 복장을 저렴한 버전으로 모방한 것이었다. 이제 하급 공무원들, 다소 독립적인 소상인들, 자유업의 보조원들, 산업이나 상업 분야의 고용인들, 유복한 수공 업자나 노동자들, 즉 중간계급에 속한 집단들이 ‘대량으로 복제된 명품’의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양복의 탄생—부르주아 이데올로기와 기성복 산업의 출현〉중에서

소비의 이면에 숨겨진 수많은 얼굴들
‘소비’에 대한 통념을 벗어 던지고 ‘호모콘수무스’를 재발견하다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 쓰는 행위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물건에 대한 상상력과 관계 맺기, 이 데올로기, 구별 짓기 같은 사회적 이미지나 상징 등 비물질적 요소를 포함하며, 소비를 촉진하는 다양한 장치들 즉, 판매나 마케팅, 광고 등을 포괄하기도 한다. 또한 오늘날의 소비는 소비자의 욕 구와 쇼핑 행위, 소비 공간, 낭비와 재활용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졌다. 《소비의 역사》는 욕망과 쾌락, 사치와 방탕이라는 도덕적 통념을 벗어나 ‘소비’가 포괄하는 다양한 요소와 함께 ‘소비 하는 인간’의 역사를 살피고 있다.  근대 이후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 발명품에서부터 옷과 화장품 같은 패션용품, 책과 같은 인쇄매체, 유럽 상류층의 사치품 등 문화적 삶을 이끌어온 각종 상품의 역사를 살피며, 자세한 사례를 통해 근대 소비혁명과 소비자의 탄생, 사치논쟁, 과시 적 소비 등 소비를 둘러싼 개념과 논의들을 소개한다. 또한 온 동네를 돌아다닌 돌팔이 약장수부터 원조 화장품 아줌마 에이본 레이디의 방문판매, 최초 로 대량판매와 할부제를 도입한 싱어사의 재봉틀, 소비 생활을 변화시킨 백화점과 쇼핑몰, 그리고 홈쇼핑까지 소비자를 유혹하는 판매 방식과 소비 공간의 기원과 변화를 추적한다. 더불어 백색신화 를 전파한 비누, 제국주의적 편견이 담긴 트레이드 카드 등으로 상품에 담긴 식민성을, 노예제 폐 지의 일환으로 일어난 설탕거부운동과 흑인들의 불매운동, 미국의 국산품애용운동을 통해 소비의 이면에 숨겨진 저항과 연대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그 외에도 수집 논쟁, 병적 도벽, 성형 소비, 노 년층의 소비 문제 등 주변부에 놓인 소비 행위에 대해서도 살핀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오늘날 소비에 대한 문제의식과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 소비의 역 사를 통해 오늘날 소비의 세계에 수동적으로 포섭된 현대인의 가면을 벗고 진정한 ‘호모 콘수무스’ 를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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