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본질을 흔드는 심리스릴러

(시사매거진_이은진 기자) 신간 소개

"눈물이 다시금 솟았다. 내 안에 바닥없는 눈물샘이 있는 것 같았고, 나는 깊게 숨을 들이켜서 그것을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이 일이 힘들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감정을 억눌러야 한다. 최소한 루이즈는 안 된다고 말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녀는 선량한 마음을 가졌으니까. 그녀는 좋은 사람이다. 내 이야기를 하고 그를 집에 보내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도 취했겠지. 취하면 자제력을 잃기가 쉽다. 우리 모두 그 정도의 죄는 저지른다. 그녀가 그와 잤다는 건 정말 싫고, 거기에 내가 이렇게 상처받는다는 사실도 싫지만, 그래도 그녀를 탓할 수는 없다. 그녀는 나를 만나기 전에 그를 먼저 만났고, 욕망에 이미 불이 지펴진 상태니까." - 본문 164쪽

환상적인 남자에게 유혹 당했는데 알고 보니 그가 새로운 상사

홀로 아이를 키우며 병원에서 파트타임 비서 일을 하는 루이즈는 어느 날 바에서 환상적인 남자를 만나 잠깐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루이즈는 이틀 후 마음을 사로잡았던 낯선 남자를 사무실에서 만나게 된다. 데이비드 마틴이라는 이름의 그 남자는 자신의 새로운 직장 상사일뿐만 아니라 이미 결혼까지 한 유부남이었다. 상상 속에만 존재할 줄 알았던 이상형의 남자에게 반한 루이즈는 오랜만에 느낀 이 특별한 감정과 이루어질 수 없는 좌절감에 어쩔 줄 모른다.

씁쓸한 마음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루이즈는 우연히 조각처럼 아름다운 데이비드의 아내 아델을 만나게 된다. 마음에 두었던 남자의 아내와 친하게 지내도 되는 걸까 고민도 해봤지만, 루이즈는 이미 아델에게 깊은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루이즈는 데이비드와 아델 모두와 점차 가까워지면서 이 멋진 부부 사이에 뭔가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데이비드는 왜 쉴 새 없이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많은 약을 먹게 하는 걸까? 데이비드는 왜 그렇게 완벽해 보이는 아델에게 고압적일까? 아델의 눈에 생긴 멍은 누구 때문일까? 한 순간에 반한 남자였는데 아델을 통해 듣는 데이비드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급기야 루이스는 자신이 아델을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괴로워하는 아델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그녀와 아주 절친한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델이 어린 시절부터 밤마다 찾아오는 악몽에게 시달리던 자신의 가장 큰 고통을 덜어 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소설은 루이즈와 아델의 우정이 깊어짐과 동시에 루이즈와 데이비드의 만남이 지속되면서 점차 긴장감이 고조된다. 아델과 데이비드, 루이즈 중에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또 누구일까? 세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질투와 욕망이 무서운 독이 되어 벌어진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독자들이 모든 걸 파악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작가는 가장 강력한 한방을 날릴 것이다.

“비밀은 셋 중 둘이 죽었을 때에만 지킬 수 있다.”라는 벤저민 프랭클린 의미심장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책을 한 번 펼치면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탄탄한 구성의 심리 스릴러이다. 비밀이 밝혀지는 가장 마지막 부분이 그야말로 압권. 진실은 한 가지인데 누구의 입을 통해 말로 전달되느냐에 따라, 각자의 입장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영국의 촉망받는 스릴러 작가로 떠오른 사라 핀보로의 첫 번째 성인용 스릴러로 전 세계 22개국 이상에 판권을 판매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공포물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스티븐 킹의 열혈한 팬이다. 그가 자신의 트위터를 팔로잉한 날을 “내 평생 아마 최고의 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에 대한 스티븐 킹의 극찬은 그녀가 원하던 바를 이루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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