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명의 작가 및 전문가 들의 탁월한 글과 철저한 자료 조사, 섬세한 제작을 통해 탄생한 아름다운 책

(시사매거진_이은진 기자) 문학으로의 모험

"시인은 상상의 풍경을 이용해 자기 영웅이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그 현실이란 집에서 떠나는 순간부터 이미 확실한 것이었으며, 말하기는 쉬워도 행하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이 시의 결말에서 독자는 이미 친숙해진 도시 우루크로 돌아간다. 그곳의 성벽 안에서 관찰자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을 볼 수 있고, 비록 개인은 소멸해도 종족은 영원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간단한 진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길가메시는 우선 이국적이고 상상적인 장소에 가서 지혜를 얻어야 했던 것이다."

고대에서 시작된 여정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기리기 위해 집필된 에드먼스 스펜서의 서사시 『선녀 여왕』을 거쳐, 산업혁명에서 대두한 테마들을 고딕 환상소설의 형식에 담은 H. G. 웰스의 『타임머신』, 더글러스 애덤스의 스페이스 오페라 환상극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마거릿 애트우드의 페미니스트 디스토피아 소설 『시녀 이야기』로 이어진다.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나긴 여정이지만, 『오즈의 마법사』의 삽화가 W. W. 덴슬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존 테니얼, 『니벨룽의 반지』『피터팬』의 아서 래컴 등 유명 화가들의 초판본 삽화와 저자가 직접 그린 지도와 필사본 등 희귀한 도판 등이 페이지마다 지루할 틈 없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2페이지 또는 4페이지에 걸친 작품 소개에는 공통적으로 집필의 동기나 출간 당시의 사회적 배경, 창작과 연관되는 작가의 생애, 영향을 미친 철학 사조 등의 세부 사항이 두루 포함되어 있다. 허락된 지면에 방대한 자료를 압축해 담고 있으면서도, 백과사전 방식의 전형적인 서술처럼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엄정하고 명료한 분석과 노련한 필치는 다양한 비평적 견해를 위한 사료적 가치로서의 의의를 더한다.

에메랄드 길이 펼쳐진 마법의 나라 오즈, 걸리버가 곤경을 겪었던 소인국, 어린 왕자와 그가 사랑한 한 송이의 꽃이 있는 소행성 B612, 용과 호빗이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미들어스, 사자 아슬란이 통치하는 나라 나니아, 어린 고아 해리 포터가 어엿한 마법사로 성장하는 학교 호그와트……. 인류를 오랫동안 매료시켜온 이야기에는 놀랍고 기이한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상만큼이나 더 현실적이고 생생한 세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세계들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며, 만나보지 못한 주인공에게 친밀감과 애정을 느끼게 하고 현실에서라면 불가능한 자연 법칙과 마법 등의 사건도 무리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 그리고 그 생생한 경험은 우리에게 영원히 끝나지 않는 꿈과 환상을 선물한다. 이 책은 이러한 상상의 땅들이 고대의 신화와 전설부터 현대적 양식의 소설 및 영화, 만화에 이르기까지 사회 정치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발휘하며 이어져 내려왔는지 살펴보고, 인류 문화 및 역사를 관통하여 흐르는 그 상상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문학으로의 모험』은 독자가 아직 읽지 않은 생소한 작품에 흥미를 주어 새로운 독서 목록을 작성하게 하고, 이미 읽은 책일 경우에는 가상 세계를 속속들이 답사하고 재평가하는 여정을 제시해준다. 인간 상상력의 놀라운 힘에 대한 찬사에 다름 아닌 이 책은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마법의 영토로 인도하는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제1장 고대의 신화와 전설

신화와 우화, 민담에 뿌리를 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들을 살펴본다. 고대 영어로 작성된 가장 오래된 현존 서사시『베오울프』와 게르만 신화의 원전으로 불리는『산문 에다』 등 북유럽 신화를 보존한 이야기들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톨킨의『시구르드와 구드룬의 전설』, 닐 게이먼의 『신들의 전쟁』 등으로 이어진다. 또한, 『선녀 여왕』과 『신곡』의 도덕적 가르침과 오비디우스의 신들이 벌이는 부도덕한 사랑, 맬러리가 전한 아서 왕 시대 기사들의 용기, 『서유기』 속 현장이 견지한 확고부동한 신앙 등은 여러 세기의 간극을 뛰어넘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제2장 과학과 낭만주의

18세기부터 20세기는 과학의 기적적인 발전과 아울러 불안함과 공포가 뒤따른 시기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비롯해 이후 지속적으로 발표된 교훈적 유토피아의 하나로서 문학적 경이 세계를 살펴본다. 빅토리아 시대 사회의 전통에 대한 도발적인 풍자인 동시에, 기계의 대두에 관한 뛰어난 통찰을 담은 새뮤얼 버틀러의『에레혼』, 시간 여행 기계의 개념을 대중화한 웰스의 『타임머신』, 평면나라라는 경직된 위계질서와 사회구조를 통해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규범을 풍자한 에드윈 A. 애벗의 『평면나라』 등이 제시된다.

제3장 환상소설의 황금기

20세기 전반부인 이른바 환상소설의 ‘황금기’에는, 인간이 자연계와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뿌리 깊은 삶의 방식이 흔들리고 파괴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환상소설들은『반지의 제왕』부터 나니아 연대기에 이르기까지 기계와 시장경제가 우리 삶을 규정하기 이전에 존재했던 이상화된 세계를 예찬한다. J. M. 배리와 토베 얀손은 아르카디아적 목가에 대한 열망과 울적한 탄식이 깃든 작품을 집필했다.

제4장 새로운 세계 질서

1946년부터 1980년에 이르는 20세기 후반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 및 이후의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페미니즘 및 포스트모더니즘 글쓰기를 시도한 환상문학들이 소개된다. 어슐러 K. 르 귄, 커트 보니것,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새뮤얼 R. 딜레이니, 옥타비아 E. 버틀러 등이 고안한 경이 세계는 유럽 문화의 지고성, 현대 전쟁, 소설, 성性, 인종에 관련된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가정들에 의문을 제기한다.

제5장 컴퓨터 시대

오늘날 수많은 경이 세계들은 그래픽 노블리스트와 영화 제작자와 비디오게임으로 확대되어 나타난다. 이들은 닐 게이먼의 기념비적 만화 ‘샌드맨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한다. 또한, 살만 루슈디, 무라카미 하루키, 응네디 오코라포르 같은 소설가들은 과학소설과 환상소설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각자의 모국에 관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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