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체보 씨네 식료품 가게
상태바
만체보 씨네 식료품 가게
  • 이은진 기자
  • 승인 2017.10.30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리 뒷골목 그림자 속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미스터리 이야기

(시사매거진_이은진 기자) 신간소개

“부인, 혹시 벨리비에 씨를 기다리고 계신가요?”
그의 말투는 정중했고 굳이 대답이 필요하지 않은 듯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무슨 암호 같았다. 사사로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남자는 생각을 바꿀 시간을 주겠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뭔가 머릿속을 스쳐 갔다. 나는 두려움과 매력을 동시에 느꼈다. 나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손은 아주 살짝만 움직였다. 남자는 조금 놀란 것 같았지만 바로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에게 속삭였다.
“사실 제가 벨리비에 씨를 기다리고 있어요." - 본문 23~24쪽 중

▶프랑스 파리, 바티뇰 대로 73번지에는 작은 식료품 가게가 있다.
관광객들은 대개 이곳을 ‘아랍인 가게’라고 부른다. 주인인 만체보가 아랍계인 까닭이다. 그는 이 별칭을 좋아하지 않지만 입을 꾹 다물고 만다. 어차피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하루를 보람차게 일하고 나면 위층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저녁식사가 준비되었다는 신호다.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일하지만 만체보는 만족스럽다.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 튀니지를 떠나온 30년전의 결정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비오는 밤, 셔터가 내려진 가게 문을 절박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거지로 문을 열게 한 손님은 온통 검정 옷을 입은 처음 보는 여자. 자신을 ‘캣’이라 소개한 그녀는 상당한 돈을 약속하며 만체보에게 이상한 일을 제안한다.

 

▶ <고슴도치의 우아함>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종이약국> 팬들이 열광할 소설!
소설 속의 '나'와 만체보는 서로 알지 못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평행선처럼 따로 전개되다가 가장 놀라운 방식으로 겹쳐진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새로운 만남이 만들어내는 이상한 사건들, 빛의 도시가 숨기고 있던 너무 많은 비밀들. ‘나’와 만체보는 새로운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면 모든 것을 덮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게 될까?

어쩌면 부럽기도 한 타국의 삶, 특히나 파리의 삶에 대한 동경을 자극하는 이 소설에는 20년째 파리에 살고 있는 스웨덴 출신 작가의 독특한 시선이 듬뿍 묻어난다. 저자인 브리타 뢰스트룬트는 파리 생활 20년차지만 여전히 파리에선 이방인이다. 이러한 배경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란 ‘나’와 이민자 출신인 ‘만체보’라는 두 주인공을 통해 아주 섬세하게 드러난다. 그들의 작은 행동, 말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사람을 보는 다른 시선과 ‘이방인’에 대한 묘한 긴장감이 책을 돋보이게 만든다. 데뷔작이라고 믿기 힘든 이 책 《만체보 씨네 식료품 가게》는 여느 작가에게서 찾기 어려운 매우 낯선 감성을 우리에게 선물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