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간 연합 시 손익 따지는 비공개 여론조사 실시의 의미

(시사매거진 = 이성관 기자) 국민의당이 한국리서치에 타정당과의 연합 시 지지율의 차이를 가늠해보는 비공개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지속적인 지지율하락으로 고심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혁신방안 중 하나로 타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많은 보도들이 국민의당과 바른 정당이 연합했을 때 시너지가 크게 났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국민의당이 조사를 비밀리에 진행한 의도를 짐작케 한다.

먼저 국민의당 측이 바른 정당에 보내는 러브콜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실시한 조사에서는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연합에 중점을 두었는데, 이는 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에 대해서는 연합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조사와 관련한 국민의당 의원들의 발언을 보아도 주로 바른정당과의 연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그와 같은 해석의 신빙성을 더 하고 있다.

제2창당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 조사결과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놀라운 결과’라며 바른정당에게 사실상의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또 호남지역의 인식도 바른정당과의 연합이 가장 높은 지지율을 상승을 나타내는 것을 강조하면서 호남민심의 이반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는 당내 중진들의 우려에도 화답했다.

따라서 본 조사결과가 애초에 바른정당을 연합의 파트너로 상정하고 실시한 조사가 아니냐는 해석도 할 수 있다. 조사 결과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자면,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연합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왜냐하면 다른 당과 연합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지지율이 20% 남짓이라면 더불어민주당과 연합을 하면 54%를 넘는 지지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국민의당이 모든 당과 통합을 공히 고려하는 차원에서 조사를 실시하였다면, 선택은 당연히 더불어민주당이 되어야 한다. 현재 가진 지지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지지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78%가 넘는 호남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에서는 정당지지율 차이가 많이 나는 현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흡수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고려 대상에서 배제한 것도 이번 조사가 바른정당에 대한 러브콜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지점이다. 이는 안철수 대표가 표방하고 있는 ‘극중주의’가 지향하는 방향을 짐작케 한다. 국민의당은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며 신당을 창당한 바른정당의 개혁보수 세력과 통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하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내 김무성계의 통합을 견제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박지원 전 대표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

국민의당은 18일 오전에 실시한 제2창당위원회에서 통합논의를 본격화 하였고, 이 회의에서 문병호 수석부위원장은 "국민의당이 다른 당과 연대 또는 통합을 논의한다면 그 대상은 바른정당이 될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어 여론조사의 목적이 바른정당을 향한 러브콜에 있음을 재증명하였다.

한편, 호남 출신 중진의원인 박지원 대표는 이와 같은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리 당의 국정감사가 호평 받는 이 때 왜 불필요한 일로 당의 전열을 흐트러지게 하는가를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지도부의 신중한 접근”을 호소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3.6%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