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의 형성과정으로 읽는 시대의 흐름

저자 김두규 | 출판사 HOLIDAYBOKS

(시사매거진_신혜영 기자) 사람들은 자신의 앞날에 대해 예측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의 앞날이 궁금하다.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복이 많은 사람인지 아닌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말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철학관을 찾는다. 그 장소에서 마주하는 건 바로 ‘사주’. 생년월일시를 알려주면 술사는 만제력을 보고 종이 한 장에 여덟 글자를 써낸다. 술사는 그 여덟 글자를 보며 우리의 물음에 답을 해준다. 궁금했던 것들을 상대에게 쉴 새 없이 쏟아낸다.

그러나 답답함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결국 다른 술사들을 만나 같은 생년월일시를 내놓고 똑같은 질문을 한다. 처음에 만난 사람과는 다른 답변을 듣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분명히 하나의 생년월일시가 만들어 낸, 다를 수 없는 여덟 글자인데. 왜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것일까?

우석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이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민속학)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두규는 중국에서 시작한 사주학이 변용되어 한반도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하나씩 되짚어가며 이를 토대로 그 물음에 저서 「사주의 탄생」으로 답한다.

이 책은 한국과 중국에서 나온 모든 술서와 역사서를 하나하나 번역하여 분석하고 해석해 낸 작업의 완결판이다.

 

조선시대 사주는 ‘학문’

자생 발전한 중국의 사주와는 달리 한반도의 사주는 조선시대에 학문으로 받아들여졌다. 신생 왕조인 조선은 성리학을 받아들여 빠르게 왕권을 강화해나갔다. 세조 12년인 1466년 음양학을 명과학으로 개칭하여 공식적으로 사주를 받아들였다. 세조의 스승인 정인지는 비문에 당당하게 자신의 사주가 소동파와 같다며 이를 새기기도 했다.

사주의 학문적 명맥은 조선시대까지였다. 조선이 멸망하고 일제강점기를 지나자 관학으로서의 사주술은 다른 ‘명과학’과 ‘풍수학’과 마찬가지로 사라졌다.

1990년대 이후 음지의 사주가 양지로 나오기 시작했다. 한글세대가 ‘전통사상’으로서 사주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사회교육원과 각종 문화센터에서 ‘사주명리학’ 강좌가 개설,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이 흐름은 2000년에 접어들어서도 줄어들지 않았다. 몇몇 대학의 특수대학원에서 사주명리를 전공과목으로 개설하기도 하고, ‘사주명리학과’를 개설한 대학들이 생겨났다.

시대가 통섭과 융합을 요구하면서 사주에서도 다양한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증권 전문가나 부동산 전문가가 사주를 통해 고객 상담을 해주거나, 학생이나 구직자의 진로탐색에 사주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미래의 사주는 다양한 학문과, 분야와 함께 발전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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