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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걷기의 인문학>걷기의 역사와 걷기의 위기
  • 이은진 기자
  • 승인 2017.10.1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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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인문학> / 리베카 솔닛 지음 / 김정아 옮김 / 반비 출판

걷기의 역사와 걷기의 위기 <걷기의 인문학>

걷기의 의미: 걷기가 왜 인문학적 탐구의 주제가 되어야 하는지 솔닛은 대단히 설득력 있는 근거들을 제시한다. 걷기는 생산 지향적인 문화와는 애초부터 거리가 있는 행위이며, 그 자체가 수단이자 목표인 행위이다. 이것은 인문학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특성이다. 솔닛에 따르면 마음을 가장 잘 돌아보는 길은 걷는 것이다. 이 책 전체는 “걷기의 역사가 생각의 역사를 구체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걷기와 철학자들: 걷기와 사유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통상은 그리스 철학자들을 호출하지만 솔닛은 이것이 루소를 비롯한 동시대인들의 세팅이었음을 지적한다. 그리스인들이 많이 걸은 것은 사실이고, 소요학파와 스토아학파의 이름이 걷기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으로 철학적 사유를 걷기와 연결시킨 효시는 루소다. 솔닛은 루소와 키르케고르의 독특하고 힘있는 사유, ‘잡종 철학자, 철학적 작가’로 불리는 루소와 키르케고르의 특성이, 걸으면서 사유하고 구성한 저작들 때문임을 강조한다.

진화론적 관점, 걷기의 과학: 걷기를 둘러싼 고인류학의 논의를 통해 진화 과정에서 직립보행이 인간의 육체와 사회 형성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고, 진화사에 스며 있던 백인 중심,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반박되어온 내용을 다룬다.

순례: 치마요 성지 순례를 함께한 경험, ‘평화 순례자’로 알려져 있는 반전 활동가의 글과 삶, 마틴 루서 킹이 전통적인 순례를 민권운동 행동으로 조직한 버밍햄 행진을 아우르며 ‘고행을 자초하는 걷기’로서 순례가 인간 역사에서 가져온 의미를 짚어낸다.

미로와 크루즈: 크루징(라틴아메리카 청년들이 산책하는 속도로 자동차를 몰며 추파를 던지거나
싸움을 거는 관습)에 쓰이는 자동차에 그려진 그림, 미로와 미궁의 의미, 정원과 수도원 회랑의 종교적 조각상 등 두 발을 통해서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의 사례로부터 걷는다는 육체적 행위와 글쓰기, 읽기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

자연이라는 유행, 정원에서 공원으로: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자연스러워 보이는 감수성이나 가치관을 역사화해서 그것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것은 공식화된 역사를 신화화하지 않는, 주변화된 시선에 의해 가능한 미덕이기도하다. 역사상 자연 속을 걷고 싶어 하는 마음은 300년에 걸쳐 만들어진 신념과 취향의 조합이다. 영국식 정원이 ‘자연주의’를 최신 트렌드로 받아들이면서 사유지였던 정원과 산책로는 점점 공적인 공간이 되었고, 공원이나 들판도 생겨났다. 나아가 이러한 감성은 유년 시절과 자연과 민주주의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낸 워즈워드의 시기에 이르러 더 강력한 정치적인 힘까지 갖추게 된다.
 

이은진 기자  onairpia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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