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여중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혐의로 체포된 어금니아빠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북부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 (시사매거진 = 주성진기자)

(시사매거진 = 신혜영기자) 일명 '어금니 아빠'로 불리던 이모(35)씨가 딸의 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 3일만에 구속됐다.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35)씨는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간단한 몸짓을 통해 시신유기 혐의만 인정하며 8일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이씨는 체포 사흘 만에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범행 동기 등 아직 실체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지금까지 드러난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외에 범행 동기와 수법을 포함한 사건 관련 의혹은 보이나 안개속에 있는듯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우선 동기에 물음표가 찍힌다. 딸의 초등학교 동창인 A(14)양을 느닷없이 살해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씨 딸인 B(14)양과 A양은 평소 친하지 않았지만, B양이 문자 메시지를 통해 A양에게 만남을 요청해 집으로 불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A양 외에도 여러 명에게 '같이 놀자'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지만 A양만 이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딸에게 '친구를 집으로 불러오라'고 지시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부검 결과 A양의 몸에서 성폭행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신에 대한 고의적인 훼손도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범행 도구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범행 장소로 추정되는 이씨의 중랑구 주거지에서 비닐끈, 드링크병, 라텍스 장갑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A양의 사인은 끈에 의한 교사(경부압박질식사)로 추정됐다. 

도피를 도운 박모(36)씨도 예상 밖의 인물이다. 박씨는 이씨를 고객으로 만난 뒤 4년 정도 알고 지내며 이씨의 친구가 된 인물이다. 

박씨는 이씨로부터 '친구 딸이 우리집에서 약을 잘못 먹고 죽어서 시신을 유기했다'는 말을 듣고 이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애초 언론을 통해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을 내비쳤던 이씨의 재산 형성 과정 역시 미궁에 빠진 상태다. 이씨는 앞서 2006년 딸과 함께 동일한 희소병을 앓는 사연이 소개되며 유명해졌다. 이후 공개적으로 치료비 후원을 부탁해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무직임에도 불구하고 집 두채에 대한 월세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이 중 한 채는 지난 3일 자로 계약,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도피 차원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씨가 A양의 시신을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시점이 지난 달 30일이기 때문이다.

차량의 경우 본인 명의로 포드 토러스를 소유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앞서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외제차를 여러 대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형의 지인 이름으로 등록된 BMW 차량 등을 평소 자주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BMW 차량은 A양의 시신을 영월로 옮기는 과정에서 사용됐다.

특히 딸인 B양의 역할이 무언인지가 의혹투성이다. B양은 A양을 초대했다. 또 A양의 시신이 들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가방을 실은 BMW 차량에도 이씨와 함께 탑승했으며 B양은 이씨와 함께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뒤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며 이씨 아내 최모씨가 최근 자살했다는 점도 이번 사건을 통해 불거져 세간을 더욱 충격에 빠트렸다. 

최씨는 지난달 1일  '2009년부터 8년간 의붓 시아버지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며 강원 영월경찰서를 찾아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나흘 만인 5일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투신자살했다. 

경찰은 A양의 사망과 최씨의 자살은 별개의 건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지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씨가 생전 영월경찰서에 고소장을 낸 이유는 시댁이 영월에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이씨의 미국행으로 인해 시댁에 머무르던 당시 최씨의 시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인 C씨가 성폭행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씨가 A양의 시신을 유기한 곳도 영월이며 이씨가 사건과 관련해서 유일하게 의사 표시를 한 부분이 시신 유기 혐의에 대한 인정이란 점도 눈길을 끌며 5일 자택에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상태로 체포된 뒤 경찰에게 A양의 시신 유기 장소를 대략적으로나마 털어놨다으며 시신 유기 지점인 영월 모처까지 경찰과 동행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씨는 시신 유기 사실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본인이 지목한 장소에서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살해 혐의가 충분히 있다"며 "살인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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