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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 수 있는 무대 직접 만들고 싶다”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이수자 도하 박영식(度昰 朴永植) 고수
  • 김옥경 기자
  • 승인 2017.10.0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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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이수자 도하 박영식(度昰 朴永植) 고수. 그는 벌써 20년 가까이 전통음악계에 몸담고 있다. 사물놀이(풍물)에서부터 판소리에 쓰이는 소리북까지 다룰 수 있는 전통악기만 10여 개에 이르는 그는 청강 정철호의 고법 계보를 잇는 이수자이기도 하다.

(시사매거진234호/김옥경 기자) 이제 갓 30세가 된 한 고수(鼓手)를 만났다.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성격을 가진 그는 벌써 20년 가까이 전통음악계에 몸담고 있다. 사물놀이(풍물)에서부터 판소리에 쓰이는 소리북까지 다룰 수 있는 전통악기만 10여 개에 이르는 그는 청강 정철호의 고법 계보를 잇는 이수자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때부터 숱한 국악 관련 경연대회에서 수상을 하며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사)판소리고법보존회 소속 박영식(30) 고수다.

우연찮게 다가온 고수의 인연

국악에는 예부터 ‘일고수 이명창 삼청중’이라는 말이 있다. 첫 번째로 고수가 중요하고, 두 번째로 명창이 중요하고, 세 번째로 청중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똑같이 ‘어린 명창은 있어도 어린 명고는 없다’는 말에서도 고수가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그만큼 숙달되어야 하고, 함께하는 소리꾼의 심리와 호흡을 파악해 소리와 무대를 끌어가야 한다. 더불어 관객과 소리꾼을 이어주는 중간자 역할도 잘해야 한다. 이처럼 고수의 역할은 막중하나 그것을 연습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고수의 연습에는 소리꾼이라는 대상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음악 같은 경우는 독주곡들을 개인이 학습하고 연습해서 홀로 발표하거나 공연할 수 있다. 그런데 소리북은 소리꾼과 호흡을 맞춰 연주를 해야 하는 특징이 있어 소리꾼이 없는 연습은 어려움이 있다”라고 박 고수는 말한다.

“북을 칠 때 너름새라든지, 북의 어디를 쳤을 때 소리가 잘 나는지 혹은 예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예쁜 소리뿐만 아니라 북을 어떻게 활용해야 적절한 배경이 될 수 있는지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는 박 고수는 그래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무대라고 토로한다.

“혼자 연습할 때도 경험을 쌓을 수는 있지만 무대에게 실질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었으면 더 좋겠다. 현장의 분위기나 호흡, 그런 것들이 무대마다 다르니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무대가 많았으면 한다.”

그래도 이런 어려움들이 그다지 힘들지 않은 것은 소리북의 매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사물놀이부터 시작해 북이란 북은 거의 쳐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판소리 소리북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사물놀이 북은 빠르게 치고 많이 치는 것이 좋은데, 소리북은 한 번 치는데, 그것이 울림이 크다. 예를 들어 한 장단에 열두 박이 있으면 사물놀이는 그것을 나눠 더 많이 쪼개고 더 빨리 치는 것이 매력적인데, 소리북은 중모리장단 같은 경우 첫 박과 아홉 박, 딱 두 번이나 세 번만 친다. 그런데 그 한 번 치는 것이 손맛이 각별하다.”

우리 전통음악이 나아갈 바는 서양악기나 서양음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창작무대라고 생각한다는 박영식 고수는 다양한 소스를 전통음악에 접목하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사진은 한 창작무대에서 장구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통음악의 뿌리 위에 창작음악의 가지 뻗어야

박 고수에게 북은 언제나 함께하는 친구다. 북을 칠 때도 치지 않을 때도 언제나 북은 그의 옆에 있다. 걸리적거리고, 치이고, 거추장스러워도 언제나 그의 손이 닿는 그곳에 있다.

“북을 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채로 치는 법, 궁손으로 치는 법, 대각을 치는 법이다. 이 세 방법만 배우면 얼마든지 북을 칠 수 있다. 그만큼 쉽고 단순하다. 그런데 북을 전문적으로 연주하게 되면 그 단순함이 정말 어렵다. 단순함 속에서 다른 것을 만들어내야 하고, 그 단순함이 다른 것들이 되어줘야 한다. 그래서 어떨 때는 단순함이 정말 단단한 벽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런 고충은 창작음악을 할 때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제는 국악도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하나의 추세라 다양한 창작음악들이 만들어진다. 판소리만 배운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음악을 배운 사람들이 국악을 부르면서 다른 음색을 내기도 하고, 서양음악이나 실용음악을 대입하고 밴드나 서양악기를 대입해 올리는 무대도 인기가 높다.

“국악이 현시대나 현대음악과 같이 흘러갈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이런 컬래버레이션 무대라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전통음악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창작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지속적인 아이디어로 창출하고 기획하여 창작무대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층에게는 국악기로 인기 있는 K-POP, 어린아이들에게는 만화 주제곡 등을 연주해 주게 되면 귀에 익숙한 음악이여서 그런지 관객들은 ‘아, 이런 것도 국악이구나’ 하면서 우리 전통음악, 전통악기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 있고, 호기심이나 관심이 생긴다면 뿌리인 전통음악을 찾고 듣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 바로 전통음악의 심지다. 전통음악을 제대로 배우고 학습하지 않은 상태에서 창작음악을 하다보면 뿌리인 전통음악을 잊어버리거나 변형될 때가 있다. 때문에 중심을 잡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전통을 지키고 이어가야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앞으로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고수가 되고 싶다는 박영식 고수는 자기가 서고 싶은 무대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잘할 수 있는 무대, 관객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무대, 멋이 있고 예쁜 무대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야 관객이 더 쉽게 다가올 수 있고, 전통음악을 더 많이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음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지고 확산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는 활짝 웃는다.

김옥경 기자  kak15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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