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 시 ‘사용종속관계’ 중요 근거

지난 9월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택배연대노조가 ‘대리운전 택배노동자 노동조합 설립 필증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매거진234호/김옥경 기자)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에서 정의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이를 좀 더 세밀히 따져보면 세 가지 요소로 나눌 수 있다.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가리켜 근로자라 할 수 있다. 이중 법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다수의 법원 판례에서도 ‘사용종속관계 내지 종속적인 관계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라고 설명한다. 때문에 법적으로 근로자인지 아닌지 여부를 따질 때는 ‘사용종속관계’가 중요한 근거로 사용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에서도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한다’는 내용에 대해 ‘근로의 내용이 정신·육체노동이거나 상용·일용·임시직 등 근무형태를 따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했고, ‘임금·급료 이에 준하는 수입’이란 ‘사용종속관계하의 노무제공에 대해 사용자가 지급하는 일체의 보수와 각종 생활보장적 수당 등 노무제공과 직접적인 관계없이 지급되는 보수도 포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용정책기본법 제2조에서도 근로자란 ‘사업주에게 고용된 사람과 취업할 의사를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역시 ‘사업주에게 고용된 사람’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주에게 고용되어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의미한다. ‘취업할 의사를 가진 자’란 사업주에 고용되어 근로 제공의사를 가진 자, 즉 임금으로 생활하려는 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을 할 의사를 가진 자도 포함되며, 이들의 중간으로서 임금에 준하는 수입으로 생활하려는 자도 포함한다고 국회입법조사처는 부연한다. 이상의 정의들을 취합해 볼 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자의 기준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다. 여기가 지난한 논쟁의 시작점이다.

직업명조차 불분명한 권익사각지대

현행법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명시적 정의 규정이 없어 다양한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먼저 노동계와 노동법학자들은 ‘특수한 고용관계’라는 측면을 강조하여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그밖에는 ‘특수고용형태종사자’ 등의 용어들이 사용되어 왔으나, 최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용어가 정부, 노사정위원회 또는 각 법안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5조 제1항에서는 특정업종의 산재보험 적용 특례를 규정하면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며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는데도 노동관계법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6년 근로복지공단에서 분류한 자료에는 대표적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는 직업군으로 보험모집인, 레미콘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모집인, 대리운전기사 9개를 들고 있다. 이들은 다 서류상으로는 자영인이나 실질적으로는 사업주에 인적, 경제적으로 종속된 근로자다.

최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용형태가 다변화하면서 근로자와 자영인의 중간영역이 확산되고 있다”라며 “우리 주변의 오토바이배달원,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등은 사업체에 종속되어 일하면서도 노동자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 이들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균형있는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라고 취지를 밝힌다.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내용으로는 사업주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노무 제공에 관한 계약을 서면 작성해야 하고, 노동자가 원하면 계약서를 교부해야 한다. 사업주는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계약을 해지하려면 30일 전에 예고해야 한다.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으며, 1년 이상 사용하면 연간 12일의 휴가와 4대보험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노무 제공과 관련해 사업주와 협의를 통해 계약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자유롭게 조직하고 가입할 수 있게 했으며, 해당 단체는 사업주나 사업주단체와 협의할 권한을 가진다. 협의가 결렬되거나 당사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해당 단체 또는 사업주가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독립자영업자 vs 노동법 보호 필요한 근로자

노동시장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공급적 측면에서는 노무제공자가 높은 수입을 올리는 한편, 사회보험의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수요적 측면에서 보면 기업의 수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예컨대 기업들이 생산품목의 다양화와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종전의 근로자를 사업자로 대체하는 고용형태를 선택하였고,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많은 기업들이 이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본격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한 시점은 1990년대 후반부터이며 2000년 무렵부터 이들을 노동법상 근로자로 포함시키는 내용의 입법(청원)안이 마련되기 시작하였다. 즉 이들의 권익에 대한 보호장치는 처음부터 부재하였고, 이로 인한 권익 논쟁은 이미 예고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고, 지금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2000년 당시 노동부가 마련한 입법안의 주요 내용은 노동법에 ‘근로자에 준하는 자’ 개념을 신설하여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상당수를 포괄하고, 시행령을 통해 노동법의 일부 규정과 ‘산재법’을 적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방안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였고, 입법 논의는 2003년 9월에 구성된 노사정위원회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별위원회’가 담당하게 된다. 이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별위원회’ 중심으로 특고 보호방안이 논의되었으나 특별위원회의 안(案)도 사회적 공감을 얻는 데 실패하였다. 2006년 입법 작업은 노동부로 이관되었고, 노동부는 1년 넘게 각계의 의견 조율을 거쳐 2007년 6월 김진표 의원의 대표발의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17대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17대 국회뿐만 아니라 18대 국회에서도 구체적인 심의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제19대 국회에서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를 위한 관련 법률안이 발의되었으나, 역시 임기만료로 폐기된 상태다.

김 의원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법률적 신분에 따라 이들에 대한 보호법제의 적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법률적 신분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라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민법상 위임이나 도급계약의 주체이기 때문에 독립자영업자로 보아야 한다는 경영계의 주장과 경제적 종속성과 일정부분 지시통제를 받는 등 근로자적 속성을 인정하여 노동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대립하여 왔다. 그러나 지난 2006년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근로자적 속성은 ‘사용종속관계’의 인정 여부로 판단한다. ‘사용종속관계’란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를 말한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법원의 판례는 전력회사의 위탁수금원, 학습지교사, 입시학원 강사, 보험모집인,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차량기사 등과 관련한 사안에서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경향이 강하였다. 때문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노동관계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김 의원은 부연한다.

대리운전, 택배, 퀵서비스 기사 등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연맹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8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특고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서비스 연맹 투쟁주간 선포 및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노조설립(변경)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산재보험 가입 등 노동3권 보장 적극 검토해야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3권 보장’을 한국 정부에 권고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는 이들이 형식상 자영인이라는 이유로 노동관계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못해 사업주의 일방적인 계약 변경·해지, 보수 미지급, 계약에 없는 노무제공 강요 등 불이익한 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일부 직종 외에는 일하다 다치거나 아파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때문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노동조합 결성 또는 가입을 통해 열악한 노무제공 조건을 개선하려 하지만 사업주의 계약 해지, 행정 관청의 노동조합 실립신고 반려와 노동조합 규약 시정명령 조치 등으로 노동조합을 통한 처우개선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국가인권위는 주장한다.

실제 지난 1989년 골프장캐디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의 설립신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취소처분을 받았는가 하면, 2000년 보험설계사들이 결성한 ‘전국보험모집인노동조합’도 근로자가 아니라는 노동부의 판결로 설립신고가 반려되었다. 2007년에는 콘크리트믹서, 덤프트럭, 굴삭기, 크레인 등 건설기계 운송차주들이 산별노조인 ‘전국건설노동조합’에 가입하자 여타 관련 협회들이 근로자가 아닌 차주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은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 경우’에 해당되어 법 위반이라는 진정을 제기해 시정명령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밖에 설사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하더라도 사업주들이 이들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은 노조 설립 이후에도 학습지 업체들이 이들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기보다 노조 탈퇴 강요나 회유, 조합원에 대한 계약해지 등으로 대응해 부당함을 다투는 소송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이뿐 아니라 이미 많이 논의되고 있는 사회보험의 전면 확대와 의무적용도 신속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일하면서 다치거나 생명을 잃을 경우 이에 대한 보상이나 보호는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현행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보험설계사, 콘크리트믹서 운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6개 직종에만 국한되어 있다. 그마저도 본인 부담이 50%이며, 적용예외 조항이 있어 의무가입도 아니다. 때문에 이들 직종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9.8%만이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때문에 산재보험만이라도 의무가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사례로 살펴본 보호 방안과 내용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져 왔다. 특히 최근 들어 서비스산업의 발달과 고용형태의 다변화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확산일로에 있으면서 더욱 중요한 정책적 이슈가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경우에는 ‘유사근로자’라는 개념을 설정하여 ‘단체협약법’ ‘노동법원법’ ‘일반적 균등대우법’ 등 개별 노동관계법의 적용 대상 범위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포함시키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에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경제적 종속성에 의해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자를 취업자(worker)로서 노동법의 일부가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사회보험이 근로자와 노무제공자를 포함하여 자영인에게도 적용하는 체계를 갖추어 독립자영자나 노무제공자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도 동일하게 연금, 실업, 산재,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일정한 직종에 취업한 소정의 요건을 구비한 자의 노무공급계약을 근로계약으로 추정하고, 노동법상 보호를 확장하거나, 근로자가 아닌 일정한 취업자를 근로자로 간주하여 ‘노동법전’ 규정을 적용한다.

이를 토대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보호 방안을 고려해보면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개념을 정의하고, 보호에 필요한 내용을 열거·규율하는 특별법 제정 방식, 둘째 노동조합과 노동관계조정법이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을 수정하여 관계법령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방식, 그리고 셋째는 개별 법률마다 그 법률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해당 법률의 근로자 개념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포함시키거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적용의 특례를 인정하는 방식이다. 각 입법방식에 따라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법체계나 노사관계의 현실, 실현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입법방식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야 할 것이다. 최근 특별법 형식의 입법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대두되는 추세다. 더불어 이러한 입법방식과 더불어 보호의 내용에 대해서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