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로켓맨, 자신과 정권 자살로 몰아넣는 미션 수행” 김정은 “무엇을 생각했던 그 이상의 결과 보게 될 것”

(시사매거진234호/김옥경 기자) 지난 9월 21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 명의의 성명이 나온 것은 전례 없는 일이어서 국제적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 성명에서 김 위원장은 “역대 그 어느 미국 대통령에게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미치광이 나발”이라는 일갈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폄하하였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 집권자의 발언은 나를 놀래우거나 멈춰 세운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으며, 끝까지 가야할 길임을 확증해 주었다. 세계 면전에서 나와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며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고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그에 상응하는 초강경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라 칭하고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북-미 간 이 같은 강대강 국면이 지속되면서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괌 포위사격,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실거리 사격 등 추가적인 무력시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미국도 군사적 옵션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대통령이 직접 북한에 대해 ‘분노와 화염’ ‘완전 파괴’까지 입에 올린 터라 고려할 수 있는 외교적 수단이 그리 많지 않아 대치 국면은 더욱 첨예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북한 내부적으로는 핵 무력 완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핵을 둘러싼 해법은 더욱 요원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트럼프 “모든 국가가 北 고립 위해 협력해야”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제72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만큼 자국민의 안녕과 다른 나라들을 무시하는 타락한 정권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계속해서 수백만 명이 굶어죽고 있으며 감금, 고문, 살해, 억압을 당하는 북한 주민의 실상을 열거하며 북한에 억류되었다 풀려난 며칠 뒤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와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피살된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 13세 때 북한에 피랍된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 등도 언급하며 북한의 인권 실태를 비판하였다.

“만약 이번에 제대로 북한을 옭죄지 않으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향한 북한의 무모한 도전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인명을 살상할 전 세계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하며 “몇몇 국가들이 이런 정권(북한)과 무역을 할 뿐만 아니라 이런 정권을 무장시키고 물자를 공급하며 재정적으로 지원해 전 세계가 핵 분쟁의 위협을 받게 하는 것은 분개할 일이다.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핵무기와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는 범죄 조직을 지켜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고 질타하였다.

이어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력을 가지고 있다”라며 “하지만 우리 스스로와 동맹국들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로켓맨(김정은)은 자신과 자신의 정권을 자살로 몰아넣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준비가 되었고, 의향도 있고 역량도 되지만 그럴 필요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해 북한과의 대화와 평화적 해법을 위한 출구도 열어두었다.

덧붙여 트럼프는 “북한은 비핵화만이 그들에게 유일하게 용인되는 미래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라고 주지시키며 “김(정은) 정권이 호전적 행동을 중단할 때까지 모든 국가가 북한의 고립을 위해 협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였다.

한편 같은 날 기조연설을 한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역설하였다.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자신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라고 전제하며 “바로 이런 이유로 나는 북한이 스스로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평화는 스스로 선택할 때 온전하고 지속가능한 평화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당부하였다.

그리고 이어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라고 지적하며 “나는 유엔 안보리가 유례없이 신속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만장일치로, 이전의 결의보다 훨씬 더 강력한 내용으로 대북제재를 결의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북한 핵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함께 분노하며 한 목소리로 대응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라고 문 대통령은 전하였다.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이제라도 역사의 바른 편에 서는 결단을 내린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문 대통령은 “북한은 이 모든 움직일 수 없는 사실들을 하루빨리 인정해야 한다. 스스로를 고립과 몰락으로 이끄는 무모한 선택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나는 북한이 타국을 적대하는 정책을 버리고 핵무기를 검증 가능하게,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제안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中 은행에 대한 美 금융제재, 국면 전환 되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9월 19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이 북한을 돈세탁과 테러자금지원의 위험국가로 분류하는 주의보를 거의 5개월 만에 다시 발령했다고 보도하였다. 이번 주의보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지난 6월 총회에서 북한을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에 대한 대응조치가 필요한 나라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위험국가’로 재지정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범죄단속반은 “미국 금융기관들이 북한과의 금융거래에 관한재무부와 금융범죄단속반의 지침을 계속 따라야 한다”라고 요구하면서 강화된 고객확인제도를 지켜줄 것과 이번 대북 유엔 제재에 포함된 금융 규정과 금지사항들도 숙지해줄 것을 거듭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독자제재의 일환으로 북한과 무역거래를 하는 외국은행과 기업, 개인을 겨냥한 새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9월 21일(현지시각) 발표하였다. 유엔 제재에 미지근한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세컨더리 보이콧’의 성격이 강한 이번 행정명령의 요지는 중국 등 세계 각국의 기업과 금융기관이 북한과 거래할 경우 미국과의 거래를 끊겠다는 선언이다.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미국과 북한 주에서 어느 나라와 거래할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두 나라와 모두 거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미국의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국제 금융시스템상 미국과의 거래가 끊길 경우 세계 각국의 기업과 금융기관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지난 2005년 북한의 비밀계좌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압박으로 당시 이 은행이 보유한 북한 비밀자금 2천500만 달러를 동결하고, 제3국 은행들까지 북한과의 거래를 끊게 만든 사례가 있다.

앞서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진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과 거래하고 있는 중국 주요 은행에 대한 제재를 통해 북핵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며 “중국의 초상(招商)은행과 농업은행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북한 무기개발 프로그램을 증강하는데 필요한 현금을 지속적으로 북한에 보내주고 있다. 이들 은행은 미국과의 거래 규모가 북한에 비해 크기 때문에 미국과 거래를 할 것인지 북한과 거래를 할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관심을 모았던 중국의 반응도 이번에는 미국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9월 18일 일선 은행에 대북 신규거래를 중단하도록 명령하였다. 하달된 문서에는 국제의무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이행하고 있음을 설명하라는 지시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감사의 표시를 전하였다.

조선중앙TV가 9월 22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21일 국무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응수했다.

김정은, 핵무기 완성 위한 추가 도발 시사

노동당 위원장, 국무위원회 위원장, 군 최고사령관 등 공식 직함을 가진 김정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연설 이후 ‘국무위원회 위원장 성명’을 직접 발표하였다. 이것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없던 사상 유례없는 일로 평가된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9월 2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 최고지도자 명의의 성명은 처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당시 북한이 김일성 명의의 사과통지문을 유엔사 측에 보낸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최고지도자 본인 명의로 공개 성명을 발표한 적은 김일성 집권 때에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직접 성명을 발표한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기조연설에서 공개적으로 북한과 자신을 비난한 것에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명예를 걸고 공화국의 절멸을 떠든 미국 통수권자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다. 트럼프가 우리의 어떤 정도의 반발까지 예상하고 그런 괴이한 말을 내뱉었을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다. 무엇을 생각했던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하였다.

이어 “미국 집권자는 정세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나름대로 설들력 있는 발언은 고사하고 우리 국가의 ‘완전 파괴’라는 역대 그 어느 미국 대통령에게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무지막지한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댔다. 트럼프는 한 나라의 무력을 틀어쥔 최고통수권자로서 부적격하며, 그는 분명 정치인이 아니라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임이 틀림없다”라고 몰아붙였다.

강대강 기조로 맞붙은 미-북의 정세상 북한은 예정된 수순대로 ‘핵무기 완성’을 위한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때문에 향후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의 마무리를 위한 시험발사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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