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에서 흑해까지,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저자 양기혁 | 출판사 새로운사람들

(시사매거진 = 신혜영기자) 전통을 자랑하고 사연이 많은 경우 유서(由緖)가 깊은 집안 또는 마당 깊은 집이라고 한다.

러시아가 바로 그런 나라다.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광활한 영토는 물론이거니와 짜르의 전제군주정 시대와 볼셰비키 혁명에 의한 공산 독재 시대의 문물이 공존(共存)하고, 나폴레옹과 히틀러가 모스크바로 들이닥쳤으나 탈탈 털린 채 끝내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으며, 여러 민족의 영광과 수난이 곳곳에 아로새겨져 있는 곳.

마당 깊은 러시아를 순례하는 순례자의 발길을 따라 가다보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비롯한 기차를 타고 러시아를 순례하면서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안톤 체홉과 푸쉬킨을 만나고, 레닌과 스탈린을 만나고, 체르니셉스키와 데카브리스트를 만날 수 있다.

「기차 타고 러시아 순례」의 저자인 순례자 양기혁은 거의 백일에 걸쳐 백해에서 흑해까지 남북을 종단하고,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동서를 횡단한다. 그는 러시아를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동안 순례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한 사실들을 이 책에 담았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순례자가 동서남북의 러시아 땅덩어리만 찾아다닌 것이 아니라 사상과 문학과 역사에 대한 엄숙한 순례(巡禮)의 자세를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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