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 김옥경 기자) 26일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회사가 제출한 자구안을 거부하고 '자율협약'을 통한 경영정상화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행까지 우려됐던 금호타이어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되면서, 회생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벌써부터 커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이 경영권과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고 상표권 영구사용을 허용하는 등 '통큰' 결정을 내린 데는 취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설득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채권단 전부가 동의해야 가능한 자율협약의 특성이나, 당장 이달에만 1조가 넘는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채무 만기연장, 감자 및 출자전환 과정에서 누가 얼마만큼의 고통을 분담할지를 놓고 이해당사자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여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26일 금융·산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박 회장과 채권단 지분이 가장 많은 우리은행의 이광구 행장을 잇달아 만나 채권단 주도의 자율협약의 당위성을 설득,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 회장은 지난 20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협조해 고통을 분담한다면 충분히 회생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계획을 시사한 바 있다. 

자율협약은 가장 낮은 단계의 채권단 중심 구조조정 방식으로 채권단 전부가 동의해야 개시된다. 

당초 박 회장은 유상증자 2000억원, 대우건설 지분 4.4% 매각, 중국공장 매각 등을 통해 최대 70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내용을 담은 금호타이어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박 회장의 자구안이 실현 가능성이 매우 적고 이행을 하더라도 금호타이어 구제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자율협약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자진사퇴 발표와 함께 자율협약 개시를 위한 논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금호타이어 차입금 1조3000억원에 대한 만기 연장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단 금호타이어의 부채가 4조원에 달하는 만큼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채권단의 출자전환, 감자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현 경영진의 퇴진이 이뤄지면서 노동자 인력 구조조정, 임금 삭감 등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에 대한 압박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실제 노조는 이날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회장의 고통 분담 요구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단호히 거부한다"며 채권단 주도 자율협약에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이미 "기업과 관련한 이해당사자는 통상적으로 주주와 근로자가 있고 채권단도 있고, 크게 보면 지역사회까지 있다. 이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기업 살리기 위해 동참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한 만큼 노조의 요구안이 수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회장의 '첫 구조조정 작품'이 될 금호타이어가 향후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금융·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