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벼랑끝전술 막아낼 플랜B 무엇인가?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8월 22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 대한 브리핑을 하다 취재진의 질문에 관계자를 바라보고 있다.

(시사매거진 = 김옥경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는 가운데 극단적인 막말로 승부수를 띄우는 트럼프의 진의여부 파악에도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양국이 견해차만 확인하고 끝나자 전격적으로 폐기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한 쪽이 파기를 통보하고 상대국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협정은 통보한 날로부터 180일 뒤 종료된다. 통보가 이뤄진 뒤 30일 이내에 상대방에게 협의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이 또한 그동안 보여온 미국 측 태도를 볼 때 극적인 타결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백안관 내부에도 한미 FTA 폐기라는 트럼프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북한의 강경 도발로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한 한미 동맹이 중요한 시점에 한미 FTA를 파기하는 것은 동맹을 훼손할 뿐 아니라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한국 정부를 고립시킨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명분보다 경제적 실익을 중요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노선을 바꾸기란 어렵다는 시각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지금 한미 FTA 폐기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전문가들의 해석이 있으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의도대로 진척되지 않는 데서 오는 조바심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NAFTA에서도 폐기론을 언급하며 유사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유세 때부터 트럼프는 NAFTA 폐기를 수차례 운운했고, 재협상이 시작된 이후에도 네 차례나 폐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실제 협상테이블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후문이 있어, 한미 FTA 폐기론도 재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당근과 채찍의 이중전략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폐기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니 우리 정부의 정교한 외교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트럼프가 보여온 행보를 추적하면 공개적으로는 상대방을 협박하고 뒤에서는 일대일 협상으로 최대한 자국의 이익을 얻어내는 것이었다. 때문에 공세적으로 나오는 트럼프의 벼랑끝전술에 휘말릴 것이 아니라 폐기 시 누가 더 손해일지를 면밀히 따져 확실한 대차대조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한국도 손해가 있기는 하겠지만 정치경제학적으로 미국이 입을 손해도 크다는 것을 분명히 직시시켜야 할 것이다.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온 문재인 정부가 이제는 국민과의 달콤한 신혼생활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가장으로서 가정을 일궈야 할 것이다. 때문에 이번 한미 FTA 재협상은 문재인 정부의 능력을 입증할 중요한 무대이기도 하다. 북핵 문제에서부터 FTA까지 어그러지기만 한 양국의 시각차가 어떻게 합의점을 찾아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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