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33호 / 김길수 발행인] 한명숙(73) 전 총리가 8월 23일 새벽 만기출소하였다. “이렇게 캄캄한 아침에 새로운 세상과 만났다”는 일성을 던졌다. 이날 의정부교도소 앞에는 노란색 풍선을 든 지지자 100여 명과 여권 인사 수십 명이 함께하였다. 지난 2015년 8월 24일 모 건설업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수감생활을 시작한 지 꼭 2년 만이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검은 상복을 입고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 서서 “오늘 사법정의가 이 땅에서 죽었기 때문에 그 장례식에 가기 위해서 상복을 입고 나왔다”라며 “이 어려운 시기에 조용한 휴식처로 들어가 쉬게 돼 죄송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 건강히 잘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구치소로 걸어 들어갔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맡고 있던 문재인 현(現) 대통령은 한 전 총리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검찰의 정치화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고 울분을 토하였다. 계속해서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돈을 준 사람도 없고 돈을 받은 사람도 없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한 분은 검찰에선 그렇게 진술했지만 1심 법정에 와서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서 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게 됐는지 소상하게 밝혔다. 저도 1심 법정에서 그 분의 증언을 직접 들었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사법부 개혁드라이브를 걸려는 이 시 점에서 한 전 총리 출소가 던지는 파급효과는 크다. 이미 여당 쪽에서는 사법부 개혁의 지렛 대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소독점주의 폐단으로 사법 부정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 사법 개혁이 얼마나 필요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일갈하였고, 제윤경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한 전 총리는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의한 정치탄압 희생자”라고 정의하며 “사법부 개혁이 검찰개혁만큼 중요한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야당에서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명숙 때리기’를 시작하는 모양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법부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징역형을 받은 한 전 총리에 대해선 정치탄압이라고 반발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앞장서 중형을 외치는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에 경악을 금할 길 없다”라며 “한명숙 전 총리는 국민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알고 자신의 죄를 반성하기를 바란다.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법치국가의 근간을 뒤흔들려는 듯, 집권여당이 헌법과 법률을 부정하고 유린하는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다”고 반발하였다.

 

그러나 야당의 논평이 거칠면 거칠수록 반대급부적으로 ‘친노계 대모’로 평가받는 한 전 총 리의 위상은 높아진다. 또한 높아진 위상만큼 새 정부에서 맡아야할 역할론도 커지는 법이 다. 비록 그 어떤 ‘직함’도 가지지 않더라도 친노계 원로이자 문 대통령의 멘토로 활약하였던 한 전 총리의 영향력은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요즘이라 더욱 그의 만기출소에 마음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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