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련 상품 인기에 대한 기대와 우려

[시사매거진233호 = 이은진 기자] ‘문템’, ‘이니굿즈’.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상품을 일컫는 신조어가 생겼다. 문 대통령 사진이 들어간 다양한 상품이 제작될 뿐 아니라 문 대통령이 사용하는 제품이 알려지고 나면 그 제품의 판매량은 월등하게 오른다. 그동안은 대통령의 자서전이나 소장품이 주목 받곤 했지만 최근 경향처럼 다방면에서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문화 현상이 된 건 드물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게 생기는 팬덤문화가 정치인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요즘, ‘정치인 스타화’, ‘정치인 마케팅’이라는 우려와 함께 ‘시장활성화’라는 긍정적인 면도 기대하는 20~30대 시민들의 생각을 들어본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우표 / 타임지 아시아판 표지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

‘대통령 우표 하루 만에 완판’ 8월 17일, 우정사업본부는 취임 100일을 맞은 제19대 대통령의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대통령의 어린시절부터 대통령 후보 시절, 세월호 단식, 촛불집회 당시 모습, 대통령 취임식 때의 모습 등이 담긴 기념우표첩이 3만 2000부가 판매되었다. 우체국 앞에는 새벽부터 우표를 구입하려는 사람 들이 줄을 섰고, 인터넷 주문은 몇 시간 만에 완료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판매 완료된 우표는 중고거래사이트에서 원가의 5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우표 수집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지만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늘 인기가 있어 왔다. 그 시대에만 한정 발행된다는 희소성과 역사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우표 (박정희, 김대중, 이명박)

역대 대통령의 우표를 살펴보면 각각의 이미지와 특징이 담겼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취임 기념우표뿐 아니라 생일 기념우표를 발행하기도 했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은 최다 우표 발행량의 주인공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표에 고속도로와 공장 등의 그림을 넣어 업적을 홍보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수상을 기념하는 우표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답게 노트북을 들고 있는 사진이 우표로 등장했다. 
특이한 점은 태극기를 들고 국민통합을 이뤄가겠다는 국정 기조를 표현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가 발행된 시점에 북한도 우표를 발행했다는 점이다. ICBM급 화성-14 시험 발사 성공 기념우표가 그것이다.

청와대 호프미팅에서 지역 맥주를 마시는 문 대통령 (사진 출처 = 뉴시스)

‘대통령이 택하는 모든 것’
우표의 인기는 늘 있어왔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소비 경향은 대통령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찌감치 미국에서는 정치인의 정체성을 공유한다는 맥락에서 대통령 관련 상품 판매가 활발한 편이다. 선거 기간 동안에는 모자나 티셔츠를 제작 판매하여 후원금을 모으며, 퇴임 후에도 존경을 표하는 기념상품이 끊임없이 인기를 끌곤 한다. 국내에서는 선거 기간 내 상품 제작이 금지되어 있어 불가능했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이나 캐릭터가 인쇄된 다양한 상품이 제작·판매되면서,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관련 상품 (에코백, 휴대폰 케이스)
문재인 대통령 관련 상품 (시계, 티셔츠, 커피숍)

‘문템’ ‘이니굿즈’
이니굿즈(문재인 대통령의 별명 ‘이니’와 상품을 뜻하는 ‘굿즈(goods)’를 합성한 신조어)와 문템(문재인+아이템)은 대통령의 사진이나 캐릭터가 들어간 상품 또는 대통령이 사용하는 상품을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시점, ‘타임(TIME) 아시아판’ 잡지에 대통령의 사진이 표지로 실렸다. 잡지는 출간하자마자 품절되고 베스트셀러 1위로 등극하며 ‘이니굿즈’ 인기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곳곳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키링, 텀블러, 티셔츠 등 다양한 상품이 등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열렬한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도 ‘문템’에 관심을 가지는 요즘이다. 대통령이 착용하는 안경, 구두, 대통령이 마시는 음료 등 대통령 이 택하는 모든 것이 인기를 끈다. 최근 부암동에 자리한 한 커피숍은 대통령이 자주 가던 단골 카페로 알려 지면서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게다가 ‘문 블렌드’와 ‘문 라떼’를 주문하며 대통령의 원두 배합 레시피까지 유행하고 있다. 그동안 은 대통령의 자서전이나 소장품이 주목 받곤 했지만 최근 경향처럼 다방면에서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문화 현상이 된 건 드물었다. 그래서 더욱 이 특정 상품이 마케팅 효과를 얻는 것에 대해 우려가 따른다. 이를 테면 대통령이 착용한 구두는 시각장애인 유석영 씨가 만든 ‘아지오’ 라는 제품이었지만 안경은 60~70만 원선으로 알려진 덴마크의 명품브랜드라는 점이다. (최근 국산제품으로 안경테를 바꿨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대통령이 택하는 모든 상품이 관심의 중심이 된다는 걸 청와대에 서도 인지했던 것일까. 청와대 호프미팅에서는 지역 맥주인 달서맥주와 강서맥주를 택하는 등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애용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이러한 현상을 지켜본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낸다. 젊은 층이 정치에 관심 갖게 하고, 내수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호감 이미 지에 가려 정책 판단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인터뷰 박스]
대통령 관련 상품 인기에 대한 20대·30대 시민들의 생각은?

① A / 여성 / 20대 디자이너
실제로 지지자가 많기도 하고, 사람들 자신이 관심 있는 대상이 하는 걸 따라하고 싶은 현상인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무얼 쓰고 무얼 입는지 알고 싶고 따라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 표 같은 건 기념으로 남긴다고 해도 열쇠고리나 맥주, 셔츠 같은 건 각각의 물건이 소장 가치가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큰일 나는 게 아니니까 긍정적인 기대 효과 가 더 많을 것 같아요. 경제 활성화 같은 거요.

② B / 남성 / 20대 대학생
정책이나 국정운영에 있어서 정치인이 인기가 있는 것은 좋지 만 본질이 이미지정치로만 흘러갈까봐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치인은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국가정책사항이나 위기 인 한반도임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쇼통으로 흘러갈까봐 걱정 돼요.

③ C / 남성 / 30대 회사원
내수활성화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소상공인에 힘을 실어주는 좋은 기회 아닐까요.

④ D / 여성 / 20대 외국인
한국에도 이런 정치인 굿즈가 판매되고 있는지 몰랐어요.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왜 스타화되는지 이유와 가치를 모르겠어요. 홍보보다는 맡은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굿즈를 파는 사람이나 이러한 인기는 좋지 않아 보여요.

⑤ E / 남성 / 20대 대학생
현 정권에 대한 기대심리가 대통령에게 쏠리면서 생긴 현상 이 이니굿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 전 두 가지 다른 상품으로 갑론을박이 일어난 게 대통령이 신은 구두가 현재 없어진 중소기업의 구두였던 것과 반대로 대통령이 입은 셔츠는 해외 인기 브랜드 닥스였다는 점에서 상반된 의견이 많았잖아요. 저는 대통령이 현 상황을 인지한 만큼 국내 중소기업의 옷이 나 상품을 애용한다면 내수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⑥ F / 여성 / 20대 아티스트
대통령 굿즈가 나오는 자체가 행복하다. 영국의 왕실의 굿즈를 보면 왕가의 상징성을 통해 영국국민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높여주는데, 나에게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굿즈는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과 믿음을 주는 것 같다.

⑦ G / 남성 / 20대 마케팅 디렉터
곧 지나갈 유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중심리에 근간한 일시적 현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례없었던 일이기 때문에 높은 국정지지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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