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32호=권추호 주필] 

신앙에 있어 기독교와 불교는 종교와 정치 그리고 아들과 딸로 비유할 수 있다. 기독교는 연역적(演繹的)방법론을 통하여 종교적 목적을 먼저 세워놓고 믿음으로 이를 실천하는 종교라면 불교는 귀납적(歸納的)방법론을 통하여 고행의 과정을 거쳐 종교적 목적을 찾아가는 종교이다.

기독교와 불교가 아니라 종교와 정치라는 상대적 관계를 놓고 본다면 종교는 기독교적 믿음으로부터의 출발과 같고, 정치는 불교적 구도를 향한 고행과도 같다. 이것을 다시 인간의 인격적 관계와 비교하면, 기독교는 아버지를 마냥 믿고 따라가는 어린 자식과도 같으며 또한 상속을 받을 수 있는 선불제(先拂制)와 같다. 그리고 불교는 시집살이라는 고행을 통하여 비로소 인정받는 며느리와도 같으며 먼저 열심히 일하고 난 뒤에 녹을 받는 후불제(後拂制)와 같다.

기독교는 먼저 믿고 희생을 통한 실천(박애)을 행하면서 사랑을 깨닫자는 정적관계 우선의 종교와도 같고, 불교는 깨달음을 성취한 후 사랑(자비)이라는 자기희생을 행하자는 계약관계의 종교와도 같다. 따라서 그리스도교가 희생을 통한 사랑의 실천과 성령(聖靈) 체험을 통한 타력적 구원의 종교라면 불교(佛敎)는 고행을 통한 지혜의 추구와 깨달음을 통한 자력구원(自力救援)의 종교이다. 마틴루터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Jesus Christ)만이 진정한 신학이며 인간의 하나님 인식(認識)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불교는 3차원에서 출발해 4차원으로 옮아가는 종교요, 기독교는 4차원에서 출발함으로 인해 3차원을 건너뛴 종교이다. 이것이 기독교에 있어서 인격적 신(神)인 예수 그리스도와의 대자적 구원과 불교의 인격적 신(神)인 석가여래와의 즉자적 깨달음과의 차이성이다. 따라서 비교하자면 기독교는 유일신의 바탕위에서 그 뜻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자는 신 중심의 종교이다. 그런데 불교는 고행을 통하여 신(佛: 唯一)의 뜻을 지향하는 인간 중심의 종교이다. 그리고 기독교는 신학적 인격성의 비율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불교는 철학적 자연성의 비율이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기독교는 종교의 궁극적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님의 인격신인 그리스도의 영적 부활이 지금 여기에서 직접적으로 현현되는 타력적 종교요, 비록 그 내면은 다르지만 인도의 범아일여, 즉 브라흐만과 아트만의 합일 사상과 외피(外皮)는 같다고 하겠다. 불교는 부처의 인격신인 석가세존의 현현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초월세계에 도달하는 자력적 종교인데 그 궁극은 무아(無我), 즉 무(無)이다. 무는 집착으로부터의 해탈에는 긍적적일 수 있어도 한편으로는 허무주의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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