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위해 ‘바이버’로 문자 주고받아

안철수 전대표의 제보 조작 사과 / (사진츨처 = 뉴시스)

(시사매거진232호 = 주성진 기자) 지난 6월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특혜취업 의혹 조작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대선 당시 국민의당이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한 특혜 의혹은 현재 국민의당 당원이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의당은 지난 5월 5일 문준용 씨의 미국 파슨스 스쿨 동료의 증언을 근거로 ‘문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관련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개입 의혹’을 언론에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준용 씨의 유학 시절 룸메이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말할 때 아버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으며 아버지라고 부르지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는다”는 글을 올려 의혹을 반박하며 준용 씨를 옹호하였다. 또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본부 박광온 공보단장은 “국민의당에서 녹취록 공개한 분에 대해 알아보는 데 문준용 씨가 파슨스 스쿨에서 공부할 때 한국인 동기가 세 분 있었다”라며 “세 분은 국민의당과 인터뷰하지 않은 걸로 밝혀졌으며 동기 중에는 인터뷰 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팩트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2014년 4월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년ceo들과 함께하는 창고간담회에서 이유미씨와 박근혜전대통령이 함께한 사진 박근혜페이스북 캡쳐

6월 26일,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취업 특혜에 관한 의혹의 증거로 사용되었던 자료가 당시 제보하였던 국민의당 당원에 의해 직접 조작되었음을 알게 되었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였다. 같은 날, 검찰은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 자료를 조작하여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를 긴급 체포하고, 조작된 제보 내용을 국민의당에 전달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출국을 금지하였다. 이어 검찰은 이유미 씨가 녹취 파일을 조작한 사실을 인정하였으며, 이준서 전 최고위원도 조작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밝혔다.

6월 29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사안이 중대하여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이유미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하였고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기자 간담회에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5월 1일 이유미 씨의 카카오톡 제보를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바이버 문자로 보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이 이유미 씨가 조작한 자료를 박 전 대표에게 보낸 뒤 “박지원 대표님. 어떻게 하면 좀 더 이슈를 만들 수 있을까요?”라고 문의하였으나, 당시 박 전 대표는 추가로 개설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어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유밌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카톡내용 / (사진출처 = YTN뉴스타워)

또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SBS 인터뷰에서 이유미 씨가 이 전 최고위원에게 5월 8일 “사실대로 모든 걸 말하면 국민의당은 망하는 것이라고 하셔서 아무 말도 아무것도 못하겠다. 너무나 후회되고 힘들어서 거의 잠을 못 잤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져, 이유미 씨가 조작 사실을 5월 9일 선거 전에 알렸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며 이용주 의원은 해당 대목을 누락하여 발표한 이유에 대해 “구두로 들었지 자료로 가지고 있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6월 30일, 이유미 씨의 변호인인 차현일 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유미 씨가 본인의 단독 범행이라고 진술했다는 이용주 의원의 설명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자신이 송강 변호사의 휴대전화로 이용주 의원과 한 차례 통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지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은 지난 25일 오전 이유미 씨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고소 취하를 부탁드린다”, “구속당한다고 하니 너무 두렵다. 죽고 싶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진상조사단장인 김관영 의원으로부터 “이유미의 단독 범행이 맞다는 취지로 보고를 받았다”고 말하며 안 전 대표는 이날 진상조사단의 대면 조사에서 6월 25일 이용주 의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조작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제보기사 관련 캡쳐

한편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은 7월 3일 기자 회견을 열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김관영 진상조사단장은 국민의당이 증거 조작 사실을 최초로 인지한 시점은 6월 24일이며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조작 지시한 것 없다. 윗선에서 지시한 것도 없다”고 주장하며 김관영 진상조서단장은 4일 CBS·PBC 라디오에 출연하여 이유미 씨가 이 전 최고위원에게 “사실대로 모든 걸 말하면 국민의당은 망하는 거라고 하셔서 아무 말도 못 하겠어요”라고 보낸 메시지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검찰 수사로 밝혀야 한다”며, “이 전 최고위원은 이유미가 바이버를 사용하는 게 생각났고, 바이버로 불러 ‘사실대로’가 무슨 말이냐고 물어봤더니 이유미가 말을 어물어물 이상하게 해 이해를 못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최고의원과 이유미 씨의 남동생 이 모에 대하여 “혐의가 인정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는 이유로 사전 구속 영장을 청구 1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하였다. 또 법원은 “증거인멸이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이유미 씨의 남동생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는 기각하였다.

※ ‘바이버’는 '전 세계 2억 명 이상이 가입한 모바일 메신저 앱이다. 이스라엘에서 개발돼 2010년 1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한국에서 바이버는 카카오톡과 네이버 라인 등에 밀려 인기가 높은 편은 아니다. 보안에 민감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보안을 이유로 메신저 서비스를 바꾼다는 의미로 쓰이는 ‘사이버 망명(Cyber Asylum)’의 거점 중 하나다. 비밀 채팅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해외 기업이라는 점에서 ‘망명’ 활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문준용 씨 제보조작 사건으로 창당 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국민의당에서 호남 지역 당원들을 중심으로 집단 탈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지기반 붕괴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책임있는 사과 부재와 당 차원의 진정성 있는 조사가 아니라 모든 것을 한 개인에게 떠넘기려는 행동 양상이 국민들에게 불신을 초래한 것이다.

7월 4일 국민의당에 따르면 황주홍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장흥의 김화자 군의원은 최근 탈당계를 제출했다. 그는 제보 조작 사태로 더 이상 당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탈당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박홍률 목포시장도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민심이 좋지 않다. 중앙당에서도 해체설 등이 나오니 시민들의 민심을 살피겠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해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일부 인사들이 탈당을 언급하면서 당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유감없이 드러내자 남 얘기를 하느냐는 반응이 나왔으며 김정화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제를 수습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당에서 ‘당을 해체해야 할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정계은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무책임하게 제기되고 있다며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질타했다.

특히 광주에서는 시의원과 구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입당과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이미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한 일반 당원이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중앙당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의원실의 보좌진은 사표를 제출했고, 상대적으로 젊은 연차의 보좌진과 당직자들이 다른 정당으로의 이직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의원의 탈당 움직임은 내년으로 예정된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와 맞붙어 이길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탈당 움직임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발표했는데,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5%를 기록하며 최하위로 떨어졌다.

과연 이유미 씨 단독으로 조작했는지가 의문이다. 보고 받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검증단계를 거치지 않았는지, 아니면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네거티브선거전에만 치중한 나머지 방어 없이 공격만 하고 총대를 매게 한 것인지,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선대위원장은 정말 보고를 받지 못하고 이유미 씨 단독으로 조작하였는지, 이유미 씨의 억울함 호소는 무슨 의미인지 숱한 궁금증이 자아내는 가운데 국민의당의 빠른 조치가 의혹을 더욱 일깨우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유미 씨는 여수 출생으로, 고려대를 졸업하고 벤처기업을 운영하였다. 안 전 대표가 교수 시절 가르쳤던 제자이자 청춘콘서트 서포터즈 활동을 매개로 2012년 대선 캠프에 참여한 인물이다. 이번 19대 대선에서도 안철수 후보의 최측근으로 캠프활동에 참여하였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출신으로, 대리운전 등 비정규직 일자리부터 시작하여 현재 에코준컴퍼니라는 소셜벤쳐 사업가로 성공했다. 2016년 1월 국민의당의 인재영입 1호로 입당해 동년 7월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인선한 11명의 비대위원 중 청년비대위원을 역임하였다. 그리고 2017년 5월 19대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의 최측근으로 활동해 이번 조작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받고 있다.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내걸었던 새정치, 희망, 진심은 이제 구정치, 절망, 거짓이 되고 말았다. 당 홈페이지에는 정치공작을 비판하는 글들이 가득하며 너무도 창피하다는 당원의 반성글에서부터 당을 해산하고 안철수 전 대표는 정계를 떠나라는 성난 글까지 올라와 있다. 또한 혼이 비정상인 국민기만당이라든가 ‘국민 속으로’가 아니라 ‘국민 속이러’ 가겠습니다 등의 비아냥거리는 글도 있다. 국민의당은 박주선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당 지도부 인사들이 연신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마치 남 얘기 하듯 꼬리자르기식으로 당 지도부의 지시 여부 등 조작 관련성과는 선을 긋는 분위기며 그러면서 특혜채용 의혹과 증거조작 사건을 특검이 동시에 수사하는 카드를 제시했다.

지금은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당 차원에서 잘못된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시점이지 물타기식으로 정치적 꼼수를 구상할 때가 아니다. 안 전 대표가 지금도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뚜벅뚜벅 걷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 정치적 무한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하며 그나마 남아 있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국민의당이라는 당명에서 ‘국민’을 빼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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