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생산체제 갖춰 세계 각국에 고품질, 고효율 펌프 지속적으로 공급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자원빈국에서는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제가 좌우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펌프는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절감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프라다. 펌프 시스템은 에너지 민감도가 높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효율 펌프는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산업기기로 간주된다.

 세계 최대 물 공급기업인 영국의 Thames Water가 발표한 펌프수명주기비용에 따르면, 펌프의 구매부터 폐기까지의 비용을 100으로 볼 때 초기 구매 비용은 5%, 유지 및 보수비용은 10%, 전력비용은 무려 85%를 차지한다. 세계적인 펌프 제조 기업인 그런포스(Grundfos)는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한 책임으로 펌프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해 재활용 비율이 약 90〜99%에 이른다. 또한 신제품을 개발할 때에는 이전 모델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만을 개발하고 있다.
 
그런포스는 1945년에 덴마크의 벤처 발명가 폴 듀 옌슨(Poul Due Jensen)이 설립한 펌프 회사로, 연간 1,600만 대 이상의 펌프를 생산한다. 40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펌프와 펌프 시스템을 급수 및 냉난방, 첨단산업 분야 등에 광범위하게 공급하고 있는 그런포스는 관련 시장의 선두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그런포스는 펌프 외에도 표준 및 수중 모터, 펌프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최첨단 전자장치를 생산한다. 이러한 제품들은 신규 사업 활동의 일환으로 BioBooster와 Lifelink 사업부에서 생산하고 있다.
 
농부의 부탁으로 농가 창고에서 펌프 만든 게 시작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330㎢ 떨어진 소도시 베어링브로에 위치한 그런포스는 한 농가 창고에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원래 배관기술자였던 폴 듀 옌슨이 한 농부의 부탁을 받고 펌프를 만든 것을 계기로 그런포스를 창업하게 된 것이다. 이후 오롯이 개척정신과 품질 우선주의의 정신을 바탕으로 펌프 산업 외길을 걸었고, 그 결과 전세계 56개국에 80개의 자회사를 운영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2003년에는 포춘지가 선정한 ‘유럽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대 기업’ 순위에 이름을 올렸고, 2007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뽑히기도 했다.
 
우리 눈에 쉽게 띄지 않지만 그런포스의 펌프는 누구나 알만한 주요 건물에 적용돼 있다. 영국 버킹엄궁, 중국 인민대회당,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러시아 볼쇼이극방, 오스트리아 포르쉐 공장, 덴마크 칼스버그 맥주 생산 공장, 독일 월드컵 주경기장, 아테네 올림픽 주경기장 외에도 우리나라의 63빌딩, 타워팰리스, 파이낸스센터 등이 그런포스의 펌프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주요 건물들은 왜 그런포스 펌프가 다 점령하고 있는 것일까. 정답은 아주 간단하다. 제품의 우수성 때문이다.
 
그런포스는 연구개발에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베어링브로에 본사, 공장과 함께 자리한 펌프기술연구소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데, 이곳에서는 650여 명에 달하는 석·박사급 연구 인력이 보다 우수한 펌프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그런포스는 연구 개발을 위해 매년 매출액의 약 5%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연구 개발에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자한 결과 그런포스는 창립 이래 65년간 400여 개 특허를 출원했으며, 신제품 개발 시 기존 제품 대비 5% 이상이 효율 개선과 3% 이상의 재료 절감을 달성한 경우에만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에너지효율 A등급을 자랑하는 순환펌프
 
에너지 효율성은 그런포스 펌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자랑이다. 펌프 내에 고효율 모터, 드라이브, 제어 및 모니터링 시스템이 내장돼 있어 용수처리 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한 예로 그런포스의 고효율 모터와 가변 주파수 운전기기를 적용할 경우 펌프의 평균 에너지 소비를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다.
 
2007년 11월에는 세계 최초로 에너지효율 A등급의 순환펌프 ‘Alpha2’를 선보였다. 일반 가정의 냉난방에 주로 쓰이는 순환펌프는 산업분야에서 생산설비의 주요 부품으로 사용되거나 생산설비 유지 목적으로도 이용된다. 그런포스의 순환펌프는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기존의 순환펌프와 달리 전자동 조정 기능이 이어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맞게 필요할 때에만 작동한다. 이를 통해 기존 펌프 대비 1/6에 해당하는 전기만 소요된다. Alpha2는 출시 직후부터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현재 순환펌프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Magna’는 영구 자석과 콤팩트한 고정자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통신장비와 전자적 속도 제어 모터를 장착한 순환펌프다. Magna는 히팅 시스템을 자동으로 분석해 상황에 맞게 최적의 설정으로 자동 변경돼 적용시키기 때문에 펌프 사용 시 최적의 편의성과 최소 에너지로 높은 효율을 보이다. 또한 소음이 낮고 수명이 길어 특별한 유지보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인간 중심적 기업가치 실현과 지속적 인재 양성
 
그런포스는 각 자회사의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을 대부분 현지인으로 고용한다. 각 현지 실정에 맞는 경영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그룹과 각 자회사 간 높은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덴마크 베이링브로의 대규모 생산시설을 거점으로 중국, 브라질, 러시아, 헝가리, 영국, 독일, 미국 등에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춰 세계 각국에 고품질, 고효율의 펌프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2001년 그런포스는 인간 중심적 기업가치 실현과 지속적인 인재양성을 위해 폴 듀 옌슨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전세계 임직원들이 펌프 이론과 기술은 물론 다양한 직무교육 및 리더십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4년에 한번씩 ‘그런포스 올림픽’을 개최해 전세계 곳곳에서 일하고 있는 그런포스 직원들을 한데 모아 심신단련과 친선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직원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아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직원들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틀린 말이다. 직원들이 바로 회사다. 자산이 아니라 그들이 바로 회사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직원들에게 투자하고, 그들의 지식을 늘리고, 서로의 이해수준을 높이고, 그들과 소통하고,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려고 하는 것이다.”
 
칼스턴 비야그(Carsten Bjerg) 그런포스 사장의 말이다. 이 말만으로도 그런포스가 직원들을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대하는지 알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 펌프 솔루션 개발
 
그런포스는 다양한 사회공헌활동과 친환경, 윤리경영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지속가능경영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펌프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후 변화 및 물 부족 위기에 심도 있는 연구를 실시, 오래전부터 최첨단 그린 펌프 솔루션을 개발해 왔다.
 
1980년대부터 태양광 및 풍력을 이용하는 펌프 솔루션을 개발하며 그런포스는 일찍이 신재생 에너지 펌프분야를 선도해왔다. 에너지 절감을 극대화하는 고효율 속도제어 펌프, 태양광 및 풍력 펌프, 오·폐수처리, 살균·소득, 해수 담수화, 빗물 재활용 솔루션 등이 그것이다.
 
2006년에는 ‘그런포스 환경경영기구’를 설립해 그룹의 친환경 경영 추진 및 신재생에너지 제품 개발 지원, 환경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2009년에는 ‘Future NOW’ 캠페인을 통해 ‘제15회 코펜하겐 기후변화 협약’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을 도모했다. 기후변화 협약 참가국들이 적극적으로 협약에 서명하도록 호소한 것은 물론 기후변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견을 담은 1,000개의 동영상 탄원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캠페인뿐만이 아니었다. 코펜하겐 기후변화 협약 개최 장소인 벨라센터에 설치된 펌프 시스템의 60%에 해당하는 107개의 펌프를 그런포스의 Magna TPE 펌프로 교체했다. 이는 일반 정속펌프 대비 최대 30〜50% 이상의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는 펌프다.
 
물 부족 국가를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 ‘Water 2 Life’
 
지난 2006년 그런포스는 키르기즈스탄의 시골 지역 주민들이 경제적인 부담을 받지 않고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태양열 시스템 SQFlex 50대를 공급했다. 그곳 마을 주민들은 사람의 식수는 물론 1,000마리나 되는 소, 염소, 말에게 먹일 물이 턱없이 부족해 이웃마을에 물을 구하러 가곤 했다. 하지만 그 마을사람들이 도둑으로 오인, 폭력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어쩔 수 없이 마을 개천물을 식수로 사용하게 됐는데, 오염된 개천물로 인해 질병이 번지는 불행이 이어지고 있었다.
 
또한 전통적으로 키르기즈스탄 주민들은 더운 여름에 물을 공급받기 위해 가축을 데리고 마을을 떠나 거대한 호수가 있는 고도 3,000m 산악지대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기 때문에 여름 동안 마을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그런포스가 키르기즈스탄 시 당국과 협의해 태양열 펌프를 설치하게 됐고, 이를 통해 마을 주민들은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여전히 그곳 주민들은 유목생활을 하고 있지만 태양열 펌프 설치 후 일부 주민은 마을에 남아 그들의 터전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이후 그런포스는 물 부족 국가의 가난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글로벌 프로젝트인 ‘Water 2 Life’를 진행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Water 2 Life’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로 덴마크 적십자와 협력해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다.
 
시작은 케냐였다. 약 2,500만 명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인식해 2012년까지 Lifelink 시스템 10기를 설치한다는 목표로 2010년 10월 시작된 ‘Water 2 Life’는 태양열에너지를 이용하는 지하수 공급용 펌프인 SQ Flex제품을 설치, 유지보수는 물론 경제적 지원까지 아끼지 않았다.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했던 아이티에는 미국의 국제구호기관인 Water Mission International과 공조해 태양광 펌프 시스템을 공급했다. 이는 전력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전력 공급 인프라가 미비하거나 상수도 시설이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은 아이티에 적합한 제품이었다. 그런포스는 아이티 대지진 이후 총 20대의 태양광 펌프시스템을 기부했다.
 
그런포스는 오로지 펌프 산업이라는 한 우물만 파서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나눌 줄 알고 돌볼 줄 아는 배려와 사랑이 있었기에 지속가능한 그런포스의 토대가 마련됐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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