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인구가 급속하게 증가, 빈곤층의 증가 원인은 양극화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벽을 수년째 넘지 못하고 있다.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빨리 열어야 한다고 아우성이지만 우리 사회에는 절대적인 삶의 조건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이웃들도 많다. 한 조사에 따르면 동일한 암에 걸리더라도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생존율 8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심지어 이런 불평등이 대물림까지 되고 있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각종 언론에서는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아직까지 기본적인 삶의 조건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빈부격차가 크다는 건 그간 몇몇 통계를 통해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2010년 한국의 최상위 10% 가구가 얻은 평균 소득이 하위 10% 가구의 10.5배에 달했다. 1993년만 해도 6.8배였으나 외환위기가 터진 1998년 9.8배까지 치솟았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9배 전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국세청이 조사한 ‘2013년 근로소득 및 통합소득 100분위 자료’에 따르면 근로소득과 금융·임대 소득 등을 합친 통합소득 기준으로 상위 10만 명은 2013년 한 해 동안 평균 4억 7000만 원씩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소득 최상위 100명의 1인당 2013년 평균 소득은 212억 9900만 원으로 조사됐다. ‘통합소득 100분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상위 1퍼센트의 평균 소득은 중위소득의 15.1배에 달했으며 과세 미달자 560만 명을 포함해 비교하면 상위 1퍼센트의 평균 소득은 중위 소득의 22.6배까지 치솟는다.
 
양 계층 간 소득격차가 클수록 빈부격차가 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9번째로 한국보다 소득격차가 큰 나라는 8개국에 불과했다. 10분위 배율이 가장 큰 나라는 멕시코(28.5배)였고 이어 칠레(26.5배), 미국(15.9배), 터키(15.1배), 이스라엘(13.6배), 스페인(13.1배), 그리스(10.8배), 일본(10.7배) 등의 순이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9.4배였다. 소득이 빈곤선 미만인 인구의 비율을 뜻하는 상대적 빈곤율도 14.9%로 이스라엘과 멕시코, 터키 등에 이어 8번째로 높았다. 인구 중 빈곤층의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빈곤율은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13.5%)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지난 6월22일 통계청이 발표한 ‘일자리통계를 통해 본 임금근로일자리별 소득(보수) 분포 분석’에서도 소득빈부격차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말단사원부터 임원급까지 모든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의 평균값이 평균소득은 329만 원, 전체 근로자 중 중간 정도에 위치한 사람들이 받는 임금이 중위소득은 241만 원이다. 빈부격차가 큰 사회에서는 중위소득이 평균소득보다 비교적 체감 소득에 가깝다. 중위소득의 50~150% 미만인 임금근로자는 전체의 56.4%를 점유한다. 150% 이상인 근로자는 30.2%, 50% 미만(상대적 빈곤율)은 13.4% 수준이다.
 
이 수치로만 보면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아 보이지만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취약근로계층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실제 저임금 근로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빈부격차는 남녀 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남자의 평균소득은 390만 원, 중위소득은 300만 원이인데 반해 여자는 각각 236만 원, 179만 원으로 조사됐다. 소득구간 분포를 보면 350만 원 이상을 받는 남자는 전체의 41.4%를 차지하지만 여자는 16.8%에 그쳤다.
 
빈곤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점은 이들 대부분이 아무런 사회적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빈부격차와 불평등 문제를 정치를 통해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 근로자의 날인 지난 5월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127주년 세계노동절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최저시급 만원 보장 등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빈곤 대물림
 
빈곤층의 증가 원인은 양극화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불평등과 빈곤이 증가했고 이 경향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외환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경제구조가 재편됐고 우리 사회는 점차 양극화돼 갔다. 산업, 수출이 양극화되고 있으며 기업실적의 양극화, 주가의 양극화, 고용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산층이 얇아지면서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다. 소득은 높아도 의료비, 교육비를 많이 써서 실질적으로는 최저생계비 이하 생활을 해야 하는 빈곤위험계층도 184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여차하면 빈곤층을 전락할 사람들이다. 빈곤층들은 또 연금에서 조차 배제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기초수급 자의 72.9%, 차상위계층은 71.2%가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연금에서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연금의 혜택조차 못 입고 있는 빈곤은 그대로 대물림되기 십상이다.
 
생존율도 빈부격차
 
같은 암에 걸리더라도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생존율이 뚜렷하게 더 높다. 지난 2013년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건강 형평성 현황 및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층의 암 생존율이 저소득층보다 뚜렷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 4만 3,000여 명의 소득계층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남성 기준 소득 5분위(상위 20%)와 1분위(하위 20%)의 암 환자 5년 생존율이 각각 37.84%, 24.04%로 무려 13.8%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경우에도 암 환자 5년 생존율이 소득 5분위 60.81%, 소득 1분위 52.35%로 7.46%의 차이가 났다. 이 조사는 지난해 윤태호 부산대 교수 등이 국가암등록자료와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한 것이다.
 
정최경희 이화여대 교수 등이 한국건강형평성학회에 발표한 ‘교육수준별 사망률 격차’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현실을 말해준다. 2010년 기준 30~44세 여성 중 중졸 이하 학력집단의 사망률은 대졸 이상 집단의 8.1배에 달했다. 30~44세 중졸 이하 남성 사망률도 대졸 이상의 8.4배로 나타났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건강 불평등 세습사회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교육과의 관계에서 ‘빈곤-저교육-저숙련-저생산성-저소득-빈곤’의 순환구조로 나타나고, 건강과의 관계에선 ‘빈곤-불건강-저생산성-저소득-빈곤’으로 나타난다. 빈곤은 저교육과 불건강을 통해 더 깊은 빈곤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교육이 빈부격차 고착화시켜
 
20∼30년 전만 해도 서민들에게 교육은 계층 상승의 주요 수단이었다. 시골에서 소 팔고 논 팔아 일류대학에 들어가 열심히 노력하면 번듯한 직장은 물론,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상류사회로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돈 없는 사람들은 그런 꿈을 접어야 할 정도로 소득에 의한 계층의 고착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도시근로자가구의 교육비 지출 현황을 보면 최상위와 최하위 계층간 교육비 지출 격차는 6배가 넘는다. 이에 따른 교육소비의 불균형도 심해져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만으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대열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사교육비 지출 여력이 없는 서민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형국이다.
 
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기초학력 도달정도 비교결과 급식지원자 비율이 높은 가난한 지역의 학생들이 급식지원자 비율이 낮은 잘사는 지역보다 학력이 매우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저학력이 곧바로 가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요즘 사회현상이다.
 
경쟁사회에서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사교육비의 급감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수한 저소득층 자녀들에 대한 국비지원을 대폭 늘려서라도 교육소비의 기회를 고르게 주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의 경제력이 모자라 저학력과 가난을 한꺼번에 물려받아야 하는 문제는 해소돼야 한다. 저소득층 자녀가 저학력 학생으로, 다시 저학력 학생이 저소득층으로 이어져서는 기회균등 원칙에 어긋나고 우리 사회의 발전도 기대하기 힘들다. 사회의 지원체제 미흡에서 초래되는 ‘가난의 대물림 사슬’은 끊어버려야 한다.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성적 좌우
 
학생의 성적이 부모의 재력에 달렸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수험생의 수능 성적이 부모의 재력과 정확하게 비례했다’는 김경근 고려대 교수의 조사 결과는 이런 상식을 수치로 입증했다는 의미밖에 갖지 못한다. 그러나 학교 교육과 본인의 노력에 대한 믿음을 포기할 수 없는 많은 저소득 가정의 학부모들에게 치명적인 의미를 지닌다. 부모의 가난은 아이들의 낮은 성적과 아이들의 저교육, 그리고 가난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의 조사 결과는 가난의 악순환을 세 가지 형태로 제시한 미국 경제학자 래그니 넉시의 설명을 떠올린다. 첫째는 저개발국 차원에서 나타나는 악순환이고, 둘째와 셋째는 저소득 가계에서 나타나는 악순환이다. 교육과의 관계에서는 ‘빈곤-저교육-저숙련-저생산성-저소득-빈곤’의 순환구조로 나타나고, 건강과의 관계에선 ‘빈곤-불건강-저생산성-저소득-빈곤’으로 나타난다. 빈곤은 저교육과 불건강을 통해 더 깊은 빈곤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 경제규모는 세계 11위라지만, 빈부격차에 따른 양극화 현상은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등장했다. 빈곤층은 이제 716만 명에 이르렀다.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적 양극화의 해소를 핵심적 과제로 삼고 해법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당시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인 조처에만 주목해 경제적 양극화 해소는 이루지 못했었다. 이명박 정권에서도 양극화는 크게 해소되지 못했으며 오히려 그 양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양극화 해법이라면 그 중심에 교육 문제를 놓아야 한다. 부모의 가난이 아이들의 더 큰 가난으로 이어지는 한 양극화는 해소될 수 없다. 교육을 매개로 한 빈부의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 그러자면 모든 아이들이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누리도록 해야 한다. [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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