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지역만 선별규제···“실효성 없어” vs “장기간 지켜봐야” 의견 분분

 

   
▲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첫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4단지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정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씩 강화하기로 밝히며 서울 전역과 부산·경기·세종 등 40개 지역에 적용되는 LTV를 70%에서 60%로, DTI는 60%에서 50%로 조정된다.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의 큰 축은 분양시장 규제와 대출규제다. 과열 지역에 대한 선별적 규제로 투기를 진정시키고 실수요자는 보호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대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실수요자를 배려한 세심이란 정책이라는 평이 많지만 여전히 시장 과열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엇갈린 분석 속에서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과연 얼마만큼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일단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지난 6월 1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6·19대책)’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전역과 경기·부산·세종 일부 지역 등 40개 지역이다. 조정대상지역은 지난 11·3 대책 때 37곳이 선정됐지만 이번 6·19 대책에서 경기 광명, 부산진구, 부산 기장 등 3곳이 추가됐다. 정부가 40개 지역에 집중적으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최근 이들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다른 지역에 비해 과열 조짐이 컸기 때문이다.
 
조정대상지역 선정기준은 주택가격과 청약경쟁률 등 정량지표를 충족하는 지역 중 지역의 경제여건과 정비사업, 공공택지 개발 등을 고려해 과열우려가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선정됐다. 지난 5월 5주 서울 아파트 가격 주간 평균 상승률은 0.28%로 2009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특히 재건축 예정 아파트가 밀집된 강남4구와 목동, 여의도 등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또 지난해 조정 대상지역으로 선정된 경기 과천(0.13), 부산 해운대(0.18%) 등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 지난 6월18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지금지구신안인스빌퍼스트포레’ 견본주택에 주말을 포함한 3일간 3만 5000여 명이 몰리며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신안인스빌 분양관계자는 “다산지금지구에서 마지막으로 분양하는 단지인 데다, 단지 주변으로 공원, 학교, 행정타운 등 각종 인프라까지 잘 갖춰 수요자 반응이 매우 뜨겁다”며“다산신도시는 이미 청약조정대상 지역에 포함되어 타 지역보다 진입이 까다로운데, 앞으로 나올 대책까지 적용되면 청약 및 대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빠르게 청약을 결정짓는 방문객도 많았다”고 밝혔다.
 
청약 시장에도 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의 청약경쟁률은 20.1대 1로 비 선정지역의 9.4대 1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11·3 대책 때 전매제한기간을 강화했지만 올해 4월까지 서울과 부산 지역의 누계 전매거래량은 지난해 전체와 비슷한 수준까지 늘었다. 이에 정부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거나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초과하는 경우(국민주택 규모 이하는 10대 1), 주택보급률이나 자가주택비율이 전국 평균 이하인 곳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투자수요는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주거환경 개선, 집값 상승 기대가 높은 서울 등 일부지역으로 집중되며 국지적 과열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며 “과열 지역 내에서도 재건축 예정단지 등 노후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으나 점차 신규 아파트 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 입주 물량 증가 등 조정 요인에 따라 현재 나타나는 지역별 차별화 양상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며 “수요 위축지역은 하락세가 심화되는 반면 집값 상승 예상지역은 투자수요 증가로 과열심화 등 양극화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지원하는 등 선별적으로 맞춤형 규제가 적용된다. 서민과 무주택 실수요자는 기존의 LTV와 DTI규제비율을 유지한다. 부실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실수요자는 자금공급 규모를 유지해 내집마련을 지원한다. 이에 실수요 위주의 시장구조 조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올 하반기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된 데다 입주물량도 증가하는 등 주택시장 조정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번에 시장에 과도한 충격을 주는 것보다 우선 선별적조치를 취한 뒤 향후 시장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단 얘기다. 단 이번 조치에도 과열이 지속되는 경우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는 조정 대상지역에 대해서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씩 강화하는 등 선별적 대응에 주력하기로 했다. 서울 전역과 부산·경기·세종 등 40개 지역에 적용되는 LTV를 70%에서 60%로, DTI는 60%에서 50%로 조정된다. 다만 서민층과 무주택 세대에 대해서는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기존 LTV·DTI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전매제한기간 연장, 청약1순위 자격제한,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대출규제,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재건축 공급 주택 수 제한 등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또 올해 들어 주택 시장 과열 조짐이 뚜렷한 서울 지역의 경우 전매제한기간을 공공·민간 택지 모두 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로 강화하기로 했다.
 
   
▲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지난 6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 대응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의 큰 축은 분양시장 규제와 대출규제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이번에는 ‘중상’ 수준의 강도로 대응을 하고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투기 과열지역 지정 등 더 강도가 강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책을 내놨다”고 밝혔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처음부터 강력한 규제 정책보다는 과열 지역 위주의 선별적인 정책을 내놓은 데는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입장에서도 올 하반기 금리인상과 입주물량 등이 있어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LTV· DTI 일괄적용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과도하게 규제를 할 경우 투기 세력뿐 아니라 내 집마련을 준비하는 무주택자 실수요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선보인 부동산 규제 대책을 두고 실수요자를 배려한 세심이란 정책이라는 평이 많지만 여전히 시장 과열양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3대책과 연초 대출규제를 연이어 추진했지만 새정부 들어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저금리에 이미 시장유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재건축 단지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는 재건축을 잡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때보다 지금 주택시장은 서울·부산과 지방 사이 양극화가 더욱 커졌다. 돈이 되는 곳에만 몰리는 현상이 계속되는, 그들만의 리그가 더욱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재건축 과열양상을 잡지 못하면 본질적으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근 주택시장이 과열되며 정부가 부동산시장 합동점검에 나선 가운데 단속반들이 지난 6월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를 돌아보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전매제한을 확대했지만 이미 지난해 11·3 대책 때 전매제한을 강화했을 때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던 단지들이 하나둘씩 전매제한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여전히 투기 세력이 몰릴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올해 5월 고덕 그라시움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전매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져 과열이 발생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연구위원은 “아무리 서울 전역으로 전매제한을 하더라도 전매제한을 피해갔던 이전 단지들의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당분간 분양권 거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 전역으로 전매제한을 확대한 것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 올해 보라매SK뷰는 전매제한이 1년 밖에 되지 않아 엄청난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이에 이번 대책으로 실수요자가 아닌 전매를 목적으로 한 투자 수요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들은 이번 정부의 정책이 뼈를 깎는 대대적인 수술이 아닌 일부 다친 부분만 도려내는 맞춤형 규제라고 보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강력한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이 갑자기 크게 위축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무주택세대주나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주택가격 5억 원 이하인 서민·실수요자는 규제비율 강화 대상에서 빠지는 등 실수요자 혜택은 유지하고 투기 세력은 잡는 세심한 정책이라는 반응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투기 세력은 잡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는 핀셋 규제라 당장 큰 타격은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시장 상황을 좀 더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단기간에 신규 분양 시장 미칠 영향은 한정적이다. 오히려 투기 수요 줄면 건설사 입장에서 편하다”면서 “이번 규제로 과열되는 분위기가 진정되고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문재인 정부의 기조는 광범위적인 시장 정책이 아니라 국지적으로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선별적으로 규제를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지정,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수도권 확대 등 강력한 규제 카드를 쥐고 있고, 이미 시장에 규제 시그널을 준만큼 단기간에 또 다시 시장 과열이 재발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에 정부가 재건축사업에서 조합원에게 할당하는 주택 개수를 제한한 것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DTI를 규제한 것은 강남 투기수요를 막는데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투자자들의 경우 전세를 놓기 때문에 DTI 규제가 의미가 없다”며 “서울에서 투자하려는 수요는 전매제한 규제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참여정부 부동산시장 실패 역시 재건축 시장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강남 재건축과 같은 그들만의 리그가 더욱 강화하고 있는데 이번 대책에는 이 같은 재건축 규제가 빠졌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인해 투기 세력이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리거나 규제 대상에 빠진 지역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포트폴리오를 갑자기 바꿀 수는 없지만 아파트 분양 시장이 위축되면 오피스텔이나 상가 시장으로 상품을 교체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내년 지자체 선거에 한차례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국토부는 “오피스텔은 법상 주택은 아니지만, 실제 주택시장과 맞물려서 돌아간다. 이것은 관련 세제 등 시장을 관리하는 수준으로 적절하다”라며 “다만 오피스텔 거래와 관련된 실거래가 신고와 관련해 잘못 이뤄진 부분이 있는지는 철저히 모니터링 하고 관리해서 세금 탈루가 없도록 할 계획이다”이라고 밝혔다. [사진_뉴시스]
 
<  박선호 주택토지실장과의 일문일답 >
 
- 최근 갭투자 얘기가 나온다. 어떤 대책 검토하나.
“갭투자가 일부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는 문제는 집값대비 전세값, 즉 전세율이 높아서다. 근본적으로 전세율을 낮추기 위해서 전셋값을 안정화하려면 공공 임대주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소유이던 임대이던 간에 공급의 힘으로 작용하는 데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현재 정부가 준비 중인 것은 공적 임대주택을 17만호씩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세부적인 실행게획을 머지않은 시점에 따로 발표할 예정이다. 스스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대학생 청년, 노인, 대학생 등 청사진도 함께 준비해서 발표하겠다. 일부 대책으로 인해 공급의 위축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 서울의 경우 올해 입주 물량이 10만 5000호로 예년 평균 수준이다. 다만 다른 경기 등 일부 지역에서는 과잉공급이 우려된다.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교통접근성 좋은 지역 중심으로 해서 계속 확충할 예정이다. 대신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지역은 미분양 제도 중심으로 과잉공급이 확대되지 않도록 계속 관리해 나가겠다.“
 
- 재건축 유예, 재개발의 경우 규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에 상응하는 재개발 규제를 신설을 검토한 적 없고, 검토할 계획 없다. 재건축사업과 재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볼 필요 없다. 재개발사업은 서민 주거 환경을 위해 이뤄지는 측면이 많다. 이를 고려했을 때 일반적인 재건축 규제를 적용하는 게 맞지 않다.”
 
- 국토부 장관 임명전인데 대책을 급하게 내놓는 이유는 무엇인가?
“신임 장관이 아직 임명이 안됐다. 사실은 부동산 시장안정과 관련된 정부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이 대책을 준비해왔고, 신임 장관 청문회 준비도 겹쳤기 때문에 현 장관은 물론 신임 장관도 지속적으로 대책 방향을 상의했다. 그런 결과를 담아 이런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 신임 장관 후보자는 서민주거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청문회 통해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취약계층 문제. 공공주택 등과 함께 집값, 전셋값 안정이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대책 마련했다.”
 
- 서울은 과열 걱정해야 하지만, 지방은 침체 걱정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나 관리계획은 없는지?
“오늘 대책에도 일부 있지만, 정부는 주택 시장이 전반적으로 과열돼 있다고 진단한 게 아니다. 지역별로 차별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지난 3월말 발의된 주택법 개정안을 보면, 과도한 위축·침체가 있는 지역도 대상 지구로 선정해서 청약 관련 규제 완화, 금융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시장 상황에 맞게 과열되면 진정시키고, 과도하게 위축된 부분은 지원할 것이다. 신규주택 공급을 제어할 수 있는 미분양 관리제도 실효성도 강화할 것이다. 미분양이 많이 발생하면, 공공부문에서 매입해서 공공임대주택으로 기능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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