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기본료 폐지 결국 백지화, 선택약정 할인율 25%로 상향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6월 22일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가계 통신비 인하 대책 중 핵심인 휴대전화 기본료 1만 1000원 일괄 폐지 공약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애초에 현실 가능성이 적었던 공약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대대적으로 띄운 탓에 새 정부의 공약 불이행에 대한 정치적 부담만 커지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올 하반기 중으로 기초연금수급자들에 대해 월 1만 1000원의 통신비를 감면하고 기존에 감면 혜택을 받아온 저소득층에 대해선 1만 1000원을 추가 감면한다. 국정기획위는 이 같은 요금 감면 확대에 따라 약 329만 명이 연 5173억 원의 감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선택약정할인율은 현행 20%에서 25%로 오를 예정이다. 선택약정할인은 휴대전화 공시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해 이용자 차별을 해소하고 선택권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2014년 10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단통법 시행 당시 선택약정할인율을 12%로 설정했다가, 2015년 4월 20%로 상향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이통3사의 선택약정할인 누적 가입자는 지난 1월말 기준 1450만 명이다. 정부는 약 2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할인율을 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버스(5만 개), 학교(15만 개)에 공공 와이파이(Wi-Fi) 20만 개를 설치한다. 국정기획위는 공공 와이파이 확충이 연 4800~8500억 원 수준의 데이터 요금 경감 효과로 이어진다고 추정했다. 국정기획위는 문 대통령의 임기 내 공공 와이파이 확충과 보편 요금제가 실현될 경우 연간 통신비 절감 금액이 최대 4조 6273억 원의 통신비가 절감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과 고시 개정을 통해 보편 요금제를 도입한다는 구상도 담겼다. 보편 요금제는 기존 3만 원대 요금제 수준의 음성·데이터를 2만 원에 제공하는 제도다. 기존 3만 원대 요금 수준의 음성·데이터(200분, 1GB)를 2만 원에 제공하는 보편 요금제가 도입되면 요금이 사실상 월 1만 1000원 정도 내려가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국정기획위는 보고 있다.
 
또한 통신시장 진입규제를 현행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는 등 ‘제4이통사’ 출범의 문턱을 낮추기로 하면서 고객들의 편의제고와 부담완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제4이통사 도입은 현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로 구성된 3사가 과점하고 있는 국내 통신 시장을 조금이라도 재편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경쟁자가 늘어날수록 이용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파수 입찰 보증금에만 최소 수백억 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규 이통사 탄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제4이통사 출범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7차례 무산된 바 있다.
 
양환정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장은 “IoT(사물인터넷) 등의 확산으로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 투자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행 허가제로는 시장진입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제4이통사를 시도했던 업체들이 있었던 만큼 향후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새로운 이통사의 등장이 기대된다”면서도 “가장 큰 문제는 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금 조달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계 통신비 인하 대책 중 가장 핵심인 휴대전화 기본료 1만 1000원 일괄 폐지 공약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양환정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장은 “소득수준이 낮은 1~2분위 가구의 경우 통신비가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7위다. 이는 교육비 보다 많다”며 “기본료 폐지보다는 알뜰폰업계 등을 고려해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번 대책 중 가장 핵심인 휴대전화 기본료 1만 1000원 일괄 폐지 공약은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논란이 뜨겁다. 사실 기본료 폐지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등장했던 단골 메뉴로 꾸준히 논의 되어 왔지만 통신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실현 가능성이 희박했다. 그럼에도 공약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대대적으로 띄운 탓에 새 정부의 공약 불이행에 대한 정치적 부담만 커지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을 두고 학계와 시민단체, 이동통신업계가 저마다 다른 입장에서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IT경영대학 교수는 “기본료 폐지는 정부가 나서서 민간 기업의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제원리를 존중하는 정직한 정치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통신서비스는 필수재이자 전파와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기반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공공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통3사가 규제산업인 통신시장에서 독과점으로 이익을 가져가면서 정부의 규제에 반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민간 사업자라 하더라도 정부의 적절한 요금통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통3사는 기본적으로 이번 통신비 인하 대책이 업계에 부담이라며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획일적으로 통신비를 인하할 경우 통신업계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통신비 부담의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말기는 2년에 한 번씩 1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사는 고가 기기”라며 “요금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통신서비스만 갖고 통신비를 얘기하기에는 단말기 부담 이슈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태 LG유플러스 상무는 “일괄적인 요금 인하가 사업자의 경쟁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며 “LG유플러스는 점유율 20%로 이동통신 부분에서 아직도 적자다. 동일한 비율로 인하하면 취약한 이익 구조를 가진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더 어렵다”고 호소했다.
 
김충성 KT CR기획실 상무도 “통신비에 포함된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봐야 통신비 인하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며 “단말기 제조사도 소비자의 부담을 합리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통신서비스는 개인 기호품이 아니다. 필수품이다. 기업 자율에만 맡겨놓을 수만은 없다”며 “요금체계는 공공재와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통신3사가 과점 상태에서 막대한 이익을 누려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대책 중 가장 핵심인 휴대전화 기본료 1만 1000원 일괄 폐지 공약은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논란이 뜨겁다. 사실 기본료 폐지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등장했던 단골 메뉴로 꾸준히 논의 되어 왔지만 통신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실현 가능성이 희박했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전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표준요금제 기본료가 각각 1000원 인하되긴 했지만 가계통신비를 줄이는데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도 기본료 일괄 폐지 공약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할인혜택 대상이 기초연금수급자와 저소득층으로 한정되면서 ‘공약 후퇴’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최민희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자문위원은 “기본료 폐지 공약은 문 대통령이 추가 공약을 구체화할 때 저소득층, 소외계층 기본료 폐지를 먼저 말씀했다”며 “(기본료 폐지 대상은) 구체적으로 2G, 3G 사용자와 LTE 사용자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뿐 아니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반응도 낙관적이지 않다. 미방위의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다른 요인들을 다 제거하고 기본료 폐지에만 집중하는 것이 옳으냐는 논란이 좀 있다”라며 기본료를 폐지하려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 지난 6월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이개호(왼쪽부터) 경제2분과 위원장, 김태년 정책위의장, 박광온 대변인이 통신비 절감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민주당 의원)도 “기본료 폐지 문제는 순전히 통신 사업자의 협조 문제”라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내놨다.
 
이동통신 업계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5378만 명)의 기본료 1만 1000원을 없앨 경우, 통신3사의 영업이익이 7조 9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통신3사 영업이익 합산액 3조 6000억 원의 2배가 넘는 수치다. 그렇다 보니 실질적으로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기본료 일괄 폐지 공약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일찍부터 이동통신 3사는 ‘경영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정부가 사업자의 경영자율권을 침해하고 요금을 직접 규제하는 것”이라며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 통신, 소비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 앞에서 통신비 인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일괄 폐지’를 외치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동통신 기본료는 2G·3G 뿐만 아니라 4G에도 포함돼 있으며, 정액요금제에도 기본료가 담겨있다. 이는 다수의 논문이 증명하고 있다”며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4G 기본료 폐지만 제외할 까닭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통신사들의 망설치 비용 회수를 위해 부득이 설정된 기본료는 이미 회수를 완료했다”며 “이제는 2G·3G·4G 이동통신 모든 가입자에게 기본료 1만 1000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통신비는 가계 지출 중에서 의식주, 교육, 교통비 다음으로 높은 5.6%의 비중으로 차지하고 있어서 이동통신서비스 사용자 중 75.3%가 가계통신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통신 시장 경쟁이 저조할 뿐더러, 정부도 효과적인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23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최민희 경제2분과 자문위원(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서 “기본료 폐지 공약을 포기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 기본료 1000원을 내리는 데 3년이 걸렸다”라며 “기본료 인하에 3년이 걸린 데 대해 ”정부가 가진 시행령 안에서의 정책 수단으로는 기본료 폐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계가 자율적으로 내려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정기획위 한 달 동안 업계와 자율적으로 협의해서 이끌어내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민단체와 업계, 전문가들이 들어간 사회적 논의기구를 정부에서 만들어서 기본료 폐지 협의를 이끌어 내려고 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사의 담합구조 시스템에 대한 용역을 의뢰해 가격담합 등에 대한 시장조사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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