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희로애락이 어우러져 만들어진다.
와인에도 단맛, 신맛, 떫은 맛, 알코올 맛 등이 조화롭게 섞여 있다.
곧 와인에는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와인을 통해 삶을 음미해 보자!”

 

   
▲ 저자 김성동 외 3명 | 출판사 매경출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마시는 와인의 맛은 맛 그 이상이다. 한편의 향기 나는 영화 속으로 빠져 들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 갈 때의 밀려오는 감동과 2부를 기대하는 설렘을 주는 영화처럼, 바로 이 책이 그러하다.
 
『와인 영화 로맨스 그리고 여행』은 와인에 담긴 네 가지 스토리를 한 번에 다 볼 수 있는 진수성찬 같은 이 책을 읽으면 결국 와인, 영화, 로맨스, 여행도 행복으로 가기 위한 치유의 연결고리인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본문 속으로-
와인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휴전(p.41~43)
1914년 사라예보 사건을 계기로, 연합국 측의 영국, 프랑스, 러시아와 동맹국 측의 독일,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등이 맞붙어 유럽을 4년 4개월간 휩쓴 최초의 세계대전으로 약 900만명이 전사한다. 지금도 유럽 시골마을을 방문하면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마을 청년의 이름이 담긴 전쟁 기념탑을 쉽게 볼 수 있어서 전쟁의 참혹함과 피해를 짐작할 수 있다.
치열한 전투로 ‘죽음을 기다리는 땅’(No man’s land)이라는 벨기에 이프르에 첫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가왔다. 하얀 눈이 뒤덮은 전쟁터에는 시체가 도처에 널려 있었다. 피비린내 나는 참혹한 상황에서 믿지 못할 기적과 같은 일이 발생한다.

독일군 참호에는 중세부터 내려오는 전통에 따라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고 그 사이로 군인들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 노래를 들은 영국군은 수군거리며 긴장을 깨는 아름다운 선율에 의심을 풀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윽고 노래를 마친 독일장교가 다가와 영국장교와 약수를 하며 잠시 휴전이 이루어진다. 소중한 평화를 얻은 양측의 군인들은 환호한다.
독일군이 부른 노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모짜르트가 태어난 오스트리아의 짤츠부르크 인근 작은 마을에서 만들어진 성가이다. 1818년 성니콜라스 성당의 사제 요셉 모어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성탄전야의 조용하고 거룩한 밤을 담은 노랫말을 만들고 오르간 반주자 프란츠 그뤼버가 작곡한 곡을 성탄전야 미사에서 합창단이 부르면서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숨 막히는 긴장 사이로 자욱한 포연과 총탄이 터지는 죽음의 비명과 신음이 가득한 지옥에서 성탄의 축복은 조용히 그들에게 천국을 내린다. 평화로운 노래로 무기를 던진 영국군은 막사로 가서 와인을 가져와 독일군과 나란히 앉는다. 그들은 함께 천천히 와인을 음미하며 잠시 전쟁의 괴로움을 잊는다.

얼마나 오랜만에 마시는 평화이던가? 기독교 문화에서 와인은 예수님의 피로 상징되지만, 전쟁터에서는 용기를 주고 다친 상처를 치유하는 음료이다. 어제의 적이었던 이들은 평화의 와인을 마시며 전쟁을 멈춘다.

이제 와인은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축배주가 되어 참혹한 전쟁터에 축복을 내린다. 그들은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고 나뒹구는 전사자의 시신을 함께 수습하고, 카드놀이와 축구를 즐겼다. 그리하여 전쟁의 괴로움 따위는 잠시 날려버리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이룬다.
이 실화가 알려지며 양측의 군인들은 군사재판에 회부되었고, 전쟁 중의 크리스마스 휴전은 다시는 용납되지 않았다. 벨기에 이프르에는 믿을 수 없는 기적을 기억하기 위해 ‘1914년 크리스마스 휴전(Christmas Truce)’이라고 새겨진 나무 십자가가 세워져 있고, 믿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기적의 노래를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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