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에서 부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성장한 루이비통

프랑스 파리에서는 패션의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파리 오뜨꾸뛰르 컬렉션과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은 밀라노, 런던, 뉴욕 컬렉션 등 세계 패션 중심지에서 열리는 컬렉션 중에서도 가장 전통 있고, 성대하다. 20세기 초에 최초로 오늘날의 패션쇼 형태가 파리에서 개최되자 이를 보기 위해 해외에서 몰려든 바이어와 저널리스트들이 파리 패션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부유 계층에게 한정됐던 파리 디자이너들의 최신 패션은 파리 컬렉션을 계기로 유럽과 미국으로까지 디자인 견본이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만큼 프랑스 파리 패션의 영향력은 크다. 이러한 이유로 프랑스는 세계 명품의 수도라고 불린다.

세계 시장 좌지우지하는 제1위 명품업체

명품은 사전적으로 뛰어난 물건이나 작품을 뜻한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호화스럽거나 사치스럽다는 의미로 명품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제품 중에서 최고, 가장 품질이 좋은 것, 가장 비싼 제품 등을 명품이라 일컫는다. 하지만 사전적인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명품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최고의 기술을 가진 장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이는 고객들에게 끊임없이 신뢰와 만족을 주며,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질적 만족도를 선사한다. 특히 명품은 소량 생산으로 그 가치가 더욱 높다.

1954년 겔랑 화장품사의 장 자크 회장과 뤼시앙 르롱은 명품을 매개로 자국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코미테 콜베르(Comite Colbert)를 결성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최고급 명품 제조업체들이 모여 발족한 코미테 콜베르는 크리스찬 디올, 지방시,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의 명품 브랜드는 물론 스포츠, 향수, 시계, 보석, 양주 협회들도 소속돼 있다. 이들은 명품이 단조로운 일상생활에 활력소가 된다는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를 통해 세계 각국에 홍보하며 명품 대중화에 앞장섰다.

코미테 콜베르가 협회 차원에서 명품 산업의 활성화에 이바지했다면 영향력 면에서는 세계 4대 명품 그룹인 프랑스의 LVMH, 그리고 스위스의 리치몬드 그룹, 이탈리아의 구찌 그룹, 프라다 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LVMH는 세계 제1위의 명품 업체로 군림하며 세계 명품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대중화를 실현한 아르노 회장

LVMH(Louis Vuitton Moet Hennessy)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꼬냑과 샴페인으로 유명한 모엣 헤네시(Moet Hennessy)가 1987년 합병하면서 창립된 회사다. 합병 이후 LVMH는 공격적으로 패션브랜드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1987년 셀린느를 필두로 1988년 지방시, 1993년 겐조, 1994년 겔랑, 1996년 로에베, 1997년 마크 제이콥스 등을 인수했다. LVMH의 인수는 패션브랜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시계·보석업체로도 이어져 펜디, 태그 호이어, 쇼메 등을 인수했으며 메이크업 포에버, 베네피트 코스메틱 등의 화장품 업체도 LVMH 품으로 끌어들였다. 또한 도나 카렌을 인수하며 미국 기업으로까지 영향력을 뻗쳤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의 중심에는 LVMH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바로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이 있다. 그는 1984년 크리스찬 디올의 지주회사였던 부삭(Boussac)을 매입하면서 명품 시장에 첫발을 들였고, 명품의 대중화를 실현한 주인공이다. 

1949년 프랑스 북부 루베시에서 태어난 아르노 회장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자라며 일찍이 발군의 능력을 보였다. 가업인 건설회사에 취업해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은 그는 1981년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콘도미니엄을 개발, 3년 동안 상당한 돈을 벌었다. 그리고 프랑스로 돌아와 명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관심을 갖고 사들인 부삭은 2차 세계대전 후 사상 최대 규모로 파산했고, 정부가 개입해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이에 아르노 회장은 바로 기업인수 플랜을 짜 부삭의 이사진에 접근, 인수에 필요한 절차들을 마련했다.

아르노 회장은 우수한 디자인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는 명품 브랜드들을 인수해 LVMH의 자본력과 선진 경영 시스템, 유통망을 이용해 흑자 경영으로 돌아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또한 유명 명품 브랜드를 속속 인수하면서 동시에 명품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명품의 대중화되면 이것이 곧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신진 디자이너 대거 영입해 창의성과 혁신성 추구

LVMH는 신진 디자이너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도 유명하다. 아르노 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전통 있는 디자이너 하우스의 책임 디자이너로 신진 디자이너를 대거 영입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다. 

영국의 재능 있는 디자이너였던 그가 크리스찬 디올을 맡아 신문지로 만든 옷을 패션쇼에 올렸을 때 여론은 온갖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아르노 회장은 오히려 “파격적이지 않으면 창조적이지 않다”는 말로 존 갈리아노를 칭찬했다. 크리스찬 디올뿐 아니다. 지방시는 알렉산더 맥퀸에게, 루이비통 여성 라인은 미국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에게, 셀린느는 마이클 코어스에게 맡겼다. 아르노 회장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칫 고루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들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LVMH의 명품 브랜드들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로 새롭게 재정비됐고, 창의성과 혁신성을 더한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하게 됐다. 또한 그들의 활약으로 명품 브랜드도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보여줄 수 있게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LVMH는 신진 디자이너를 통해 브랜드 재탄생과 고객들의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누구나 하나쯤 갖고 싶은 대표적 명품 ‘루이비통’

LVMH의 대표 브랜드인 루이비통(Louis Vuitton)은 세계적으로 높은 판매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루이비통 마니아가 전 세계적으로 넓게 분포하고 있을 정도다.

루이비통은 1854년 파리에서 여행 가방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점으로 출발했다. 나폴레옹 3세 때 궁정의 짐을 꾸리는 일을 맡았던 루이비통은 상류계층의 의상들을 손상되지 않고 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존의 나무 트렁크가 아닌 캔버스로 만든 튼튼한 사각형의 여행용 가방을 만들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루이비통은 트렁크, 슈트케이스, 소프트 백 등 다양한 디자인과 크기의 가방들을 선보이며 최고의 찬사를 받는 명품 브랜드로 성공했다. 특히 루이비통의 모노그램은 오랜 전통과 역사를 이어오면서 꾸준한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이는 루이비통의 후계자였던 아들 조지가 아버지의 이름을 따 회사의 로고로 만든 것으로, 이니셜 LV와 꽃과 별을 추상화해 만든 패턴이다. 

루이비통 마크를 면소재의 캔버스에 소뼈에서 얻은 골교질을 칠해 방수 처리한 가방 표면에 프린트 해 탄생한 것이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루이비통 모노그램 트렁크다. 옷장에 들어갈 수십 벌의 의상을 옷장 형태로 걸어 보관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워드로브(Wardrobe) 가방에서부터 한손에 들어오는 손지갑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항상 현대적인 감각에 맞는 다양한 제품으로 개발돼 온 모노그램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죽에 손때가 묻어 더욱 멋스러움이 베어난다. 이러한 이유로 상류층에게는 부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루이비통은 모노그램 패턴 외에도 다양한 컬러를 도입한 에피 라인, 베이지와 진한 브라운 체크무늬로 이루어진 다미에 라인, 모노그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노그램 베르니 라인 등을 개발, 누구나 하나쯤 갖고 싶어 하는 대표적인 명품이 됐다.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는 다양한 행보들

지난 2월 영국 블룸버그 통신은 LVMH가 영국의 버버리와 미국 보석업체인 티파니의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아르노 회장은 인수를 통해 성장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회사의 주력 사업인 루이비통 브랜드의 재정립을 위해서도 인수합병은 필요하다”는 존 가이 베렌베르그은행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이 밝혔다. 존 가이는 또한 “LVMH 사업부문의 절반은 이익을 내지 못한다. 다른 대형 브랜드를 인수한다면 펜디와 셀린느 같은 소형 브랜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에 블룸버그는 LVMH의 매출 증가율이 오는 2015년까지 8% 미만에 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집계도 보도했다. 실제로 LVMH 매출의 3/4을 차지하고 있는 루이비통의 지난해 매출증가율은 6%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50% 하락세를 나타냈다. 아르노 회장은 올 초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가격을 올리고 핸드백 부문에서 더 많은 가죽 제품을 도입하는 등 루이비통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주력할 것”이라며 “매장을 새로 열기보다는 기존 매장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르노 회장이 인수합병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LVMH는 지난 2011년 웹진 나우니스(nowness.com)를 론칭했다. 매일 한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나우니스는 LVMH 브랜드, 경쟁 브랜드들의 정보는 물론 문화 전반을 다룬다. 무제한의 웹공간에서 풀어내는 나우니스는 LVMH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 외 전반적인 문화현상, 예술, 음악, 영화뿐 아니라 샤넬, 에르메스, 구찌의 정보도 제공하며 소셜미디어 시대에 맞게 웹상에서 소비자들에게 정보와 재미를 제공한다.

나우니스를 통해 LVMH는 소비자를 교육하고, 그들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해 결국에는 구매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기존의 웹페이지에 비해 소비자와 함께 정보를 소통한다는 장점이 있는 나우니스는 소비가 소비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미와 문화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패션 산업은 이미지 산업이다. 특히 명품 브랜드는 높은 가격을 특성으로 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도 그만큼 높다. 이에 LVMH는 타 기업보다 한발 앞선 입장에서 차별화된 서비스와 브랜드 이미지 고양을 위한 정책들을 고려하고 있다. 매출의 11% 이상을 광고와 판매 촉진 전략에 투자하고 있으며, 범세계적인 캠페인과 스타 마케팅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도 LVMH의 견고한 제국은 업계의 침체에도 무너지지 않고 있다. 명품이 즐비한 프랑스에서 명품제국을 일으킨 LVMH의 한계는 어디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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