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떠나는 전국 명산에서 즐기는 봄맞이 여행

상쾌한 봄을 맞아 움츠러들었던 기운을 회복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등산을 해보는 건 어떨까. 지친 일상 심신을 달래며 봄의 기운을 맞을 수 있는 한국의 명산을 찾아 자연여행을 떠나보자.

 

푸른 빛깔 치장한 정겨운 산자락 ‘청계산’

청계산(618m)은 산세가 수려하고 2㎞에 이르는 계곡에는 항상 맑은 물이 흘러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산이다. 관악산과 함께 서울을 지켜주는 ‘좌청룡 우백호’의 명산이어서 예전에는 청룡산이라고도 했다. 

청계산은 울창한 숲과 아늑한 계곡, 공원, 사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가족 산행의 명소로서 수많은 등산로가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다. 과천쪽에서 바라보는 청계산은 산세가 부드럽고 온화해서 토산처럼 보이지만, 서울대공원쪽에서 보이는 망경대는 바위로 둘러싸여 있어 거칠고 당당하게 보인다. 망경대(해발 618.2m)가 바로 청계산의 정상이다. 주암동쪽에서 망경대 쪽으로 오르다 보면 추사 김정희의 생부 김노경의 묘터가 있던 옥녀봉이 있고 조선시대의 학자인 정여창이 피눈물을 흘리며 넘었다는 혈읍재를 지나 망경대 바로 밑으로 가면 정여창이 은거했다는 금정수가 있다. 또 청계산의 명소로 한양과 삼남을 잇는 도보 길인 남태령 옛길을 만나볼 수 있으며 득남을 기원하는 마을의 수호신인 선바위도, 실록에도 오른 지극한 효성 최사립 효자정문도 볼 수 있다. 

풀향기 가득한 산길을 걷다보면 야생밤나무와 도토리나무, 머루와 다래 등이 종종 눈길을 끈다. 청계산 남쪽에 위치한 청계사, 과천 쪽의 동폭포, 금정수 가는 길 근처의 매바위와 돌문바위, 약수터 등도 들러 볼 만하다. 

산 전체가 바위벽과 암반으로 이루어진 ‘수락산’

수락산은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 찾아가도 나름대로의 특색을 보여주는 산이다. 수락산 능선의 암봉(岩峰)들이 서울을 향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으므로 태조 이성계는 수락산을 서울의 수호산이라고 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의정부시,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솟은 수락산에는 금류, 은류, 옥류 폭포와 신라 때 지은 흥국사, 조선조 때 지어진 내원사, 석림사, 궤산정 등 명소가 산재해 있다. 수락산 남쪽에는 불암산이 솟아있고, 서쪽으로 마주 보이는 곳에는 도봉산이 의젓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산 전체가 바위벽과 암반으로 이루어져 도처에 기암괴석이 있고 산세가 웅장하며 계곡은 깊고 수려하나 수목은 울창하지 않은 편이다. 계곡의 곳곳에는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팥배나무, 산벚나무, 밤나무 등의 활엽수림이 울창하고, 리기다소나무가 조림되어 있다. 이 산이 바위산인 까닭에 바위 틈새로 뿌리를 뻗고 있는 소나무나 신갈나무, 진달래와 철쭉 등의 끈질긴 생명력이 돋보이고 어떤 것들은 마치 분재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수락산의 여러 등산코스 중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 앞에서 시작해 학림사와 용굴암을 경유하는 코스는 서울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이다. 불암산과 잇닿은 쪽의 능선은 봄철이면 철쭉이 아름답다. 

많은 사찰과 문화유적이 산재한 ‘북한산’

높이 836.5m의 북한산은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삼각산(三角山)으로 더 잘 알려진 산이다. 이는 최고봉 백운대(白雲臺)와 그 동쪽의 인수봉(仁壽峰), 남쪽의 만경대(萬景臺:일명 국망봉)의 세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삼봉산(三峰山), 화산(華山) 또는 부아악(負兒岳) 등으로도 부른다. 중생대 말기에 지층에 파고 든 화강암이 지반의 상승과 침식작용으로 표면에 드러났다가 다시 풍화작용을 받아 험준한 바위산이 되었다. 서울 근교의 산 가운데 가장 높고, 산세가 웅장하여 예로부터 서울의 진산(鎭山)으로 불렸다. 

최고봉인 백운대에 오르면 서울 시내와 근교가 한눈에 들어오고 도봉산·북악산·남산·관악산은 물론, 맑은 날에는 강화도·영종도 등 황해의 섬도 보인다. 인수봉은 암벽등반 코스로 암벽등반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 밖에 노적봉(716m)·영봉(604m)·비봉(碑峰:560m)·문수봉(716m)·보현봉(700m) 등 이름난 봉우리만도 40여 개나 된다. 

등산 코스는 우이동·정릉·세검정·구파발을 기점으로 하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진관내동·세검정·성북동·정릉·우이동 등의 여러 계곡도 볼 만하다. 능선에는 북한산성이 8㎞에 걸쳐 펼쳐지는데, 평균높이는 7m이며, 14개 성문 가운데 대남문(大南門)·대서문(大西門)·대성문(大成門)·보국문(輔國門)·용암문(龍岩門) 등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또 비봉의 진흥왕 순수비 터를 비롯해 유명한 북한 이궁지(離宮址)와 진관사·문수암·태고사·원효암·상운사(祥雲寺)·도선사(道詵寺)·승가사·화계사 등 많은 사찰과 문화유적이 산재한다. 서울 외곽에 있어 연중 등산객과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983년 도봉산과 함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역대 왕들이 하늘제 올리던 산 ‘마니산’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 째로 큰 섬인 강화도에는 고려산, 혈구산, 진강산, 마니산 등 400m 이상의 4개산이 남북으로 일직선상에 솟아 있는데 그 중 제일 높은 산이 마니산이다. 마니산은 비교적 낮고 수도권에 가까운 거리에 있어 친정을 찾는 기분으로 편하게 찾을 수 있다. 해발이 낮더라도 주능선이 암릉으로 되어 있으니 등산의 묘미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동남으로 가느다랗게 뻗은 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망망한 서해를 조망할 수 있다. 조국순례 안내판이 있는 ‘개미허리’에서 98개의 계단길을 올라가면 사적 제 136호인 ‘참성단’(塹星壇)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매년 개천절과 전국체전 때마다 성화가 채화된다. 참성단은 단군왕검 재위 51년(BC2283년)에 운사(雲師)인 배달신(倍達臣)이 마리산에 쌓은 제단으로 〈삼국사기〉에 의하면 고구려, 신라, 백제의 여러 왕들이 이곳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이 단은 화강석을 쌓아올려 만든 것으로 밑 부분은 둥글고 윗부분은 사각형이며 높이가 총 6m에 달한다. 참성단 위에 오르면 동쪽으로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고 남쪽 아래로는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넓은 바다가 발아래로 펼쳐지며 동남쪽 멀리 인천시가지가 아득히 보인다. 

정상 서쪽 산기슭에는 신라 선덕여왕 8년(639년)에 창건했다는 정수사와 함허대사(涵虛大師)가 수도했다는 함허동천이 자리 잡고 있다. 함허동천에는 100여m의 암반위로 물이 흐르고, 암반에는 함허대사가 새겼다는 ‘涵虛洞天’(함허동천)이란 글자가 음각 되어 있다. 외침을 자주 받았던 고려가 부처의 힘으로 나라를 지켜보려고 강화도에서 크게 불사를 펼쳤던 까닭인지 강화도에는 내력 있는 절이 많다.

동백꽃 치맛자락 두른 다산의 산 ‘만덕산’

만덕산은 전라남도 강진군 강진읍 남쪽에 위치한 높이 409m의 야트막한 산으로 마을 뒷산처럼 보잘 것 없지만 산 안으로 파고들면 앙팡지고 아기자기한데다 능선에는 상당한 크기의 암석들이 많으며, 그윽한 정취마저 넘치는 산이다. 산기슭에는 천년고찰 백련사와 조선 말기의 실학자 다산선생의 실학정신이 깃들어 있는 다산초당 등 역사적 자취를 더듬어 볼만한 곳이 있어 등산과 유적지 답사를 겸한 산행으로 제격이다. 산세 또한 부드러워 가족 산행지로도 권장할 만하다. 바람재에서 석문사에 이르는 등산로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잡목과 잡초가 등산로를 뒤덮고 있으나 이정표가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어 산행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백련사 주변으로는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된 1,500여 그루 동백나무가 1.3㏊에 걸쳐 자라고 있으며, 특히 절 앞에 많이 모여 자란다.

백련사에서 만덕산 깃대봉을 오르는 길은 세 곳이다. 다산초당 쪽으로 300m 지점, 지장전 뒷길, 절 진입로가 끝나는 지점이다. 지장전 뒷길은 스님이 다니는 길로 등산인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진입로 끝 지점은 깃대봉까지 800여m. 백련사 원점회귀 산행코스 들머리로 적당하다. 마지막 다산초당 방면 300m 지점의 등산로는 용문사 종주코스 들머리로 잡으면 좋다. 다산초당에서 출발, 백련사를 거쳐 절 진입로 등산로를 이용해 깃대봉으로 오른다. 하산은 바람재 갈림길에서 다시 백련사나 다산초당으로 내려설 수 있고, 종주산행을 원한다면 용문사로 내려가면 된다.

호남사경의 하나 호남정맥 ‘모악산’

모악산은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과 전주시 완산구와 완주군 구이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호남정맥에 솟아 있다. 예로부터 호남사경의 하나인 ‘모악춘경’으로 유명한 모악산은 봄이면 온 산을 벚꽃으로 뒤덮는다. 특히 금산사에 이르는 벚꽃 길은 바람 불어 꽃잎이 휘날리면 마치 눈이 내리는 듯한 환상에 빠질 정도로 화려하다. 그러나 모악산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악’자를 품고 있는 이 산의 산행은 결코 만만치 않다. 구이쪽에서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은 특히 험하여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을 무렵에는 웬만큼 산에 단련이 된 사람이라 할지라도 숨이 턱에 차오른다. 모든 산이 그렇듯 모악산 역시 마지막 고비와의 힘겨운 줄다리기를 치른 후에야 비로소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전주시내와 호남의 넓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와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운 마음이 드는 호남평야의 전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김제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비교적 수월해 쉬엄쉬엄 주위의 경치를 감상하며 내려오면 된다. 비록 800m도 채 안 되는 모악산이지만 덩치와는 다르게 구비구비에 다양한 풍경들을 연출해 산행하는 이들의 시선을 즐겁게 한다. 197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 산은 미륵신앙과 많은 연관을 가지고 있어 산자락 곳곳에 이와 관련된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산의 핵심 금산사에서 서릉을 타고 정상 가까이 갔다가 북릉으로 빠지는 코스다. 정상은 방송탑이 버티고 있어 올라갈 수 없다. 금산사계곡을 따라가는 동안은 평지길이다. 그러나 일단 서릉으로 붙으면 삼거리까지 시누대숲 사이를 뚫고 가는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삼거리 이후로도 완만하지만 오르막은 계속된다. 주릉 위의 730봉에는 헬기장이 있고 전망이 좋다. 심원암과 중인동에서 올라오는 길까지 합쳐지는 오거리다. 정상을 거의 다 가서는 철책을 따라 왼쪽(동쪽)으로 돈다. 그래 전망 좋은 바위 위에 올라 구이저수지 푸른 물을 한 번 내려다본 뒤 무제봉으로 향한다. 무제봉에서의 하산길은 비단길이라 불릴 정도로 부드럽고 좋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