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국민들을 대신한, 오직 국민들을 위한 행위여야

우여곡절 끝에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박근혜정부는 출범 26일 만에야 정상가동의 토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최초 발의된 후 52일 간의 산통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그런데 실망스러운 것은 여야가 그토록 첨예하게 대립하며 끌어온 보람도 없이 당초의 원안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통과시키고 말 법안을 가지고 자그마치 52일을 끌어온 셈이다.


정부조직개편안이 처리되는 과정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정치는 없고 정쟁만 가득한 우리의 정치현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여야가 법안을 가지고 정쟁을 벌이는 동안 새 정부는 출범한 지 20일이 넘도록 인선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평상시라도 문제가 될 터인데, 시국은 북핵문제로 안보위기가 정점에 달하던 때였다. 언제 북한이 도발해 올 지도 모르는데, 국회에서는 한심한 정쟁으로 국정공백을 초래하고 있었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번 사태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야당이 새 정부의 발목잡기만 했다고 몰아붙이기에는 청와대나 새누리당도 유연성이 부족했다. 서로의 입장을 밀어붙이려고만 할 뿐 조금도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물론 새 정부가 정부조직을 개편하여 의욕적으로 국정을 펼쳐보려는 열정은 이해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에 나서 시종 언성을 높인 것은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정치는 정치인들만이 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정치는 국민을 대신하여 정치인이 집중하는 활동으로, 그 모든 것은 국민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행해져야 할 것이다. 경제불황이 정점을 치고,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의 군사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 정치인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4.24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작기는 하나 어쨌든 정치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염원하며 선거를 치르겠지만, 그 양상도 그리 보기 좋지만은 않다. 해당 정당과 정치인 자신이 가진 정책만 튼실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선거를 치를 수 있을 터인데, 이른바 정치공학적 계산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후 오래간만에 등장한 안철수 전 교수에 대한 세간의 평가도 그러하다. 어차피 우리는 지난 대선을 치르며 안 전 교수의 정치적 철학과 그릇 그리고 안목을 충분히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새 정치를 내세우고 있으며, 젊은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번 재보궐 선거의 상수로 놓는 것은 지극히 정치공학적 판단이라고 사료된다.

선거는 강자가 이기기 마련이고, 강자의 강함은 정책과 인물 됨됨이에서 나온다. 안 전 교수가 범야권을 아우르든, 어느 야당과 연대를 하든, 혹은 신당을 창당하든 그것은 선거의 상수가 될 수 없다.

그가 어떠한 정치철학을 가지고 정계에 입문했는지, 그리고 이번 재보궐 선거를 통과한다면 어떤 정치를 펼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유독 정치계에서는 기본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 어느 분야보다도 뚜렷한 원칙과 교범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현안이 발생하면 그 모든 것이 싸그리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마치 약육강식의 정글처럼 물고 뜯는 본능적 행위만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안 문제와 4.24 재보궐 선거를 지켜보며 이러한 우리 정치계의 현실을 씁쓸하게 지켜봤다. 당장 달라지지 않겠지만, 우선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나마 희망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희망은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바로 유권자인 우리 자신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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