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내각 인사로 거론되는 인물까지 연루 의혹

한 건설업자가 고위관료를 대상으로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인 경찰이 사정당국 고위 관료 A씨를 성 접대했다는 여성의 진출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건설업자 윤모 씨와 관련된 사건에 대한 내사를 본격적인 수사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21일 경찰청 관계자는 “윤 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A씨를 직접 성 접대했다는 여성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다른 여성도 A씨가 성 접대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 태스크포스 꾸리고 수사 확대

이에 앞서 3월20일에는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A씨가 “성 접대를 받거나 동영상을 찍힌 바 없다”고 공식 부인한 바 있다. 경찰은 윤 씨와 윤 씨의 조카 등 3명을 법무부에 출국금지 요청하면서 성 접대와 관련된 여성들의 이 같은 진술 등을 담은 기록을 첨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해 11월 서울서초경찰서에 윤 씨를 고소한 50대 여성 사업가 B씨가 경찰에 제출한 파일형태의 동영상 한 편에 대해 정밀 분석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배경이 윤 씨의 별장인지와 등장인물들이 유력인사인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별장에서 이뤄진 성 접대 동영상인지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순 포르노물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분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월20일 경찰 조사를 받은 윤 씨의 조카는 보관 중인 성 접대 동영상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씨의 조카는 윤 씨로부터 성 접대 동영상을 넘겨받아 파일로 전환한 뒤 유력층 인사에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경찰은 윤 씨의 조카로부터 데스크톱과 노트북, 휴대전화,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 등을 임의제출 받아 성 접대 동영상을 찾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참고인 4~5명을 조사해 윤 씨가 유력층 인사를 성 접대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저지른 정황을 상당 부분 확보하고 조만간 윤 씨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와 범죄정보과를 주축으로 경죄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대, 광역범죄수사대, 여성 경찰관 등을 파견 받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동영상은 어떻게 유출 됐나

경찰에 따르면 동영상은 동업자 관계였던 건설업자 윤 씨와 여성 사업가 B씨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가 B씨와의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고 B씨로부터 빌린 15억 원과 벤츠 차량을 돌려주지 않자, B씨는 윤 씨를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B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러면서 B씨는 지인에게 윤 씨 별장에 있는 벤츠차량을 되찾아 달라고도 부탁했다. 지인은 A씨의 별장에 가서 견인차로 벤츠를 끌고 왔고, 우연히 트렁크에 있던 문제의 동영상 CD 7장을 찾아냈다.

벤츠를 B씨에 건네주려던 지인은 동영상을 보면서 마음이 바꿔먹고, 벤츠를 팔아먹었다. 이에 B씨가 매각 대금을 건네줄 것을 요구했지만 지인은 동영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B씨에게 알리면서 대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B씨가 동영상의 존재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자, 지인은 1~2분 분량의 고위관료 성 접대 동영상을 휴대전화를 통해 전송하면서 “B씨 영상도 있다”고 위협했다. B씨가 이 사실을 다른 지인에게 하소연하는 과정에서 몇몇 사람이 동영상의 존재 사실을 추가로 알게 됐다.

B씨가 건설업자 윤 씨를 고소하는 과정에서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면 문제의 동영상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경찰은 건설업자 윤 씨가 전·현직 고위 공무원과 병원장, 금융계 고위 인사 등에게 성 접대를 하고 공사 수주 등 각종 청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어지는 증언들

윤 씨가 고위공직자 등 사회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성 접대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원 원주시 부론면의 한 별장은 인근 마을과 200미터쯤 떨어져 있는 곳에 지어진 호화 건물이다.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도로변을 끼고 야트막한 산에 둘러싸인 6,800여㎡ 대지에는 총 6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가장 안쪽에 3층과 4층 건물이 한 채씩, 또 2층 주택이 두 채, 식당 및 오락공간으로 보이는 건물 한 채와 관리자용 숙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잔디가 깔린 정원은 정원수, 바위, 벤치 등으로 잘 꾸며져 있었고 수영장 2개와 정자 2채, 모형 풍차까지 갖추고 있다.

해병대 출신인 윤 씨는 주로 주말을 이용해 지인들을 불러 이곳에서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의 증언에 따르면 “2011년 말쯤 주말에 종종 고급 승용차 4~5대가 별장을 드나드는 것을 봤다”면서 “그런 날이면 밤새 불이 켜져 있고 다음 날 늦게 차들이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유명 코미디언이나 가수 등 연예인도 자주 드나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별장에는 노래방과 당구대, 영화관이 있고 찜질방도 있다고 전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윤 씨의 발길이 뜸해졌다고 전했다. 약 일 년 전부터 별장에서 일하던 인부나 기사들이 모두 그만 두고 윤 씨도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별장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은 윤 씨의 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윤 씨는 인근 주민들과 별다른 교류 없이 인사만 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마을 행사에 참석하지는 않고 한두 번 음료수 몇 박스를 보내왔으며 어쩌다 마주치면 인사는 했지만 마을회관에 찾아오거나 이웃 주민을 집으로 초대한 일은 없다고 했다. 윤 씨는 별장에서 일하는 인부나 식당 직원들도 전부 외지인들을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인으로 일하는 동생이 이들을 직접 차로 출퇴근시켰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청와대로 튄 불똥, 침묵으로 일관

이번 고위층 성접대 의혹이 정치권까지 뒤흔들고 있는 모양새다. 사정당국이 성 접대를 받은 전·현직 고위층 인사 명단을 확인했고, 관련 동영상까지 입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다 새 정부 고위관계자가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똥이 청와대로 옮겨 붙고 있다. 잇단 내각 낙마 사태로 불거진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에 불을 당긴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로 3월21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사건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지만 “관련 당사자들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장 인사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변인으로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언론을 통해 의혹이 불거진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차관 인사 중 한 명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경찰에서 해당 첩보를 입수하고도 정확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청와대가 관련 고위 인사를 차관으로 발령내기 전 해당 첩보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며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차관 인사 발령을 냈다면 이는 끔찍한 초대형 인사사고”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보도된 사실만으로도 관련 의혹이 있는 박근혜 정부의 김모 차관은 지금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 성실히 경찰 수사를 받으라”며 “이번 일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부실인사와 관련해 혼절한 사정기능, 망가진 인사검증라인 책임자를 속히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언론 또는 여의도 증권가에 떠도는 정보지에 실명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인사들은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전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고위층 성 접대 관련자로 허준영의 이름이 돈다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저는 성접대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 명예 하나로 살아온 저의 인격에 대한 모독을 중지바란다. 만일 제가 성접대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할복자살하겠다”라고 썼다.

건설업자 ‘윤 씨’는 누구?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가면서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 씨의 실체와 행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월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0년대 초 수도권과 강원도에서 각종 건설사업을 시행해 큰 돈을 만진 것으로 알려진 윤 씨는 2005년 11월 자본금 3억 원으로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건설업체를 설립했다. 주택건설과 부동산 분양 및 매매, 임대업이 주요 사업이다. 

하지만 2006, 2007년 각각 17억여 원, 14억여 원의 순 손실을 본 뒤 2008년에는 회계감사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극심한 경영난을 시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2011년 4월 폐업했다. 이 과정에서 윤 씨는 동대문에 소재한 한 건물에 대한 분양 및 시행을 하며 불거진 배임, 횡령 의혹 등 여러 차례 민·형사 소송에 피소된 것으로 봐서 사업을 무리하게 한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경찰 관계자는 “윤 씨가 건설업자인지도 확실하지 않다”며 “자기 사업이 망하자 다른 회사 공동대표를 맡아 건설 브로커로 나선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윤 씨가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고 의혹을 받는 시기는 2009~2011년 말이다. 자신의 사업이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 사업상 이권을 위해 사회지도층을 끌어들였을 가능성이 있다.

윤 씨가 성 접대를 위해 끌어들인 여성들은 주로 사교모임에서 만난 사이로 알려졌다. 대표이사 명함을 들고 다닌 윤 씨는 CEO나 법조인 같은 유력인사들이 가입하는 사진동호회 등을 통해 인맥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경찰서에 강간 등 혐의로 그를 고소한 50대 여성 사업가도 이런 모임에 참석하며 활발히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상납 의혹의 배경인 강원 원주시 부론면의 호화별장과 토지는 회사가 경영난에 허덕이던 2010년 1월 경매에 넘어가 세 차례 유찰 끝에 지난해 4월 최초 경매가의 3분이 1 수준인 10억 5,000만 원에 일괄 매각됐다.

이 별장에는 수영장과 정자, 영화감상실, 연못 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10여 미터를 곧게 뻗은 소나무와 대리석, 현관문을 받치는 원목 기둥은 쉽게 볼 수 없는 최고급 자재로 보였다. 법조계 감사원 경찰 등 전·현직 사정당국 고위 공무원들이 이 별장에 초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가 자주 들렀다는 부론면의 한 음식점 주인은 “몇 차례 배달을 간 적이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도 규모가 엄청났고 고급 승용차가 드나들기도 했다”며 “일부 건물 바닥은 최고급 옥이 깔려 있고 비밀스런 모임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의혹이 불거진 후 윤 씨를 비롯해 사건에 연루된 대부분의 여성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은 상태다. 경찰은 윤 씨가 전·현직 고위공무원이나 대학병원장 등에게 뇌물이나 성 상납 등 향응을 제공하고 공사 수주과정에 개입하거나 특혜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윤 씨가 공동대표를 맡았던 한 건설사는 모 대학병원이 발주한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사수주 과정에서 Y씨의 불법행위와 성 접대 등 뇌물제공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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