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공들은 고달프다” 학대받는 애견들
애완용 개 방치, 식용위해 학대적 사육으로 물의
지난 3월 12일 MBC TV ‘시사매거진 2580-견공 잔혹사’ 편에서 100여 마리 개들이 처참하게 방치된 모습이 방영된 후 ‘식용 개고기의 적법성’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방송에서는 상처 입은 100여 마리의 개들이 식용고기 판매를 위해 각종 오물과 뒤범벅된채 사육되는 장면이 방영됐다. 방송이 나간 후 다음날 밤까지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은 “최악의 동물학대였다” “개 사육사 역시 똑같은 고통을 당해봐야 한다” 등 700여건에 달하는 시청자들의 글로 들끓었다.


이곳은 방송에 소개되기 이전부터 문제가 되어왔던 장소로 밝혀졌다. 지난해 5월 인천시 남동구청 직원들은 장수동에 있는 개 사육장에 대한 행정처분을 집행하기 위하여 사육장을 찾았다. 구청 직원들의 눈에 비친 사육장 모습은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였다고 한다. 70cm×60cm×70cm 닭장만한 철창에 5-6마리의 개들이 마구 구겨져 있어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냉동고에는 죽은 개들의 사체가 마구 쌓여 있었고 사육장 밖에는 개들의 오물이 1m 이상 쌓여 있어 사육이 이루어진 이후 한 번도 치워지지 않은 흔적이 역력했다고 한다. 구청직원들이 마스크나 기타 도구 없이는 진입조차 어려울 정도로 사육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여기에 투입된 50여명의 구청직원은 물려 죽거나 병으로 죽은 개들의 사체와 죽어가고 있는 개들이 가득한, 말할 수 없이 더러운 환경을 보면서 “개고기를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다시는 먹을 마음이 나지 않겠다”고 말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개 사육장 주인 노재출 씨는 10년 전부터 개고기를 팔아왔다고 한다. 원래 견사가 위치한 땅이 구획정리 부분에 편입되면서 2005년 5월 구청 측이 무허가 견사 강제 이전이라는 행정집행을 했다. 당시 노씨는 공탁금 3,400만원을 찾아간 이후에도 강제로 견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950여 마리 가운데 100여 마리밖에 안 남았다고 주장, 구청 측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구청 측은 이미 집행 당시 350여 마리의 개들만 있었다고 주장하며 증거사진 등을 제시하고 있다.


100여 마리 거의 방치 상태
그러나 재산과 행정집행을 둘러싼 분쟁 너머 중요한 과제가 있다. 2006년 2월 말 현재 25평 공간에 임시로 옮긴 견사에는 100여 마리의 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 아스팔트 위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데다가 주위 초등학교에서 가져온 음식 찌꺼기들로 연명하고 있는 상태. 지난 2월 말 현장을 다녀온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현장을 보러 갔던 우리 중 아무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몇 년간 동물운동을 하면서 여러 현장을 봐 왔지만 이렇게 참혹한 상황은 처음이다. 구청 직원들이 견사를 옮기면서 일을 빨리 해결한다며 지붕이나 최소한의 바람막이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아스팔트 위에 쌓여있는 음식 찌꺼기조차 곰팡이가 나거나 썩어버려 역겨운 냄새가 주위에 진동하고 있었다. 지난 겨울에도 몸이 약한 개들은 이미 10여 마리가 얼어 죽었으며 새끼를 낳으면 주변의 개들이 와서 잡아먹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지옥 자체였다”고 말이다.
게다가 좁은 공간 안에 100여 마리가 밀집된 채 있다 보니 서로 물어뜯는 등 잔인한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 실제로 귀가 잘려나간 개, 꼬리가 떨어진 개, 발을 쓰지 못하고 절룩이는 개들도 눈에 띄었다고 한다.
이원복 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동물보호단체는 노씨를 동물학대로 고발할 계획도 있지만 최고 벌금이 20만원인 현행 동물보호법이 제대로 구속력을 발휘할지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법정에서 이러한 개 농장의 동물 학대 판결이 난 적이 없어 더욱 비관적이다"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또 "구청 측의 강제 이전시 전문가 자문을 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수컷과 암컷 자견으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서로 물어뜯거나 유산, 사산한 개도 있는 듯하다. 개들이 각종 질병에 걸려 있어 인근 주민들의 보건 위생상 문제가 심각한 상태라 현재로서는 구청 측에서 개들을 매입, 상태가 심각한 개들은 안락사 시키는 방법밖에는 없다"면서 "동물보호단체가 매입하여 일을 처리하고 싶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개 농장 주인은 100여 마리의 개들을 근거자료라며 볼모로 잡아두고 있는 상태이므로 개들을 매입하기도 현재로서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개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려 해도 100여 마리의 개들을 수용할 수 있는 부지나 시설을 알아보기가 힘들어 현재로서는 비관적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개고기’
MBC ‘2580’ 방송에 따르면 해당 개들의 주인인 노재출 씨는 10여년 전부터 인천 장수동에서 900여 마리의 개를 식용으로 길러 팔아왔고, 지난해 5월 남동구청이 노씨의 무허가 개 사육장에 구획정리를 단행, 개 사육장은 인근 산 아래 아스팔트 길 위로 강제 이전됐다.
노씨는 “이전 과정에서 950여 마리에 이르던 개가 죽어 1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며 구청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남동구청 측은 “노씨에게 이미 공탁금 3,400만원을 건넸고, 이전 집행 당시 350여 마리의 개 밖에 없었다”며 “개 사육장과 방치견은 개인소유이기 때문에 구청도 처분권한이 없어 현실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2580’팀 역시 개 주인과 해당 구청 간의 돈 문제로 개들만 처참하게 방치돼 있다고 결론지었다.
시청자 및 네티즌들은 개들이 처참하게 방치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개고기 판매 및 소비’가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식용 개고기의 도살과 유통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참혹한 동물 학대가 일어났다며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것. 한 시청자는 “고기용으로 쓰일 개들이 참혹하게 사육되는 곳이 비단 인천 남동구뿐이겠냐”고 지적했고, 백윤희씨는 “개고기 소비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이런 끔찍한 동물학대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개고기”라고 지적한 나주영 씨도 “개고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반복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묵은 ‘식용 개고기 논란’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은 “개고기 섭취를 한국의 식(食)문화로 봐야 한다”“비위생적 도살방법으로 개를 잡아먹는 풍습부터가 동물학대” “위생적인 방법으로 개고기를 도살해 유통시켜야 한다” “위생적인 개고기 유통 자체가 개고기 판매를 합법화하는 행위이며, 이는 오히려 더 음성적인 개 도살을 낳게 된다” 등의 의견을 올리고 있다.
현재 개 도축에 대한 법적 규제는 없다. 축산법상 개는 소·돼지·닭 등과 함께 가축에 포함돼 있지만 가축의 도살과 가공에 관한 행위를 규제하는 축산물가공처리법상 개는 가축에 들지 않는다. 개는 식용으로 쓰일 수 있는 가축이지만 개를 도살하거나 유통하는 행위는 불법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개고기 합법화 법안을 추진했지만 복잡한 국민 정서와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보류했다.

동물보호조치 내년부터 적용
사람으로 치면 최소한의 인권보장책이라 할 법한 조치들이 내년부터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농림부가 마련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최근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 정부개정안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올해 중 국회에 상정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동물에 대한 권익보호 조치는 1876년 영국이 동물학대방지법을 제정한 것이 최초 사례다. 이후 나라마다 동물보호법이 속속 만들어져 갈수록 내용이 강화되는 추세다. 이탈리아 로마시의 경우 개·고양이 등 애완동물의 산책할 권리, 잠겨진 차량에 홀로 남겨지지 않을 권리를 지난해 부여하기도 했다. 심지어 물고기들은 “산소가 부족해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힘입어 ‘둥근 어항에 살지 않을 권리’까지 획득했다.
우리나라도 1991년 동물보호법을 도입했지만 선언적인 규정에 그쳤을 뿐 동물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실질적·구체적 내용은 빠졌었다. 이런 가운데 동물들의 삶은 개선되기는커녕 갈수록 피폐해졌다.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유기동물들이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실태가 이를 웅변한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임성규 홍보과장은 “서울에서만 연간 2만여 마리, 전국적으론 10만여 마리의 동물들이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단순한 추정치가 아니라는 사실은 정부통계로도 확인된다. 유기동물 가운데 동물보호단체 등에 의해 포획되거나 구조된 동물만 2002년 1만 7,000여 마리에서 지난해 6만여 마리로 폭증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포획·구조된 이후의 삶 역시 위태롭기 짝이 없다. 주인에게 되돌아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반면, 절반 이상은 안락사의 길을 걷게 된다.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2004년 포획·구조된 유기동물 4만5,003마리 가운데 주인에 인도된 경우는 1,918마리(4%), 안락사한 경우는 2만 3,562마리(53%)에 달했다. 나머지는 다른 가정에 입양되거나 연구기관 등에 기증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구조관리협회 이수정 과장은 “현재 유기동물을 보호시설에 둘 수 있는 기간이 한 달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무작정 오랜 기간을 보호할 수 없다.”면서 “여건이 허락하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안락사를 시킬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단지 주인의 사랑을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대부분의 동물들이 극단의 길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동물보호법 어떻게 바뀌나
정부가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해 동물 유기행위에 대한 벌칙을 한층 강화한 것은 이런 실상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벌금 20만원 이하인 현행 처벌기준을 징역 6월 이하나 벌금 200만원 이하로 수위를 대폭 올렸다. 동물소유자의 관리의무와 관련해선 ▲소유자의 이름·주소 등이 적힌 인식표 부착 ▲목줄 등 안전장비 휴대 ▲배설물 즉시 수거 ▲위험동물(도사견 등) 사육제한 등으로 구체화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만원 이하 과태료도 물릴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입법예고 당시의 ‘100만원 이하 과태료’보다 완화되긴 했지만 새로 신설된 ‘애완동물 등록제’와 함께 동물 유기행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조치라는 평가다. 아울러 유기동물을 수용, 일정 기간 보호할 수 있는 보호시설의 설치도 각 지자체장들에게 의무사항으로 규정했다.
현행법엔 두루뭉술하게 표현된 동물학대 행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축산물가공처리법에 의한 도살 등 몇몇 예외규정을 단서로 달면서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공개된 장소나 같은 종류의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치료목적 등 정당한 이유 없이 굶기는 행위 등도 금지시켰다. 처벌규정을 두지 않은 권고기준이긴 하지만 동물을 운송할 때 급출발 등 난폭한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동물들을 화장하거나 묘지·납골당 등을 운영하는 동물장묘업에 대해서도 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양성화시켰다. 농림부 김규억 사무관(가축방역과)은 “현재 가정에서 기르는 동물들이 죽었을 경우 일반 생활폐기물 봉투에 넣어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동물장묘업이 활성화되면 그 동안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정서적 고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물실험은 ‘뜨거운 감자’
이번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부닥쳤던 부분은 ‘실험동물’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물실험 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는 곳은 590여개소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기관과 출연연구소 45곳을 비롯, 각 대학의 의대·수의대·한의대 63개소 그리고 제약회사 480여곳 등이다.“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만 한 해 500만∼600만마리”(김규억 사무관)로 추정되고 있다.
농림부는 당초 미국·독일 등 선진국처럼 ▲흡연이나 알코올의 흡입이 수반되는 실험(의약품·의료기술 개발목적 제외) ▲영장류에 대한 팔·다리 절단 실험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시켰지만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교육부 등의 반발에 밀려 이번 개정안에선 철회했다. 다만 각 동물실험시설 별로 수의사 등으로 구성된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실험과정에서의 고통 최소화를 비롯한 윤리적 측면의 조치를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김규억 사무관은 “당초 윤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도 포함됐으나 법무부 등의 이견으로 결국 처벌조항은 삭제했다”면서 “그러나 법에 명문화한 만큼 시민단체의 감시활동 강화 등으로 인해 결국 윤리위원회를 둘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안내견 등 인간을 위해 사역한 동물의 실험은 금지돼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여전히 내놓고 있어 향후 국회심의 과정에서 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있는 개 보신탕 재료 사용”

인천 개 사육장 보도로 개 학대 비난이 뜨거운 가운데 상처 입고 질병에 걸려 있는 개들도 외양상 큰 문제가 없다면 보신탕 재료로 사용된다는 주장이 나와 또다시 논란이 예상된다.
한 보신탕집 주인 J씨는 익명을 전제로 13일 한 라디오 방송 에 출연 "인천 사육장 개 학대 사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 개들이 질병을 갖고 있더라도 개가 그 질병으로 죽거나 비실비실하지 않은 이상 개고기로 쓰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J씨는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개고기의 불법 음성화에 있다"면서 "우리 조상들이 먹어오고,또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개고기를 합법화, 양성화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개 사육이 비위생적으로 이뤄져도 또 그런 개고기가 유통돼도 막을 길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J씨는 또 “물론 인천 개 사육장 사례는 있을 수 없는 예외적인 사례로 한 단면으로 전체를 봐서는 안된다”며 “식용 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상품성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육은 절대로 그렇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우리의 경우 식용 개를 사육할 때는 넉넉한 장소에서 키우고 좁은 우리에 개를 가둘 때는 차로 이동할 때뿐"이라면서 "보신탕집 주인이 개를 학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개고기를 먹으니까 '결국 개 사육이 이뤄지면서 학대도 빚어지는 것'이라는 일각의 비난에 대해 J씨는 "그렇지 않다"면서 “학대는 학대하는 사람의 문제이고, 개고기 비합법화로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제도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보신탕 주인이 개 보호를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일각 비난에 대해서는 “개고기를 먹는 것과 동물로서의 개 사랑과는 다른 것”이라면서 “일을 부리기 위해, 그리고 식용으로 먹기 위해 소나 가축을 키우는 것도 그러면 동물학대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애견을 키우다가 유기하는 애견가들이 오히려 문제”라면서 “잘 키우고 개식용 유통하는 우리가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