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개조해 레스토랑으로 꾸며, 곳곳에 스민 예술가 부부의 손길

한 폭의 그림같이 잘 어울리는 예술가 부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애니골을 꿋꿋하게 지켜온 이 부부는 2011년 작업실을 개조해 근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만들었다. 이탈리아어로 소나무를 의미하는 ‘피노(Pino)’는 이들을 꼭 닮았다. 예술가 주인이 직접 만든 테이블, 벤치, 화분걸이 등은 과하지 않게 레스토랑 곳곳에서 딱 그만큼의 제 역할들을 하고 있다. 절제미가 돋보이지만 그 어느 곳보다 아늑하고 아름다운 곳이 바로 피노다.

지금이야 애니골이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즐비한 음식촌이지만 배순교 대표와 남편인 김희성 교수(영남대 미술대학)가 처음 이 애니골에 들어왔던 15년 전만 해도 이곳은 고즈넉한 숲이었다. 차를 타고 가면 차창에 나뭇가지가 부딪힐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숲은 이내 번잡한 음식촌으로 변해갔다. 사라져가는 자연의 모습을 너무도 아쉬워하며 이들 예술가 부부는 고집스럽게 건물 주위에 소나무와 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십년이 지난 지금은 이젠 나무를 심을 자리가 없어 봄, 가을이면 꽃을 심으며 그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소나무처럼 고객들 곁에 있는 ‘피노’
피노 건물은 부부가 작업실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유명건축가가 설계해 3개의 건물로 이뤄진 꽤 근사한 작업실이었다. 그런 작업실의 일부를 레스토랑으로 만들며 예술가 부부는 일 년 넘게 뜯고 고치는 것을 반복하며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완성했다. 특히 정원에 심혈을 기울였다.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이 식사를 하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소나무와 자작나무도 심었다. 아주커다란바위도힘들게구해왔다“.
건물을증축하는 과정에서피노 앞의소나무는여러번 옮겨심어야했다. 공사중에멋진가지들이많이부러져나갔다. 그해 겨울 추운겨울을 굳건히 이기고 새순이 돋는 그 소나무를 보며 순간 미안한 마음과 고마움에 오랫동안 생각하던 레스토랑 이름을 피노라고 짓게 됐다. 그렇게 이들 부부와 소나무의 희생 덕에 피노는 아늑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특히 커다란 창문 밖으로 펼쳐진 자연스러운 풍경과 식탁의 아름다운 각종 식기의 고급스러움, 매장의 예술품들은 고객들이 피노의 남다른 운치와 격조에 만족하는데 한 몫 한다. 각각의 가구와 인테리어, 집기들까지 예술가 주인을 닮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피노의 색을 제대로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으로 피노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공간만큼이나 고객들을 사로잡는 ‘맛’을 빼놓고 피노를 얘기하면 섭섭하다. 내로라하는 유명 레스토랑과 홍콩 침사추이 등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주방장을 거친 셰프 들의 이탈리안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곳이다. 또한 모든 식재료를 매일 직접 주방에서 준비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그만큼 신선하다.

한우 1등급을 사용한 최상급 안심스테이크 코스를 비롯한 파스타와 리조또, 피자, 샐러드 등의 다양한 단품요리가 준비돼 있는데, 특히 왕새우, 버섯, 굴 소스가 어우러진‘오이스터 파스타’와 키조개 관자의 맛을 그대로 살린 ‘까페산떼’샐러드가 인기다. 세계 각국의 와인리스트도 보유하고 있다.
“일산에서도 이탈리안 요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배 대표는 피노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맛, 분위기, 서빙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피노다. 피노에서 식사를 마친 후에는 ‘카페애니골’에 들러도 좋을 것이다. 피노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카페애니골’은 캐주얼한 다이닝 카페로 역시 배 대표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고급커피를 마시며 카페 밖 경치를 즐길 수있는 마음의 여유를 선사한다 ‘피노’와 ‘카페애니골’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예술가 부부는 이곳을 더욱 아름답고 행복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고객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의진화를 꿈꾼다. 이것은 순수예술을 하는 예술가가 꿈꾸는 소통의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그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낼 예술품을 우리는 언제든 감상할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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