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는 변신 중, 유시민 장관 입성
몸 낮춘 유시민 복지 “국민 섬기는 일에만 집중할 것”
“‘말과 행동이 변해야 한다’는 애정 어린 충고와 질책을 종합해 주어진 시간의 99% 이상을 보건복지 행정에만 쏟겠다” 장관 임명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유시민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2월10일 취임 후 기자들과 가진 첫 대면에서 평소와는 달리 매우 신중한 언행을 보였다.



유 장관은 “앞으로 정략적 이해관계에 휘말리지 않고 정치부 기자가 관심 가질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해 정치와는 일정한 선을 그을 것임을 밝혔다. 밝은 회색 정장 차림의 유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쯤 정부 과천청사내 보건복지부 건물 앞에 도착해 송재성 차관 등 간부들의 환영을 받았다. 이어 열린 취임식에서 “과천 오는 길이 평탄하지 않았다. 모두가 나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청문회 때처럼 자신을 한껏 낮춘 뒤, “여러분과 함께 일하는 동안 다른 모든 것을 다 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을 제대로 섬기는 일에만 집중 하겠다”며 “무엇보다 먼저 어르신들을 잘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유 장관의 ‘자세 낮추기’는 이날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국회 안에서는 다른 정당과 다투고 같은 당 안에서도 진로를 놓고 노선투쟁을 했으나 이것이 정치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보건복지 행정이라는 다른 임무가 주어져 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 장관은 야당에 대해서도 극도의 ‘낮추기’를 했다. “찾아가서 만나고 대화하고 또 대화하고, 모시고 또 모시고 섬겨야지 어떤 방법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청문회를 하는 동안 ‘내가 야당이라도 저렇게 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면서 “다 나름대로 국가를 걱정하고 애국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의견이 다를 뿐”이라고 ‘한층 성숙’된 모습도 보였다. 그는 보건복지 행정의 3대 기조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 국민과 함께 하는 행정, 미래를 내다보는 행정을 꼽았으나 “국민들이 ‘장관 따라하기’를 하면서 국민연금을 내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연금은 자기 노후를 스스로 대비하는 것”이라며 피해갔다.

“정동영 견제하려 유시민 장관임명”
한편, 시사평론가이자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의 진행자인 장성민(‘세계와 동북아 평화 포럼’ 대표)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한 이유를 “노인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동영 상임고문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2월13일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의 뉴스 브리핑 시간에 상당수 국민이 유 의원을 ‘절대 부적격자’로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유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한 이유는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자임해 왔던 유시민 의원을 보건 복지부 장관으로 앉힘으로서 여당의 대권구도의 변수 중의 한 사람인 정 고문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장씨는 “이런 것들을 유 장관이 예시라도 해 주듯이 유 장관은 취임 이튿날부터 노인복지회관과 무료경로식당을 찾음으로써 정 고문이 헝클어 놓은 열린우리당의 민감한 정치지대인 경로세대를 우선적으로 공략해 들어갔다”면서 특히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문제에 가장 우선적인 관심을 갖겠다’고 함으로써 정 고문과는 매우 상반된 정치 행보를 펼칠 것임을 예고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유 장관에게는) 대한노인회 방문일정도 잡혀 있어 그가 노인들의 복지정책에 많은 선심성 정책들을 남발할 경우 노인들은 그가 어떤 인물인지도 모르고 그에 동정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이미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의 화제를 모으는 데는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자가당착적 생각을 갖고 있는 그에겐 이제 ‘노인들 마음만 잡으면 된다’는 식의 행보가 남아 있을 것이고 이것이 바로 많은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이 그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앉히게 된 핵심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이 유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에 대한 노대통령의 속내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스럽기 그지없다”는 촌평을 내놓기도 한 그는 “유시민 장관의 변신은 비전과 생각의 변신이 아니라 처신의 위장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시민의 ‘어르신 사랑’ 논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취임하던 첫날 기자들과 만나 “정책이 아닌 사건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그를 향해 한 기자가 “유 장관을 ‘정책’의 시각에서 봐야 할지, ‘사건’의 시각에서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던지자, 유 장관은 “그러면 제가 말씀드리는 대로 그대로 해주시렵니까”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 첫 화제로 ‘노인’, 유 장관 표현으로는 ‘어르신’이 도마에 올랐다. 취임 이후 일부 언론들은 그의 노인 관련 행보에 대해 ‘지방선거용’ ‘이미지 쇄신용’ ‘정동영과의 차별화’라며 갖가지 추측을 내놓고 있다. 장관 내정 단계에서부터 취임 이후까지 줄곧 낮은 자세로 임하고 있는 유 장관의 또 다른 일관성은 노인을 향해 있다는 점이다.
유 장관은 취임 이튿날 노인복지회관과 무료경로식당을 찾아 배식 등 봉사활동과 오찬도 함께 했다. 그 뒤 국회를 방문해 각 당 대표를 만나는 와중에도 짬을 내 대한노인회(회장 안필준)를 방문했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장관이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취임인사를 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는 말이 돌았다. 유 장관은 “어디를 가든지 웃어른들을 찾아뵙는 것이 도리가 아니냐”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그는 노인 문제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 청문위원의 ‘유시민표’ 정책을 묻자 유 장관은 ‘국민연금 개선’을 꼽으면서 동시에 “고령화에 대비해 어르신들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고 노년에도 인생의 뜻을 찾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적 해석에 대해 유시민 장관쪽에선 ‘개인적 소신’이라고 항변한다. 유 장관의 누이인 유시춘 씨(소설가)는 “독일 유학을 다녀온 뒤 가장 충격을 받은 게 유럽의 노인 문화였다”며 “젊어서 열심히 일한 뒤 멋쟁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노후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고 사석에서 몇 차례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유 장관은 “언론에서 오해를 하는데 (노인 정책을) 지금 아이디어를 모아 기획하고 집행하는 등 준비해야 빨라야 내년 초”라며 “선거와 관계없이 노인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대한노인회 대표들에게 설명했다.


야당 대표 연쇄 방문, 낮은 행보 변신
그런가하면 새로 취임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첫 행보는 ‘싸움닭 유시민’과의 선긋기였다. 자세도 거듭 낮췄다. 지난 2월7, 8일 청문회에서 보여준 ‘유시민 변화’의 연속선상이다. 장관 임명 과정에서 겪은 우여곡절이 미친 영향이기도 할 것이다. 그는 이날 청와대에서 장관 임명장을 받은 직후 복지부로 이동, 취임식과 복지부 간부들과의 오찬, 기자간담회, 사무실 순시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는 8대2로 가르마를 탄 단정한 머리에 밝은 회색 양복을 입고 나왔다. 국회 등원 당시 백바지를 입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안에서는 다른 정당과 다투고 같은 당 안에서도 진로를 놓고 노선투쟁을 했으나 이것이 정치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보건복지 행정이라는 다른 임무가 주어져 말과 행동이 변해야 한다”고 했다.
변화의 구체적 양태로는 “일이 잘 되도록 말과 행동을 해야 하고 마음도 일 중심으로 가 있어야 한다”면서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 장관은 청문회 이후 거칠게 대치하고 있는 야당에 대해서도 극도의 ‘낮추기’를 했다. “찾아가서 만나고 대화하고 또 대화하고, 모시고 또 모시고 섬겨야지 어떤 방법이 있겠는가”라는 것이다.
그는 “청문회를 하는 동안 내가 야당이라도 저렇게 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고,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감정적인 앙금이 없다”면서 “다 나름대로 국가를 걱정하고 애국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은 지 의견이 다를 뿐”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유시민 신임복지부 장관은 각 당 대표를 신임인사차 방문하면서 수첩을 들고 다녀 눈길을 끌었다. 유 장관은 2월16일 오전 11시 국회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찾아 신임인사를 했다. 유 의원은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국민연금 등 현안이 많은데 장관직을 잘 수행해서 좋은 장관이었다는 평가를 받기 바란다”고 답하자, 유 장관은 “그리 하겠다”고 받았다.
그는 보건복지 행정의 3대 기조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 국민과 함께 하는 행정, 미래를 내다보는 행정을 꼽았으나 “국민들이 ‘장관 따라하기’를 하면서 국민연금을 내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연금은 자기 노후를 스스로 대비하는 것”이라며 피해갔다. 이에 앞서 유 장관은 복지부 직원들이 참석한 취임식에서 “과천 오는 길이 평탄하지 않았다. 모두가 나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토로하고 “여러분과 함께 일하는 동안 다른 모든 것을 다 잊으려 한다”고 약속했다.

참여정부 국정수행 종합 성적 ‘낙제’
참여정부 출범 3년의 종합성적표는 낙제점이었다. 내일신문이 여론주도층 2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참여정부 국정수행 종합평가’ 조사결과 에 따르면 10점 만점에 4.56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5점)에 미달한 수치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 4대 분야 12대 핵심국정과제를 제시했다. 4대 분야로 볼 때 외교통일국방 분야가 평균 5.38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다음으로 정치행정 분야가 평균 5.08점을 받아 가까스로 보통을 넘었다. 사회문화여성분야는 평균 4.62점이고 경제 분야가 평균 4.22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2대 과제별로 볼 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5.71점)이고 꼴찌는 3.62점을 받은 ‘미래를 열어가는 농어촌’ 과제다. 현 정부 핵심정책인 행정도시 건설이나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쌀개방 파문과 시위농민 사망 등이 겹친 농어촌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보통 이상의 평가를 받은 과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5.38점) △부패 없는 사회 봉사하는 행정(5.15점) △국민통합과 양성평등 구현(5.12점)에 불과했다. 나머지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 구축(3.99점)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4.24점) △참여와 통합의 정치개혁(4.36점) △동북아 경제중심국가건설(4.40점) △교육개혁과 지식문화강국실현(4.53점)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4.64점)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4.80점) 등은 모두 보통 미만의 점수를 받았다. 직업군에 따라 평가도 확연히 갈렸다. 국정수행 종합평가에서 행정부 소속 공무원들은 평균 7.10점으로 유일하게 참여정부 국정수행을 보통이상으로 높게 평가했다.
반면 언론계는 3.86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다음으로 법조계(4.04점), 학계(4.21점), 정치권(4.40점), 경제계(4.50점), NGO(4.89점)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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