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발행인과 강충원 부동산 전문가의 긴급대담

땅과 집에 대한 한민족의 애착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농경사회로 구성돼 있었으나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탓에 땅에 대한 그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집에 대한 애착은 보다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권 중심의 경제발전과 좁은 국토, 기형적으로 발전해 온 부동산 시장이 만들어낸 왜곡된 애착이라는 게 바로 그것이다. 그나마 주택시장이 활황일 때에는 그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요즘처럼 집값이 요동치고 전세대란이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시대에 와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이에 본지 김길수 발행인과 부동산 전문가 강충원 ㈜세원플러스 대표가 만나 주택시장 정상화에 대한 긴급대담을 나눴다. 강 대표는 지난 20여 년 간 세계 각국을 돌며 선진국의 주택문화와 시장을 연구해 온 이 분야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김길수 발행인(이하 김) : 요즘 날씨만큼이나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있다. 한쪽에서는(주택매매시장) 변동이 없어서 난리고, 다른 한쪽에서는(전세시장)은 널뛰기 시장변동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다. 부동산이라는 영역이 워낙 방대한 만큼 오늘은 주택시장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다.
강충원 대표(이하 강) : 요즘 우리 주택시장이 비정상적이라는 데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시장적 측면에서 보자면 주택 또한 하나의 상품이라 할 수 있는데, 정상적인 가격책정이 안 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진단된다.
김 : 주택의 가치와 가격이 정상적으로 책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을 정할 수 있는 일정한 기준이 없지 않은가. 정부 주도로 발표되고 있는 공시가제도의 경우에는 실거래와 너무 거리가 멀어 실제 활용되는 측면이 적다.
강 : 간단한 시장의 법칙을 적용하면 된다.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수요자가 나타나게 되고, 매매자와 수요자 간에 협의된 기대가격이 바로 적정가격인 것이다. 이 때 매물이 많으면 가격이 하락하고, 반대로 수요자가 많으면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김 : 지극히 상식적이고 간단한 법칙으로 들리는데, 현실에서는 이러한 기본적인 법칙이 깨졌다는 이야기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강 : 대개 상품의 가치는 품질과 희소성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집에 대해 또 하나의 요소를 가미한다. 소유욕이 바로 그것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시대를 초월하는 서민들의 로망이자 아젠다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주택의 수와 가구수를 비교했을 때 주택의 수가 조금 더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김 : 이를 테면 주택 소유와 분배의 불균형이 일어났다는 이야기인데, 좀 더 여유로운 사람들이 좀 더 많은 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를 비판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그것은 지극히 자본주의적 현상이니까 말이다.
강 : 지당한 말씀이다. 더 열심히 벌고, 더 여유로운 사람들이 많이 갖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이는 70~80년대 우리 주택시장이 기형적으로 발전해 온 과정이 남기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집값은 지속적인 상승세였다. 당시에도 약간의 등락폭을 보이긴 했지만 큰 그래프로 보면 지속적인 상승세였다.
김 : 그렇다. 당시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 바로 집이었다. 집값의 상승폭이 은행이자보다도 컸으니까, 일단 집을 마련하고 난 후에는 무조건 돈을 버는 것이 정상이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하더라도 몇 년 후 상승한 집값이 이를 보전해줬고, 이를 반영해 다시 대출을 받아 더 크고 비싼 집으로 이사하는 순환이 지속돼 왔다.
강 : 문제의 핵심이 바로 거기에 있다. 그 순환고리가 약해지다 못해 거의 끊어져버렸다는 것이다. 더 이상 집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없는 구조다. 이미 공급과잉 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 지속돼 왔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고 이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김 : 그것이 바로 매매가격이 하락하고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주요인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미 대출까지 받아서 구입한 주택에 대해 손해를 감수하고 던져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강 : 현재의 시장의 분위기가 큰폭의 손해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그냥 던진다고 팔릴 수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최서의 대안은 분배의 균형을 맞춤으로서 주택소유자와 비소유자 간의 고민을 동시에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김 : 주택시장에서 분배의 균형이 성립할 수 있나. 물리적으로 집을 쪼갤 수는 없지 않은가.
강 : 최근 들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주택임대시장 활성화에서 해결책을 엿볼 수 있다. 애물단지처럼 놀고 있는 집을 정기적이고 일정한 임대료를 주고 대여해 준다면 빚을 떠안은 주택소유주나, 높은 전세가에 허덕이는 세입자들이 윈윈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 형태만 보자면 기존의 월세와 비슷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에서 활성화 되어 있는 주택렌탈에 더 가깝다. 이러한 주택임대시장이 활성화 될 경우 주택시장에 끼어 있는 거품은 자연스럽게 제거될 것이므로 매우 합리적이고 적절한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소유주나 세입자 모두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 주택임대사업에 대한 외국의 사례는 기사나 자료를 통해 접해 본 적이 있다. 가장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단순히 집을 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관리와 사후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 : 그렇다. 현재의 주택소유주들의 대부분이 별다른 준비 없이도 주택임대사업자로 창업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 호에 보다 상세하게 나눠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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