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으로 완벽한, 흠결 없는 지도자를 만나는 날이 올까

   
 

오는 2월25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첫 총리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명됐다.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통과하면 새 정부의 첫 총리로 임명될 전망이다. 새 정부의 첫 총리 지명자인 만큼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각종 검증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용준 총리 지명자는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까지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날카로운 검증의 칼날은 그의 작은 그림자까지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김용준 총리 지명자는 서울가정법원·광주고법·서울고법 등에서 부장판사와 서울가정법원장을 역임한 뒤 지체장애인으로서는 최초로 지난 1988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후 1994년 제2대 헌법재판소장을 지냈다.
법관 시절 후배들에게 “법조문에 얽매이지 말고 구체적 타당성에 입각해 판결하라”라고 강조하는 등 실정법과 현실 사이에서의 합리적 판결을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1993년 생수 시판을 허용하며 10여 년 간 지속된 생수 논쟁을 마무리 지었던 판결이 대표적이다.
헌법재판소장 재임 중에는 과외를 금지한 법률과 군 제대자 가산점제, 동성동본 금혼 조항 등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00년 헌법재판소장에서 퇴임한 후에도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장, 대검찰청 공안자문위원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렇듯 법조인으로서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인사검증 과정에서 갖가지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 두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과 재산과 관련된 의혹이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봤던 온갖 인사청문회에서 빠짐없이 등장한 항목이었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소위 대한민국의 지도층이라는 부류 중 병역비리, 재산비리와 연루되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논란에 휩싸인 개인을 질타하기 전에 먼저 우리의 사회를 감싸고 있는 철학과 시스템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해 왔던 성장위주의 정치경제정책이 분명 한 몫 했을 것이다.
마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식의 과정을 무시한 결과 중심주의가 낳은 폐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지도자는 일반인들에 비해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필수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덕목이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십수 년에 불과하다.
도덕적으로 어떤 흠결이 있든, 그 사람이 이뤄낸 업적이 더 중요하다는 위험한 기준이 오랫동안 우리 사회와 의식을 지배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잠재적 지도계층 역시 도덕적인 문제에 있어서 크게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은 채 부지불식 간에 수많은 오해와 흠결을 만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세월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권력과 지도층들은 계속해서 교체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도덕적으로 완벽한 지도층’을 만나게 될 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꿈이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 먼저 지도자가 되거나 지도층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얼마나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충족시켜야 할 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순간에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을 잠재적 지도자 혹은 지도층들은 그야말로 ‘내일의 성취’를 위한 ‘오늘의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저 학문과 스펙을 화려하게 쌓는 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한 깊고도 엄격한 성찰이 끊임없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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