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용서, 누가 누구를 용서하겠다는 것인지

임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검토 중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각종 비판과 논란이 쏟아지고,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 당인선인조차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결심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특별사면 대상과 관련해 대통령의 친인척, 정부출범 이후 비리사범,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재벌회장 등은 배제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별사면 이야기가 구체화 될수록 청와대 인근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다르다. 구체적인 사면대상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현 정부 출범 전 기업체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구속돼 형이 확정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모양이다.
한편으로는 대표적인 친박계로 알려진 홍사덕 전 의원과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와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특별사면 대상으로 거명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설(說)만 살펴보더라도 청와대와 이 대통령이 세웠다는 방침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임기 말 특사의 의도를 가늠하고도 남음이 있다.
대통령 특별사면은 일반사면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에 대해 법무부장관의 상신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행하게 되는데, 이는 사면법 2조2호, 9조, 10조, 헌법 79조, 89조9호의 적용을 받는다.
법무부장관의 상신과 국무회의의 심의라는 절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는 대통령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에 가깝다. 그래서 정변(政變)이 생겼을 때 정치범을 구제하기 위하여 옛날부터 행하여져 왔고,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기쁨을 나누기 위하여 행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후자에 대하여는 형사 정책적 견지에서 비난이 많다.
그렇다고 대통령 특별사면 제도 자체가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합리적인 기준과 적법한 절차 그리고 범국민적 공감대가 수반된다면 그야말로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좋은 제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측근과 일부 기득권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년, 우리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함께 힘겨운 시간을 돌파해 왔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자신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며 이 시련을 견뎌왔다.
하지만 삶의 극단으로 내몰린 이들 중 일부는 범죄를 저질러 수형자 된 경우가 많다. 이른바 ‘생계형 범죄자’가 바로 이들이다. 정말 먹고 살기 힘들어서, 혹은 어려운 가운데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더 힘든 가운데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생각하다면 이들을 사면하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특별사면 대상자로 거명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자면, 도대체 대통령 특별사면제도가 왜 필요한지 의구심이 들 지경이다.
임기 말 ‘용서’를 통해 범국민적 통합을 이뤄내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동력을 끌어올린다는 대의명분? 과연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이 있을까.
한줌 남은 권력을 이용해 마지막까지 자신과 측근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졸렬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大’통령의 특별사면이라면, 가난해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돌아보고, 그 중에서 진정으로 반성하는 사람들을 가려내어 서글픔과 고통의 옥살이에서 구해내는 진정한 사면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땅의 국민은 돈과 권력 등 각종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실로 범국민적 통합을 원한다면, 그리고 새 정부의 출범동력을 보태고 싶다면 진정한 ‘특별’사면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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