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반도 비핵화 불가능 선언”, 3차 핵실험 강행도 시사

지난 1월22일(현지시각)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확대, 강화하는 내용의 결의 208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난해 12월 12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지 42일 만이다. 이번 결의에는 제재 대상 확대, 북한 금융기관 관련 모든 활동에 대한 감시 강화 촉구, 공해상의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검색 강화 기준 마련 추진, 제재 회피를 위한 대량 현금 이용 수법의 환기, 전면적(catch-all) 성격의 대북 수출 통제 강화, 제재 대상 추가 지정 기준 제시 등이 담겼다.

유엔 안보리 북한 제재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

안보리는 2006년에 채택한 기존 결의 1718호와 2009년에 채택한 1874호를 위반한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면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추가 발사와 관련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로켓 발사 모라토리엄에 관한 과거 약속을 재확립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폐기하고 관련 활동을 즉각 중단하는 등 기존 결의에 규정된 의무를 완전하게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기존 결의의 제재 조치들을 재확인한 뒤 지난해 12월의 로켓 발사를 주도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등 기관 6곳과 이 위원회의 백창호 위성통제센터 소장 등 개인 4명의 이름을 제재 목록에 추가로 올렸다. 이로써 안보리 제재를 받는 북한의 단체와 개인은 각각 17곳과 9명으로 늘었다.

특히 안보리는 회원국들에 대해 북한 금융기관을 대신하거나 해당 금융기관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국내외 단체나 개인에 대해 주의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에 위반되는 물품을 검색한 회원국은 폐기나 사용불능화, 저장, 출발지국이나 목적지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의 이전 등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해당 물품을 폐기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결의는 6자회담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고 재개를 촉구하며, 모든 참가국이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2005년 9월19일 채택한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새로운 안보리 결의 채택을 환영하면서 대화는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와 비핵화 달성에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김숙 유엔주재 대사는 브리핑에서 “기존 결의의 문안을 더욱 구체화해 불분명했던 제재 대상을 확대하고 이행의 실효성도 높이는 이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제재 요소를 도입해 앞으로 양자 제재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자동 개입을 가능케 하는 트리거 조항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추가 도발시 법적 구속력 있는 제재 조치의 의무화가 가능한 기초를 마련한 것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의 대북 제재안은 촘촘한 그물을 연상시킬 정도로 견고한다. 만에 하나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는 등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자동개입이 가능케하는 ’트리거 조항’은 이전보다 한층 강화됐다. 특히 당초 결의안 채택에 부정적이었던 중국까지 동참했다는 점은 북한으로서는 적지 않은 압박감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돈줄 완전히 막히나

이번 제재안에서 주목해서 볼 만한 대목은 북한의 자금줄을 모두 틀어막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기존의 제재조항에 담긴 제재의 틈새를 메우는 동시에 ‘금융기관의 지점, 대표자, 대리인’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제재 대상을 분명하게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량 현금(Bulk cash)도 이번 결의에서 처음 포함된 표현으로 단순한 선언을 넘어서 향후 제재조치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만큼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저지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의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우선 대북 금융제재가 대폭 강화됐다. 결의 2087호 6항에서 “금융기관의 지점, 대표자, 대리인, 해외 자회사를 포함해 북한 금융기관을 대신하거나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자들의 활동을 감시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2009년 6월 채택된 대북제재결의 1874호가 “대량파괴무기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금융, 자산, 재원 동결을 포함한 금융거래 금지”라고 돼 있는 데에서 한 발짝 더 나간 것으로, 북한 기관뿐 아니라 북한과 연계된 불법 금융거래를 다 막겠다는 의미다.

대량 현금이 직접 언급된 것도 처음이다. 정상적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는 북한의 현금거래도 어느 정도 선에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북한은 항공기 수화물이나 기내반입 물품 등에 10만∼100만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넣어 운반한 사례가 여러 번 적발됐는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불법거래에 관여한 북한 단체와 관계자를 대북제재 대상으로 추가하고 있다. ‘여행금지 및 자산동결’ 대상에 추가된 라경수, 김광일은 모두 단천상업은행 관리자로,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탄도미사일, 무기 조립·제작과 관련한 물품판매에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천상업은행은 2009년 4월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지정된 바 있으며, 대량파괴무기 관련 물자 반입과 관련한 금융거래에 관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추가로 ‘자산동결’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6개 단체 중에서 동방은행은 금융기관이다.

평양 모란봉구역에 위치한 동방은행은 무기 제조·수출업체인 청송연합의 무기 관련 거래에 연루돼 있으며, 2007∼2008년 청송연합과 이란 금융기관과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거래에 도움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北 “한반도 비핵화의 불가능을 선언한다”

이에 북한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3차 핵실험 강행 가능성을 내비쳐 한반도에 상당한 긴장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안보리 제재결의안이 채택된 직후 즉각 성명을 내고 “한반도 비핵화가 불가능할 것임을 선언하고 물리적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언급한 물리적 대응조치는 3차 핵실험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제재압박책동에 대처해 핵 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인 군사력을 질량적으로 확대 강화하는 임의의 물리적 대응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가증되는 대조선 적대시정책으로 6자회담, 9·19공동성명은 사멸되고 조선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북측을 향해 안보리 결의가 뜻하는 국제사회의 엄중한 입장을 명심해 모든 핵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탄도미사일 관련 모든 활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으로는 북한의 핵실험 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이 정치적 결단만 내리면 언제든지 3차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내부적인 필요에 의해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 당국이 전략적 결정만 한다면 짧은 기간 준비하고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미 2006년과 2009년에도 장거리 로켓 발사 뒤 핵실험을 강행하는 ‘벼랑 끝 전술’을 보인 바 있다.

특히 북한이 북핵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 재개도 사멸될 것이라고 선언함에 따라 6자회담 재개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북한은 당분간 유엔 안보리의 제재 조치에 이은 양자 차원의 대북조치 추이를 지켜보며 핵실험 카드와 우라늄 농축 활동 등 추가 행동에 나설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북한은 안보리 결의가 뜻하는 국제사회의 엄중한 입장을 명심해 모든 핵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탄도미사일 관련 모든 활동을 중단함으로써 안보리 결의를 전면 준수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추가 도발시 안보리가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천명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출범 앞둔 ‘박근혜 정부’ 남북관계 안갯속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급속히 냉각됨에 따라 출범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의 남북관계가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북한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채택 직후 외무성 성명을 통해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불가능할 것임을 선언하고 물리적 대응조치를 언급함으로써 핵실험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여지가 크게 좁아진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이후 미국, 중국 대표단과 각국의 주한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핵개발은 국가의 안보 및 국민의 안위를 위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추가적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실현해 나감으로써 세계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북한을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남북관계에 신뢰가 쌓이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국제사회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제3차 핵실험까지 시사하고 나섬에 따라 5.24조치의 단계적 해제와 금강산 관광재개 등 남북관계 개선에 시동을 걸만한 조치를 취하기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특히 북한이 경고한 물리적 대응조치가 제3차 핵실험으로 이어진다면 새 정부 출범 초기 남북관계는 현재보다 훨씬 더 격렬한 대결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개선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표출해 온 북한이 현재로서는 추가 행동을 하기보다는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저울질하며 3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한이 유엔 대북 결의안 채택 후에는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는 점을 들어 북한의 ‘비핵화 포기 선언과 물리적 대응조치 경고’에 보다 차분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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