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은 지금 대권도전 시점 ‘저울질’중
미래와 경제포럼 창립, 본격 행보 돌입준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 건 전총리가 대권도전 조기가시화를 요구하는 주변의 목소리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고 전 총리는 여전히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외곽지지 세력들은 그의 대권도전 무대를 위한 신당 창당까지 계획하고 있다며 결단을 재촉하고 있다.



그의 지지모임을 자임하고 있는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한미준) 이용휘 위원장은 2월18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 “5월 지방선거 이전에는 고 전 총리가 어떤 형태로든 액션(행동)을 취해줘야 된다”면서 “3월께 창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 전 총리와 가까운 강운태 전 의원도 이날 낮 기자들과 만나 “유능한 민주화 세력, 깨끗한 산업화 세력, 미래지향적 개혁 세력, 평화통일 세력이 창조적 신(新)중도주의 깃발 아래 연대해 3~4월중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고 전 총리입장에서도 내 방안대로 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준이나 강운태 전 의원의 시나리오는 모두 금년 봄 신당창당→5월 지방선거 약진→고건 대권행보 본격화를 뼈대로 삼고 있는 듯 보인다. 지방선거가 무당파 상태인 고 전 총리의 대권후보 경쟁력에 보탬을 줄 것이라는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며, 지지자들이 ‘고건 효과’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선출직 관직에 진출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도 가능한 대목이다.
한마디로 좋게 해석하면 win-win하자는 얘기지만, 동전의 뒷면을 보면 고 전 총리와 지지자들이 ‘동상이몽’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탓인지 고 전 총리 측근 진영에서는 “좀 더 살펴보자”며 대권플랜의 가동시기를 지방선거 이후로 잡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노 대통령 탈당 가능성 시사 등으로 지방선거 이후의 정국 유동성이 커진 만큼 섣불리 주사위를 던지는 모험이 필요하겠느냐는 것이다.
고 전 총리가 현재 대변인을 물색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치중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는 지적도 있다. 고 전 총리 지인은 “지금 상황에서 (3-4월) 창당이란 말도 안되고,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지방선거가 끝나야 뭐가 잡히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고건을 돕는가
고건 전 총리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유력 정치인과 ‘주파수’를 맞추는 공개적인 정치활동도 부쩍 늘었고, 기자들을 만나는 횟수도 늘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을 만난 데 이어 2월16일 밤에는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 심야회동을 했다. 20일에는 정치부 기자 30여명과 함께 시내 한 극장에서 영 화 ‘홀리데이’를 관람했다. 덩달아 측근 참모들도 바빠졌다.
회의가 잦아지고 회의시간도 늘어만 간다. 아직 공식캠프가 구성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 전 총리가 깃발만 든다면 언제든지 외연을 확대 개편할 수 있는 잠재적 지원군이 각계에 포진하고 있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정치행보를 본격 재개한 고 전 총리는 방법론을 놓고 고민이 많다고 한다. ‘창조적 실용주의’를 모토 로 정치세력화를 모색하는 ‘새시대 정치연합’(가칭)을 만드는 한편으로 다음달 14일 예정된 ‘미래와 경제’ 창립총회에도 주력하고 있다. ‘미래와 경제’는 창조적 실용주의를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생산해낼 싱크탱크의 성격을 갖는다.
새시대 정치연합은 정당의 성격이라기보다는 일단 정치결사체의 성격이라고 한다. 고 전 총리는 이런 와중에 김근태 의원과 만나 “우리는 주파수가 맞다”는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일각에 서는 ‘고건+김근태’ 결합이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화합 이미 지를 극대화하는 파괴력 강한 카드로 평가한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로부터 “5·31 지방선거에서 연대하고 선거 후 정치판을 다시 짜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즉답은 하지 않았다.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이뤄야한다”는 정답으로만 화답한 고 전 총리의 머릿속에 아직 구체적인 방법론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파수는 열어놓되 큰 그림을 그려가면서 도약을 모색 하는 단계인 셈이다.
고건캠프는 다른 여야 대권주자들 의 캠프처럼 분야별로 전담자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 대외 및 언론관계를 전담하는 김덕봉 전 총리실 공보수석은 18일 “현재 는 모두가 올라운드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굳이 나누자면 김용정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정무쪽을, 고재방 전 청와대비서관이 정책쪽을 담당하며 ‘미래와 경제’ 관련 업 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측근 그룹은 대부분 때를 보고 기 다릴 줄 아는 신중한 정치행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 졌다. 섣부르게 ‘과속’할 경우 대권가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반면 외곽지원단체를 자임하는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한미준)’은 적극이고 공세적인 참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 당도 만들고 지방선거에서 통합론을 내걸어 열린우리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 모든 정파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 전총리는 관망파에 가까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대규모 원군 포섭
고 전 총리는 공개적으로 내세울 정치 권내 세력기반은 아직 없다. 그러나 국무총리 두 번, 장관 세 번, 서울시장 두 번, 국회의원을 지낸 36년간의 공직 경력에서 형성된 인맥이 광범위하다. 이세중 전 대한변협회장과 김재순 전 국회 의장 등 동숭포럼은 1주일에 한번은 꼭 만나 조언을 듣는 그룹이다.
강홍빈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김정탁 성균관대 교수, 최 병선 서울대 교수 등은 오래전부터 고 전 총리가 자문해온 멤버 들이다. 고 전 총리가 고문을 맡고 있는 다산연구소도 주목받는 모임이다. 이 연구소에는 변형윤·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한 승헌 전 감사원장이 자문위원으로 있다.
내부무 시절 인연을 맺은 인사들 모임인 초당회, 보름회, 기린회 , 목우회 등도 잠재적 지원군이다. 특히 보름회는 장·차관을 지 낸 인사 중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모임인데 민주당 신중식, 최인기 의원이 멤버이다. 이낙연, 안영근 의원과 김영환, 강운태 전 의원 등도 고 전 총리와 가깝다.
경기고·서울대 정치학과 동창 모임과 고시 13회 동기모임도 꾸준히 챙기는 고 전 총리의 주요 인맥이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삼양사 김상하 회장과도 교분이 두텁다고 측근은 전했다. 바둑계에도 상당한 인맥이 있다고 한다.

고건 당 들어올 의원은 20여명
한편, 고 전 총리는 서울대 정치학과 동문들이 지난 2월8일 서울고법으로부터 불법경선자금 수수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한 대표를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모임에 참석해 한 대표를 만났다. 고 전 총리는 한 대표의 거듭된 협력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접촉을 피해왔으며 정치활동 준비에 들어간 이후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대표는 이날 고 전 총리에게 지방선거와 관련, “민주당이 취약한 수도권과 전북지역 출마자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이뤄야 한다”는 기존 입장만 밝히고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총리의 한 측근은 “한 대표 위로 차원에서 대학 동문들이 마련한 자리여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며 “다만 지금까지 만나지 않았던 두 사람이 만난 것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 전 총리의 지지 세력을 자임하고 있는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한미준)의 이용휘 위원장은 지난 2월15일 여야 의원 20명이 자신들이 창당할 신당에 가입할 의사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오는 3월에 창당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재확인한 뒤 “고건 신당에 적극적으로 가입할 의사를 밝힌 여야 의원이 20명가량이며 이 가운데 여당 의원이 7,8명 정도 된다”며 “우리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상당수 여당 의원들이 탈당해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당이냐… 연합이냐…
유력 대권 주자인 고건 전 국무총리가 '5ㆍ31지방선거' 참여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2월14일 “지방선거나 연합공천 등과 관련해 어떤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며 “아직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고 전 총리는 “현재 정치가 민생경제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선진국 도약을 위해서는 이념과 정파를 초월하는 새 패러다임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정치 활동의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의 언론창구인 김덕봉 전 총리 공보수석은 “고 전 총리는 새 패러다임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형식으로든 지방선거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내달 정치연합체를 발족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게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해준다.
신당 창당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고 전 총리 캠프 내에서는 지방선거전 움직임에 반대하는 의견도 여전히 만만찮다. 섣불리 정치세력화를 도모할 경우 현재의 지지율이 반토막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민련, 한나라당에 ‘흡수’
국민중심당 창당 이후 1석짜리 ‘초미니정당’으로 전락했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결국 한나라당에 흡수됐다.
자민련 김학원 대표는 2월20일 “한나라당 중심으로 자유민주세력의 대통합에 나서겠다”며 한나라당 입당을 전격 선언했다. 자민련은 자동 해산 절차를 밟게 됐고, 소속 당원들은 일괄적으로 한나라당에 입당키로 했다. 자민련의 소유 재산도 일괄 한나라당에 귀속시키기로 했다. 이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 대표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대국민통합 선언문’을 발표해, “자유민주세력이 굳게 뭉쳐 좌파세력의 재집권을 막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건강하게 살아 숨쉬는 희망찬 국가를 재건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한나라당의 의석수는 모두 127석으로 늘어났으며, 자민련은 지난 95년 창당 후 11년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김 대표는 “그동안 박 대표와 여러 차례 만나 ‘이 나라가 이렇게 되면 안 되지 않느냐. 기필코 내년 대선에서 자유민주세력이 승리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여러 차례 나눴다”며 양 당 간의 교감을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취약지역이라 할 수 있는 충청권 민심을 움직이기 위해 김 대표의 입당에 공을 들인 것으로 풀이되지만, 심대평 지사를 중심으로 한 국민중심당이 여전히 충청권 맹주로 남아 있어 실제로 5ㆍ31 지방선거에서 충청 표심을 움직이는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극우정당’으로 분류되던 자민련과의 통합은 사학법 투쟁 이후로 ‘수구’ 이미지가 강화된 한나라당의 우경화를 촉진하는 '‘악수’가 되리란 우려도 적지 않다는 평이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