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항이 물류 허브 항만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지다

해양 산업이 국가 경쟁력으로 발전하면서 항만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선박과 시설 등에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 항만은 마비 상태가 되고 이는 곧 운송정지, 시설 파괴 등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한국도선사협회 울산항도선사회 나태채 회장과 26명 도선사들은 항만과 선박의 안전한 운행은 물론 이를 통해 울산항이 물류 허브 항만으로 발전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1963년 개항한 울산항은 울산·온산 공업단지가 인접해 있는 한국 해양산업의 중심지로 50여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선박의 입출항과 물류 운송 등 항만의 원활한 운영은 곧 경제적 가치와 직결되는데 해양 산업의 특성상 수심, 기후 등으로 인한 선박 사고가 발생하면 천문학적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 때문에 항구에서 출·입항하는 대형선박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안내하는 도선사의 역할은 절대적이며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울산항도선사회 나태채 회장은 도선사는 선박을 안전하게 인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간 외교와 항만 산업 경제 발전에 연관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도선사는 국토해양부령(國土海洋部令)으로 일정한 지역에서 도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국토해양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사람을 뜻한다. 항만, 운하, 강 등 일정 도선 구역에 배치되어 입출항하는 선박들에 탑승해 선장을 보좌하며 안전 수로로 안내해 선박의 안전 항해를 위해 풍속, 풍향, 조류 등의 기상을 고려해 선박 항로와 속도를 조정하고 제한 수로, 암초 등을 확인해 안전하게 운항하도록 지시하는 등 선박의 안전 운항을 인도하는 역할로, 인명은 물론 원활한 경제활동과 직결되는 직업인만큼 사명감과 자부심이 필요한 것이 바로 도선사다”라고 전하는 나 회장은 강한 긍지와 자부심을 나타냈다.

항만 안전의 파수꾼 도선사

항만 안전을 인솔하는 도선사는 그 중요성 때문에 많은 경력과 관련 지식을 필요로 한다. 나태채 회장은 한국해양대학교 졸업 후 해기사가 되어 SK 원유선 등 다양한 항해 경력을 쌓고, 대양에서 20여년을 보내며 1999년 시험에 합격해 2000년부터 도선사 업무를 시작한 베테랑 해양인이다.

도선사는 경쟁 체제가 아니라 국가에서 보호하는 단일 체제 고유직으로 고소득 직업이지만 그만큼 막중한 능력과 경력을 우선으로 하여 취득하기 힘든 자격으로 꼽힌다. 보통 선장이 되기까지는 졸업 후 평균 15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도선사 취업자들의 평균 연령은 53세에 이를 정도다. 또한 항만에 드나드는 각국 선박을 인도해 입항해야하기 때문에 외국 선원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한 수준의 외국어에도 능해야 한다. 이외에도 각종 항해 장비를 능숙하게 다루고 당해 수역 내의 특성과 특정 규약, 항만 운영제도 및 관련 법령 등에 대한 이해 역시 필수 요건이다. 선박 사고는 인명과 항만 운영, 경제면에서 막대한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도선사는 그 중요성 때문에 전문성, 위험성, 노력, 시간에 따라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직업이다.

나 회장은 “도선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도 힘들지만 도선사의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예기치 못한 기후사정뿐만 아니라 본선에 승하선하는 자체에서부터 위험도가 높다고 할 수 있고, 인도 작업은 배를 이해하고 바다를 잘 알아야 한다. 바다에서 배는 선장의 책임 하에 운항하지만, 항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배는 도선사의 전적인 보좌 하에 운항하기 때문에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신중하고 철저하게 판단하며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한다”고 말했다.

민간 외교와 경제 기반으로 넓어지는 활동 영역

나 회장은 도선사로서의 힘든 부분은 위험도와 긴장도가 높은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대형 선박은 많은 배들과 함께 움직일 때 사고 발생률도 높아지므로 긴장도를 높이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어야할 부분이라고 했다. “도선과 예인은 엄연히 다른 업무다. 도선은 배를 안내하는 것이고, 예인은 조정 능력이 없는 배를 끌고 가는 것이다.

도선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천문학적 경제적 손실과 대형 사고에 이를 수 있으므로 긴장감과 위험도가 높다. 도선사로서의 보람은 악천후 때 배를 잘 접안해 선장에게서 ‘Good Job!’이라는 감사인사를 받을 때와 악천후에 묶인 상황에서 급한 물량 조달을 해결해주는 경우 등이다”라고 말하는 나 회장은 도선 과정에 있어서도 위험성을 안고 있지만 악천후 승하선 때가 가장 위험한데 나 회장의 10여년간 1만여 척을 무사고 접안한 데에는 이런 자부심도 바탕이 되었다.

   
 
도선사로서 가장 시급한 문제로 정년과 도선료 인상이라고 전하는 나 회장은 “한국의 도선료는 OECD 국가의 평균 5분의 1수준에 불과한데 항만에 입항하는 80% 이상의 배는 외국 선박으로서,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값비싼 도선료를 지불하는 이들 선박은 한국에서만 저렴한 도선료 혜택을 누리고 있다.

국내 선박 선주들의 반대로 도선료를 높이지 않는 것은 국익 부분에서 손해며, 도선료가 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져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도선사의 민사책임제한제도의 입법 필요성도 있다. 도선사고 시, 도선사 책임 제한을 민사 소송에서 무제한이 아니라 책임을 제한시켜 보험사가 도선사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경향을 막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나 회장은 울산항에서 추진하고 있는 오일 허브(Oil Hub)사업의 활성화 방안에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항만의 활성화를 위해 울산화학단지를 접목시키고 내수 30%, 수출 70%를 차지하는 울산항을 중계 화물항으로 만들 때 국내 경제에 끼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는 나 회장은, 도선사 경험을 함께 활용해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지역 경제 뿐 아니라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데 동참할 예정이다.

“러시아 원유 물량만 확보해도 경제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원유 뿐 아니라 완제품 케미컬 제품을 중계하는 항만으로 발전해 나간다면 도선사의 역할도 커질 것이다. 이처럼 국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울산항만 발전의 토대 위에 도선사의 위상이 향상되나 해양인력부족으로 후진양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현실이 안타깝다”라고 나 회장은 말한다.

마지막으로 “도선사는 각국 여러 선박에 승선하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국가 이미지와 관련된 민간 외교관이라는 의식과 특수 분야의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나태채 회장과 울산항도선사회는 낯선 항만에 산재한 위협에서 선박의 안전 운항을 인도하는 항만의 파수꾼으로 도약하고자 끊임없이 주력해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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