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시장개입은 일시적인 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일 수 없어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시작됐다가 참여정부에서 절정을 이뤘던 부동산 경기침체가 좀처럼 활로를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정부에서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수 차례에 가깝지만, 정책의 부족함 탓이었는지 시장의 문제였는지 문제 상황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형국이다. 근 10여 년 넘게 이런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집이나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모두 걱정과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분야는 전월세가 급등으로 인한 서민 주거 부담의 상승이다. 매매가에 거의 근접하는 전세가격에 서민들은 갈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처지다. 어렵게 돈을 구했다 치더라도 시장에서 물건을 찾기가 힘든 것도 또 다른 어려움이다.

이에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쟁이 일상화 되어 있는 정치판에서 야당마저도 이에 동조했다고 하니, 이번에는 보다 추진동력을 가지고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으로는 여야가 모두 공감할 정도라면 현실 속에서 전월세 문제는 얼마나 심각할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도 아직 정책당국과의 이견 조율이 과제로 남아 있다. 현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인위적인 가격통제는 시장경제 원리에 반대될 뿐만 아니라, 집주인들이 제한폭을 감안해 미리 전월세 가격을 올려받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상한제 도입을 반대해 왔다.

물론 이러한 논리도 일리가 있다. 반값등록금 논란 때처럼 제도 도입이전에 전월세 가격을 미리 올리는 편법이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더욱 공급부족에 시달리는 사태 등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업계와 시장에서도 비슷한 논리로 반대목소리를 내왔다. 집주인들로서는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당한다는 목소리를 낼 소지가 있다. 그야말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박 당선인 공약으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는 주택 관련 전문가들도 전월세상한제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이다. 수요공급에 따른 시장 경제원리에 반할 뿐만 아니라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임차가구의 역피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오히려 전세난의 대안으로 공공에서 임대주택공급 확대와 주택바우처제도로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맞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 같은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상한선을 얼마로 정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당선인 캠프 주택TF 관계자는 모든 지역에서 상한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한시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캠프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경우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협의를 통해 정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도입겱쳬?시기는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가올 봄 이사철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상한제 시행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0년 이상 주택임대사업을 준비해 오며 부동산업계의 현실을 체험해 온 필자의 입장 역시 새 정부의 전월세가 상한제 도입에는 회의적이다. 인위적인 가격안정화는 일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의 성과를 통해 여론을 호전시키기 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이라고 본다.

어떤 분야에서든 마찬가지겠지만,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해야만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해답이 나오는 법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혼란은 왜곡된 시장문화 혹은 관행에 의한 부작용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것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무엇이 될지에 대해서는 다음 달 이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한 가지씩 짚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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