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노동자들 위한 기업도시 건설, 민간 사회보장제도 도입

미국의 ‘허쉬(Hershey)’와 함께 세계적인 양대 초콜릿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는 영국의 ‘캐드버리(Cadbury)’가 2010년 1월 미국의 크래프트푸드(Kraft Food)에 인수됐다. 이에 캐드버리 창업자의 고손녀는 “영국의 국민 초콜릿 브랜드가 햄버거용 싸구려 치즈를 만드는 민국 회사에 팔린 사실을 알면 할아버지가 무덤에서 돌아누우실 것”이라고 분노했다. 반면 크래프트푸드 주주이자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너무 비싸게 싸 나쁜 딜”이라면서 “나한테 투표할 기회가 있었다면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처음 크래프트가 인수 제안을 했을 때만 해도 캐드버리 주주들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크래프트의 회유에 결국 캐드버리는 결국 손을 들고야 말았다. 크래프트의 캐드버리 인수가는 1주당 850펜스. 이중 500펜스는 현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는 주식으로 지불했다. 총 인수금액은 119억 파운드(197억 달러)였다.

캐드버리 인수에 성공한 크래프트는 단숨에 제과업계에서 세계 1위 자리에 등극했다. 크래프트의 캐드버리 인수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에 당시 로젠 펠드 크래프트 CEO 역시 “두 업체 간의 M&A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해 이익이 돼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크래프트에 인수되며 캐드버리의 로저 카 회장과 토드 스티처 CEO가 회사를 떠났으며, 앤드류 본필드 CFO 역시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람을 가난하고 궁핍하게 만드는 술 대신 ‘초콜릿’

캐드버리는 1824년 영국의 퀘이커교도 존 캐드버리(John Cadbury)로부터 시작됐다. 버밍엄에서 커피와 홍차 무역을 주 사업으로 하던 존은 열대 식물인 코코아에서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후 코코아 음료, 초콜릿 가공식품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가 초콜릿을 사업 아이템으로 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술은 사람을 가난하고 궁핍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던 것. 이에 존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초콜릿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초콜릿 사업을 시작한 캐드버리는 1853년에 빅토리아 여왕 궁정에 초콜릿을 조달하는 특권을 얻었고, 1866년에는 반 후텐이 발명한 기계를 들여와 캐드버리 코코아 에센스라는 분말코코아를 출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2년 후에는 초콜릿이 들어간 초콜릿 상자를 최초로 선보였다.

아버지 존 캐드버리의 회사를 이어받은 조지 형제는 회사를 더욱 크게 번창시켰다. 또한 조지 형제가 캐드버리를 이끌던 시기는 작업환경 개선, 주택공급, 도시계획 등이 시도된 시기이기도 했다. 사회개혁가인 조지의 성향이 경영에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1879년 조지 형제는 회사를 버밍엄에서 근교의 본빌(Bournville)로 옮겨 세계 최초의 노동자들을 위한 기업도시를 건설했다. 이곳에서 캐드버리는 세계 최초로 민간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고 최고 수준의 작업 환경을 만들었다. 1894년부터 조지는 그의 건축기사인 알렉산더 하비와 본빌의 주택들에 넓은 정원과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각종 생활설비에 구축했다.

그리고 1900년대 경 땅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고 ‘본빌 빌리지 트러스트’를 세웠다. 설립 당시 그곳에는 다양한 계층의 313세대가 거주했다. 그리고 1960년대에는 405㏊에 3,500세대가 살았다. 경제적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본빌은 더 이상 캐드버리의 마을이 아니었다. 캐드버리 고용자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었고 이 형태는 다른 전원도시의 전형적인 모델이 됐다.

캐드버리의 행보는 획기적인 동시에 실험적이었다. 기업은 단지 경영진의 이익만이 아니라 기업의 운명을 함께 짊어지고 있는 노동자와 지역사회와 함께 존재한다는 캐드버리의 신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선구자였던 셈이다.

지속가능을 위한 캐드버리의 고민과 실천

1905년에 발표한 데어리 밀크(Dairy Milk) 초콜릿은 현재까지도 캐드버리의 주력상품이다. 이는 기존의 초콜릿보다 우유의 함량을 높여 보다 부드러운 맛을 선사하며 한 입 크기부터 1㎏짜리 패밀리 사이즈까지 스무 가지 크기로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캐드버리는 더운 날씨에도 녹지 않는 초콜릿을 개발했다. 회사의 주력상품인 데어리 밀크 초콜릿이 상온에 쉽게 녹는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캐드버리의 이 녹지 않는 초콜릿은 40도의 고온에 노출돼도 약 3시간 동안 녹지 않고 형태를 유지한다.

녹지 않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캐드버리는 초콜릿의 풍미와 조직감을 더하는 정련과정(conching step)에 변화를 줬다. 설탕입자를 더 잘게 쪼갰으며 지방을 줄여 초콜릿 바가 열에 더 버틸 수 있도록 한 것. 캐드버리 측은 “녹지 않는 초콜릿이 높은 온도의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호주머니 속에 초콜릿을 넣고 다니는 꼬마들에게도 인기를 끌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캐드버리는 이 초콜릿 관련 특허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캐드버리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열매 대부분은 가나에서 재배된다. 1908년 캐드버리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이후로 상투메에서 출수해 가나에서 코코아 산업 기반 설립을 지원했다. 가나에서의 다양한 활동 덕분에 이곳 코코아 열매는 품질을 인정받아 전 세계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으며 캐드버리 역시 고품질의 코코아를 초콜릿 생산원료로 계속해 공급받을 수 있었다.

적도 근처의 열대 삼림지역에서 재배되는 코코아는 7년이 지나야만 수확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농부들은 늘 생계에 대해 고민해야 했고, 또 식수원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아 여성과 아이들은 돈을 벌거나 교육을 받아야 할 시간에 물을 길어오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캐드버리는 코코아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농부들의 생산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들의 지속적인 생계 활동을 돕기 위해 캐드버리는 현지는 물론 국제 시민단체들과 협력해 2001년 제일 먼저 식수원을 개발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 작업을 위해 현지 농부들의 협동조합인 Kuapa Kokoo 사회발전기금과 국제 자선단체인 WaterAid와 협력했고, 캐드버리가 소속된 ‘지속가능한 수목작물 프로그램’이 운영하고 있는 ‘농업인 현장 학교(Farmer Field Schools)’에서 농부들이 고품질 코코아 재배 관련 지식과 기술을 전수받고 무역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리고 2005년부터는 환경오염 감시단체인 가나자연보호연구센터와 함께 혁신적인 생물학적 다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2006년 말까지 375개의 식수원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5만여 명의 주민들이 깨끗한 식수를 제공받았다. 안전한 식수는 지역 주민들의 건강 증진은 물론 안정적인 물 공급으로 교육과 농사 등 소득 창출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했다.

한때 캐드버리는 코코아 버터 대신 팜유를 사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2009년 캐드버리는 다시 초콜릿에 팜유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캐드버리가 비용 삭감의 일환으로 150g과 250g의 초콜릿바 중량을 20% 줄이는 대신 코코아 버터를 팜유로 바꿨지만 환경운동가들은 팜유 생산으로 열대우림이 파괴된다며 불매운동을 호소했고, 오클랜드 동물원에서도 열대우림의 감소는 오랑우탄을 위협한다며 구내매점에서 캐드버리 초콜릿을 철수시켰다.

이처럼 많은 문제들이 대두되자 팜유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당시 매튜 올덤(Matthew Oldham) 캐드버리 뉴질랜드 지사장은 팜유 첨가 중단을 발표하며 “국민에 진심으로 사죄한다. 당시에는 자사의 결정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웃을 수 있게 할까’

캐드버리는 1990년대 초 ‘캐드버리 월드(Cadbury World)’를 개장했다. 박물관, 테마파크, 초콜릿 이벤트 매장으로 조성된 캐드버리 월드는 버밍엄의 옛 공장을 꾸민 것으로 정글에서 온 인디언 사제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2시간 반 동안 이어지는 투어는 초콜릿의 역사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꾸며진다. 코코아와 초콜릿의 전통과 기원뿐 아니라 식료품 가게로 시작한 캐드버리가 어떻게 대영제국에 걸쳐 거래 관계를 쌓아올릴 만큼 성장하게 됐는지를 설명해준다. 초콜릿의 역사와 캐드버리가 결합되면서 캐드버리가 진정한 초콜릿의 권위자라는 인식을 형성시켜 주는 것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관광객들의 흥미를 잡아끄는 것은 끊이지 않는 시식의 기회다. 캐드버리의 많은 초콜릿과 과자 라인의 다양한 브랜드를 무료로 시작해볼 기회가 관람객들에게 수없이 제공된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The Chocolate-The Taste’라는 캐드버리의 슬로건에 공감하게 된다. 캐드버리 월드에는 매년 약 50만 명이 방문, 캐드버리의 또 하나의 수익창고 역할을 한다.

뉴질랜드 더니든에 있는 캐드버리 월드는 더니든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2003년 7월에 개관한 이곳에서는 초콜릿 제작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75분 분량의 교육 체험 프로그램이 실시되는데 이는 예약을 통해 이뤄진다. 방문자센터, 초콜릿 공장, 독특한 초콜릿 폭포 저장고, 상점 등을 방문해 초콜릿 제품 시식도 할 수 있다.

캐드버리 초콜릿 중에서도 오렌지 맛 사탕을 입힌 자파(Jaffa)는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뉴질랜드에서만 한 해 동안 약 4,600만 개가 팔릴 정도다. 이에 매년 7월 둘째 주 방학시즌에 더니든 캐드버리초콜릿 카니발에서는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거리로 등재된 ‘볼드윈 스트리트(Baldwin Street)’에서 자파 2만 5,000여 개를 굴려내려 보내는 유명한 초콜릿 굴리기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38도로 기울어져 있는 거리에서 이리 튀고 저리 튀며 쏟아지는 붉은색, 보라색의 자파는 장관을 이루며 관광객들에게 흥미를 선사한다.

캐드버리는 지난해 새롭게 출시한 데어리 Bubbly 초콜릿의 프로모션에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힌트를 얻은 ‘Joyville의 초콜릿 공장’ 프로모션을 세계 각지에서 전개했다. 이는 1916년에 만들어진 증기 기관차를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무려 1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통해 탄생했다. 시드니 철도 3개역 구간을 주행하면서 역에서 고객들에게 초콜릿을 무료로 배부하는 프로모션이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웃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이 프로모션은 일단 역에 정차하면 많은 Joyville 직원이 내려와 초콜릿을 나눠주고,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직원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조성,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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