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는 5년이지만, 정책은 50년 이상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18대 대통령선거의 대장정이 끝났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양자구도 속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여 박 후보가 당선됐다. 박 당선인은 당선과 함께 여러 기록을 함께 거머쥐었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자, 이공계 출신이며, 故박정희 前대통령에 이은 부녀 대통령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과반 득표했고, 역대 당선자 중 가장 많은 표를 얻는 쾌거도 이루었다. 여러 모로 축하할 일이 많다.

비록 낙선하였지만 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후보 역시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박 당선인과 약 100만 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지만, 역대 2위의 득표를 기록했으며 48% 이상을 득표했다.

그는 박 당선인에 이어 역대 2위의 최다 득표자로 역사에 남게 됐다. 이 정도의 지지율이라면 용맹스러운 패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싶다. 이번 선거에서는 초반부터 각종 변수들이 대거 등장했던 탓에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안철수 무소속 전 후보의 등장과 전격적인 사퇴 이후에는 더욱 그러했다.

시종 맥 빠지게 펼쳐지다 뻔하게 끝나버린 지난 17대 대선에 비한다면 매우 흥미진진하고 의미 있는 선거전이었다.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는 마타도어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이번 선거의 밀도는 매우 높았다.

모처럼 정책과 정책이 정면충돌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고, 선거 기간 내내 1위와 2위의 지지율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아 유권자 입장에서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선거 직후에 문 전 후보가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줘 선거의 여운마저 훈훈하게 했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박 당선인은 우리나라 산업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故박정희 前대통령의 장녀로, 故육영수 여사의 사망 이후에는 20대의 어린 나이에 퍼스트레이디 역할까지 수행한 바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문제는 이러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아직 완전하게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전쟁 후 황폐화 된 이 땅에 산업화의 기틀을 잡고, 부국강성의 초석을 닦았다고 극찬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유신으로 민주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악독한 독재자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물론 앞으로의 역사는 공과 과를 공평하게 따져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평가하겠지만, 투표의 당사자는 무형의 역사가 아니라 감정을 가진 오늘날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대두되었다. 소위 박정희 시대를 살았던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은 그의 장녀이자, 前퍼스트레이디였던 박 당선인에게 몰표에 가까운 지지를 보냈다. 80%에 근접한 투표율 역시 그들이 주도하다시피 했다.

이런 이유로 선거 이후 세대 간 갈등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SNS에서는“어르신들에게 보편적 복지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부터 없애야”한다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모양이다.

그간의 선거史를 살펴봐도 선거종료 직후에는 언제나 갈등이 불거져 왔다. 그것이 이념인가, 지역인가, 세대인가 혹은 계층인가의 차이였을 뿐이다. 다만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번에 치른 대선은 향후 5년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지만, 그가 수행하게 될 정책의 영향은 50년이 될지 100년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국정운영에 방해가 될 정도로 흠결이나 과거사실을 끄집어내는 일은 국익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박 당선인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그가 취임한 이후 분명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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