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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시간 화재 진압한 소방관들의 흔한 일상
  • 김길수 편집국장
  • 승인 2017.06.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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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예정한 발행인 칼럼은 문재인 정부의 인선에 관련한 것이었다.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순탄할 것 같았던 새 정부 출범이 삐거덕대는 모양새가 안쓰러웠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위장전입이 문제시 될 때까지만 해도 야권의 공세가 못마땅했다. 그런데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이어지는 갖가지 불법적인 의혹들까지 불거지면서 짧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역시인가?’ 하는 실망감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말하고 싶었다. 직접 나와서 해명을 하라고. 야권을 상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가지고 지켜보는 국민을 향해서 하라고 말이다. ‘뛰면서 신발끈을 묶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해 십분 이해하니, 이런 흠결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을 내각 인선에 포함시켜야 하는, 당당하고 진정성 있는 해명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진과 함께 실린 글에는 밤샘 진화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차가운 맨바닥은 아니고 고급 단열재를 깔고 누웠답니다. 하하하라는 해맑은 문구도 들어있었다. 이날 이들 소방관들은 21시간 동안 밤샘 진화를 하고 녹초가 된 몸을 그대로 길바닥에 누인 것이란다. 저녁 820분께 충북 제천시 고암동의 한 폐기물 처리공장에서 일어난 불길은 이튿날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완전히 잡혔다. 소방관 146명을 비롯해 200명 가까운 인력이 투입되었고, 물탱크차와 화학차 등 소방차 21대가 동원된 대규모 화재였다. 오랜 연륜으로 이들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철야작업이 불가피하다는 걸 직감하고, 비번 소방관을 비롯해 전 직원을 비상소집했다고 한다. 통상 폐기물 더미에 화재가 나면 깊은 곳까지 타들어가 속까지 완전히 헤집고 불을 꺼야 하고, 내부 온도가 높아 굴삭기 등 중장비 동원은 필수라고 한다.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단다.
 
그렇게 야간에 편성된 3개조가 돌아가면서 1개 조는 불을 끄고, 2개 조는 대기조와 휴식조로 나뉘어 재충전한 뒤 다시 진화작업에 투입된다. 그 와중에 화제의 사진 장면이 나온 것이다. 휴식공간으로 설치된 천막 2동이 있었으나 답답해 밖으로 나와 휴식을 취하던 일부 대원들을 찍어 올린 것이다. 이 사진이 화제가 되자 소방당국은 단열재를 깔고 누워있었다고 발표를 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지금 문득 걱정스러운 것이 하나 있다. 소방관의 처우문제 어쩌고 하면서 인터넷상에 오르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당국에서 화염에 지친 소방관들이 맑은 공기를 쐬며 자유로운 휴식조차 취하지 못하게 할까봐서다. 당시 소방당국 관계자는 이번 일로 소방관들의 근무 현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얘기했다.
 
소방관의 열악한 복지현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경우처럼 인터넷상에서 반짝할 때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복지를 외치지만 구경거리가 사라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관심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소방관들의 복지를 위해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규율을 만드는 것은 좋으나, 진정 우리 소방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경청이 먼저는 있어야 할 것이다. 보여주기식 행정은 새롭게 들어선 정부에서는 최대한 지양되었으면 한다.

김길수 편집국장  top@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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