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경찰이 피의자를 성폭행하는 시대에 관한 유감

유독 근자에 와서 신문 사회면을 펼치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기사가 눈에 많이 띈다. 주로 성(性)과 관련된 사건, 사고들이다. 급기야 검사가 피의자와 검사실에서 성관계를 맺고, 경찰이 수배 여성에게 수배해제를 조건으로 성관계를 맺은 사건도 발생했다. 아동을 납치해 몹쓸 짓을 하고 살해하는 사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 뉴스란에 오르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현실이다. 그저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만 보고 있자면, 이 나라가 온통 ‘발정’이 났나 싶을 정도다.

최근 자료를 찾다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통계수치를 낸 이후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근래에 와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범죄수법이 지능적이고, 그 대상과 방식이 충격적이라는 점이다. 뉴스가 곧 돈이 되는 세상에서 각 언론사들의 경쟁적인 취재경쟁이 이러한 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의 성범죄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적어도 아동이나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변태적 성범죄는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집창촌을 해체하고, 윤락업소 단속을 강화하는 등 불법적 성매매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최근에 와서는 인터넷상으로 유통되는 각종 음란물에 대한 단속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당초 이를 업로드하는 이른바 ‘헤비 업로더’만 처벌의 대상이었지만, 나날이 심각해지는 성범죄를 근원적으로 차단한다는 의지 하에 음란물을 다운로드한 이들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급증하고 있는 성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물론 집창촌이나 윤락업소가 존재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관리하는 ‘공창제’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 역시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이다.
필자는 성범죄의 발생요인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이미 모두 알다시피 성욕은 종족번식을 위한 본능이자,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이다.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이를 즐긴다면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오히려 생활의 활력과 인생에 대한 희망으로 치환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를 변태적이고, 범죄적으로 해소하려는 부류들에게 있다. 이성은 마비되고 오직 본능에 휘둘려 피해자가 받을 상처나 피해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이 거의 대부분 사회적 소외계층이라는 점이다. 물론 최근에 발생한 검사와 경찰의 성추문은 특수한 사건으로 본다.
정상적인 사회활동에서 배제되고,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 아마도 그들의 이성도 함께 마비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만약 안정적 직업과 단란한 가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그런 추악한 범죄 앞에서 쉽게 자신을 놓아버리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본능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겠지만, 적어도 사건의 수는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결국 경제가 정상화되고, 이를 기반으로 가정이 온전하게 회복될 때 그런 끔찍한 성범죄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퇴폐업소를 해체시키고, 전자발찌를 채우며,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되는 상황, 그런 범죄자가 생겨나지 않는 단란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추악하고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죄는 미워하여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성경말씀이 있지만, 힘없는 아이들과 부녀자들을 상대로 하는 범죄는 사람까지도 미워질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은 육체뿐만 아니라 평생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마음과 정신의 피해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