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환자 치료에 각 분야 전문가 팀 구성하는 방식 채택

 “메이요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찾아다닌다. 환자는 고객이기 때문이다.”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시골마을. 인구가 채 10만 명도 밖에 되지 않는 이 마을에 세계 각지에서 환자들이 몰려든다. 더 주목할 것은 이 시골 마을의 인구 중 절반 가까이가 의사, 간호사, 과학자라는 것이다. 이 마을에 바로 존스 홉킨스 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고의 종합병원 ‘메이요 클리닉’이 있다.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은 1883년 외과 의사였던 윌리엄 메이요(William Worrall Mayo)가 남북전쟁 당시 북군 병사 진료를 담당하기 위해 이곳에 파견되었다가 전쟁 후에도 남아 두 아들과 함께 설립한 병원이다. 당시 이 병원에서는 가난한 사람이든 은행장이든 농부든 영화배우든 지위에 관계없이 모두 똑같은 대기실에서 똑같은 대접을 받았다.​ 부자들은 알맞은 액수의 치료비를 지불했고, 돈이 없어 치료 받지 못한 채 돌아간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환자가 지불할 수 있을 만큼의 현금만 받았고, 수술하기 전에 수술비를 낼 수 있는지 묻지도 않았다. ​
 
메이요 클리닉의 시작은 27병상의 종합병원이었다. 이후 20세기 초까지 외과 중심으로 발전해온 메이요 클리닉은 오늘날 미네소타 주 로체스터, 플로리다 주 잭슨빌, 애리조나 주 스컷데일에 위치한 3개의 메이요 클리닉과 4개의 종합병원에 의료인, 간호사, 과학자들이 종사하는 거대한 ‘임상의 메카’가 되었다.
 
1919년 메이요 형제는 그들이 평생 의사생활로 벌었던 돈을 모두 비영리 자선단체에 투자해서 오늘날 메이요 클리닉의 모태를 세웠다. 또한 환자 진료에서 거둔 수익금은 모두 의학교육과 연구에만 쓰여야 한다는 그들의 취지에 따라 메이요 클리닉은 현재 1,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연구비로 쓰고 있다.
 
이렇다보니 초기, 중기, 말기 등 암의 진행단계를 세계적으로 구분하는 시스템 개발, 티록신이라는 성장 호르몬의 세계 최초 분리, 세계 최초의 빈혈 측정법의 개발, 최초의 혈액은행 개설, 비행기 조종사를 위한 세계 최초의 산소마스크 고안, 항 결핵제의 최초 사용, 컴퓨터 단층 스캐닝의 최초 사용, 비타민 C의 항암 효능에 대한 최초 연구 등 헤아릴 수 없는 업적을 이룬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또한 1950년도에는 메이요 클리닉이 에드워드 캔달 박사와 필립 핸치 박사가 세계 최초로 코티손을 분리, 류마티스 환자의 치료에 사용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차지하게 되었다.
 
메이요 클리닉은 세계 각지의 왕족과 거부들이 찾는 병원으로도 유명하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재직 시 이 병원에서 대장 플립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바버라 부시 여사, 아놀드 파머, 빌리 그레이엄, 조지 해리슨 등은 물론 몇 년 전 사망한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도 10여 년간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세계 최고의 병원이라고 하면 흔히들 존스 홉킨스 병원을 떠올린다. 매년 미국 병원 순위를 발표하는 ‘U.S. News and World Report’도 존스 홉킨스 병원을 1위로 꼽고, 그 뒤에 메이요 클리닉을 놓는다. 그러나 1998년 조사에서 메이요 클리닉은 내분비내과, 소화기내과, 신경과, 정형외과, 류머티스과 등이 존스 홉킨스를 앞섰다.
 
메이요 클리닉은 세계 최초로 환자 치료에 전문가들에 대한 팀을 구성하는 방식을 채택한 병원이기도 하다. 다른 병원에서 ‘병명을 모르겠다’고 진단받은 이들이 메이요 클리닉을 주로 찾는다. 그러나 메이요에서는 여러 분야의 의사들이 함께 분석하고 진단하기 때문에 진단 오류가 거의 없다.
 
메이요 클리닉은 외국인 환자가 많다. 이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수련할 병원을 잃은 유럽의 의시들이 메이요 클리닉에서 수련하게 된 데서 출발했다. 그 의사들이 본국들의 돌아가 메이요에 환자를 보내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외국인 환자들이 많다보니 메이요 클리닉은 다른 병원들보다 한 발 앞서 외국인들을 위한 시설과 진료체계를 갖추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35개국 언어 통역서비스다. 일반외과에서 근무하는 미셀 파넬 박사는 “현재 메이요에 근무하는 레지던트와 전임의의 25%가 외국인”이라고 밝히며 외국인 의사의 비율이 늘어갈수록 그만큼 외국인 환자의 수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서비스가 좋다고 해도 진료가 신속하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메이요 클리닉이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바로 ‘논스톱 스피드 진료’ 덕분이다. 메이요 클리닉 관계자의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메이요 클리닉의 진료를 “마치 초음속 제트기처럼 빠르다”고 표현한다.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일단 예약한 환자가 진료실에 오면 간호사는 병력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다. 몇 달 전에 복용한 감기약까지 세세하게 대답해야 한다. 이 설문이 끝나면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진찰실로 향한다. 이때부터 긴 진찰이 시작된다. 평균 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가량. 환자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면 의사를 이것을 듣고 다시 환자와 병명, 병의 원인 등에 대해 대화를 한다. 대화가 끝나면 이학적 감사를 하고, 그에 따른 처방을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환자의 동의를 얻어 검사지시서를 낸다. 이 검사지시서는 중앙예약센터로 넘어가고 1시간 이내에 검사실이 배정된다.
 
다른 병원에서는 며칠, 길게는 몇 주까지 기다려야 하는 과정이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하루 만에 끝난다. 재진은 이로부터 2∼3일 내로 잡힌다. 만약 초진 후 수술이나 다른 과와 협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사는 재진 시 필요한 과의 의사를 진료실로 모두 부른다. 한 명의 환자를 두고 서너 명의 의사가 동시에 진료하는 일이 이곳에선 흔하게 일어난다.
 
수술 과정 역시도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수술 전 무의미하게 이루어지는 불필요한 검사들을 과감하게 생략한다. 위험한 환자에 대한 검사를 철저하게 하지만 의사가 판단했을 때 수술에 문제가 없으면 바로 수술이 이루어진다. 메이요 클리닉의 원칙은 분명하다. 의사들이 마음 편하자고 환자의 시간과 돈을 낭비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
 
그렇다고 수술 여부의 결정이 의사 한 명의 결정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반드시 치료와 관련된 각 분야의 의료진이 위원회를 열어 결정한다. 그리고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면 투표로 결정한다. 이러한 과정은 보고서로 작성되어 환자에게 전해진다. 이는 치료 계획을 짤 때도 마찬가지다. 환자의 영양 회복을 책임질 영양사는 물론 재활 담당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해 환자에게 토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통합의료 시스템은 메이요 클리닉이 처음 도입했다.
 
메이요 클리닉의 절대 원칙은 ‘환자 만족’이다. 이는 메이요 클리닉이 끊임없이 진료체계를 개선시켜 온 원동력이자 결과다.
 
어느 날 한 트럭 운전사가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인근 메이요 클리닉을 방문했다. 트럭을 세워놓고 응급실로 가서 진찰을 받은 결과 급성 심근경색증이었다. 서둘러 입원해야 했지만 그는 트럭과 그 안에 있는 강아지가 걱정되어 망설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간호사는 트럭 운전사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한 뒤 그가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처리했다. 여기까지는 어느 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메이요 클리닉이 빛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간호사는 트럭운전면허증이 있는 남자 간호사를 찾아가 환자의 사정을 말한 뒤 부탁을 했고, 남자간호사는 기꺼이 길가에 세워진 환자의 트럭을 넓은 주차장에 안전하게 주차해놓았다. 그리고 간호사는 트럭 안에 있던 강아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환자가 퇴원할 때까지 먹이를 주며 정성껏 돌봐주었다.
 
이 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메이요 클리닉은 환자의 몸 상태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헤아린다. 꿈같은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곳. 이곳이 바로 전 세계인들이 찾는 메이요 클리닉이다.
 
메이요 클리닉은 환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환자들의 불만을 청취하기 위해 고객창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센터를 두어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환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를 위해 메이요 클리닉은 의사 3명을 전담 배치시켜 놓고 있다.
 
한편,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오후 1시부터 해설을 곁들인 미술품 투어를 무료로 제공한다. 벽면, 로비, 천장에 설치된 예술품들은 병원에서 직접 구입한 것도 있고 환자가 기증한 것도 있으며, 의사한테 기증한 것을 다시 의사가 병원에 기증한 것도 있다. 로비에는 피아노도 놓여 있다.
 
병원인지 모르고 들어서면 호텔, 전시장이라고 착각할 만큼 메이요 클리닉은 병원 냄새가 나지 않는다. 플러머 빌딩은 아예 그 차제가 예술품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메이요 클리닉이 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도 환자들을 위해서다. 병원을 찾거나 입원한 환자들이 치료와 병마에 지치지 않도록 배려하기 위한 메이요 클리닉만의 응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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