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카드’ 관건…급격한 정책 도입은 없을 듯

 

   
 
문재인 대통령이 서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서민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집값도 안정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새 정부를 맞이했지만 당분간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보다는 서민 주거 안정과 시장 규제 강화를 부동산 정책 기조로 내세운 만큼 한동안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 매매와 전셋값이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연립주택’이 아파트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최근 들어 거래량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한 부동산에 다세대주택의 매매 가격표가 붙어있다.
 
현재 서울시 평균 아파트값은 6억 원에 달하고, 강북도 4억 5,000만 원을 넘어섰다. 전셋값 역시 평균 4억 2,500만 원 수준으로 서민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높은 수준이다. 지난 5월 기준 서울에서는 자치구 25개 중 19곳 아파트값이 역대 최고가를 넘어섰다.
 
지난 해 박근혜 정부가 11·3대책에 여신심사 강화 등 부동산 및 대출규제를 빼들었지만 예상과 달리 수도권을 중심으로 올해 집값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전국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임대차시장은 전세비중이 축소되고 월세비중이 확대되는 ‘월세화’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서민 주거비부담이 점점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규제 완화에 주력한 결과 투자자 주머니는 두둑해진 반면 무주택 세대의 주거난은 더욱 심해졌다. 또 청약요건을 완화하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 결과 투자자를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과열됐다. 박 정부의 완화책은 ‘분양시장 과열’과 ‘분양가·집값 동반상승’으로 이어졌다. 저금리에 전세난은 더욱 심해지면서 빚내서 전세살이를 하는 ‘렌트푸어’와 집을 사는 ‘하우스푸어’가 양산됐다. 이에 가계부채는 가중됐고 깡통전세도 빨간불이 커지며 서민들의 주거난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 정부에서는 ‘서민주거 안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서민 주거비용 상승을 막고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금융·부동산 규제로 집값을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과도한 규제는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고, 오히려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새 정부 역시 규제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내년부터 금리 인상과 경제 침체, 인구 고령화, 입주 물량 폭탄 등이 겹치면 현재 주택 시장 역시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경우 수요층이 탄탄해 하락 폭이 작을 수도 있지만, 지방의 경우 올 초부터 미분양이 늘어나고, 집값도 떨어져 내년부터는 주택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서울 부동산 시장은 올해 상반기부터 상승 폭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올해 말부터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내년에는 하락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야기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동안 문재인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을 맡은 윤호중 본부장 역시 공약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정책이 있더라도 대선 이후 지속적인 정책소통을 통해 장기적인 과제로 해결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급격한 정책 도입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오는 9월 정기 국회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돼 이 제도의 시행 여부에 따라 전·월세값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민과 중산층의 전·월세 부담을 줄이고 투자자가 아닌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을 개편할 수 있는 부동산정책 추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국내 장기 공공임대주택(10년 이상) 재고율은 지난 2015년 기준 5.9%(116만 가구)로 OECD 평균 8%에 못 미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OECD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과 부지확보 등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대주택 총량을 늘리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 국내에는 공공택지가 부족한데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한국토지공사(LH)의 부채비율이 높은 만큼, 부지확보와 재원마련이 필수다. 기존 청약제도를 투자자가 아닌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1·3대책에서 박 정부는 국지적인 시장과열 지역을 ‘조정 대상지역’으로 정하고 전매 및 청약1순위 요건을 강화했지만 서민들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정부 때 공급과잉으로 오는 2019년까지 입주대란이 예정된 상황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주대란과 금리인상 등 악재가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말 부동산규제도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규제를 더하면 시장이 경착륙해 부채가 많은 서민들이 먼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뉴스테이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뉴스테이 공급에 시동이 걸렸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뉴스테이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뉴스테이 공급에 시동이 걸렸다. 뉴스테이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이었지만 새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이 경기 부양책보다는 주거안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만큼 뉴스테이의 공급 취지와도 부합해 정책의 연속성을 띠게 됐다. 다만, 뉴스테이 활성화를 위해 사업자에게 제공됐던 각종 인센티브는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대략 6만 1,000가구의 뉴스테이 부지를 확보해 영업인가 4만 2,000가구, 입주자 모집 2만 2,000가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해 대비 약 2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상반기에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공급되는 ‘H HOUSE 대림’ 293가구를 비롯해 김포 한강(1,770가구), 시흥 장현(651가구), 대구 산단(1,038가구), 용인 삼가(1,950가구), 광주 효천(615가구), 서울 개봉(1,089가구), 서울 독산(1,065가구), 서울 문래(737가구)에서 입주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뉴스테이는 8년 동안 임대기간이 보장되고 임대료 상승률도 연 5% 이내로 제한돼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한 제도인 뉴스테이는 집값 하락, 금리인상 등에 대한 걱정이 없다. 주택소유 여부, 소득수준 등과 관계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없이도 누구나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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