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없이 권한만 누려…국내기업 역차별 논란

 

   
 
최근 세계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국내 통신망 ‘무임승차’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페이스북이 한국의 인터넷망을 이용하면서 이용료를 내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대표적 포털 사이트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들은 연간 수백 억 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데 반해 페이스북은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논란이 끊이질 않자 다행히 페이스북이 “한국 규정에 따르겠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의 이 같은 공방은 SK브로드밴드 이용자가 페이스북 접속 장애를 겪으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콘텐츠 전송경로를 홍콩에 있는 페이스북 인터넷접속거점(POP)으로 변경했다는 주장이다.
 
 페이스북 ‘망 무임승차’ 논란은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통신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 인터넷을 이용하는 가입자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접속경로를 변경해 느린 속도로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최근 들어 네트워크 트래픽이 폭증한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에 캐시서버(Cache Server) 설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캐시 서버 설치에 따른 비용 납부는 거부했다. 페이스북은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경우 망 사용료가 없는데다, 2011년 구글, 유튜브가 한국에서 비용 부담 없이 캐시서버를 설치한 전례를 들며 거부한 것이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인 네이버, 카카오 등도 사용료를 내고 있기 때문에 사업자 역차별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평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의 이 같은 공방은 SK브로드밴드 이용자가 페이스북 접속 장애를 겪으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콘텐츠 전송경로를 홍콩에 있는 페이스북 인터넷접속거점(POP)으로 변경했다는 주장이다. 현재 페이스북은 KT망에만 직접 서비스를 연결하고 있는데 페이스북이 KT망을 통한 접속을 차단하면서 홍콩 POP망에 접속이 몰리면서 과부하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지난 5월 23일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SK브로드밴드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주 접속 경로가 전혀 변경되지 않았다”며 “변경된 부분은 KT의 캐시서버에 대한 부수적 접속으로, 이는 상호접속 고시 개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 전용 캐시 서버 설치는 제안이지 강요한 게 아니다”며 “페이스북에서 장비 및 설치와 관련한 책임을 부담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가 향후 이를 운용하는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페이스북이 부담할 것을 요구하면서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양사 간에 뜨거운 공방이 일자 방송통신위원회는 페이스북이 특정 통신사업자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일부 가입자의 접속을 제한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여부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실태점검은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행정제재가 전제되는 사실 조사로 전환하게 된다.
방통위는 “사업자간 분쟁으로 이용자 불편이 발생되고 있는 만큼 통신사업자간 불공정 행위 및 이용자 이익 침해 여부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 지난 5월 24일 부산 해운대 센텀 지역 ‘파트너스퀘어 부산’ 개관을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정부의 역할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정리가 필요하다. 정부나 해외기업들도 입장을 정하고, 모두가 같은 스타트라인에 설 수 있어야 한다”며 최근 한국기업과 해외기업의 ‘망 사용료’ 역차별 논란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페이스북 ‘망 무임승차’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 인터넷 업체들은 국내 통신회사들에게 연간 수백 억 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 지불해 온 반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기업들은 통신망 사용료를 한 푼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스북은 지난해에도 국내 통신사에 캐시서버 추가 설치를 요구하면서도 망 사용료는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페이스북 사용자와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국내 통신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통신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기업과 해외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 간의 통신망 사용료 협상 문제로 외부에 공개된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의 한국 통신망 무임승차에 대해 근본적인 규칙을 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 같은 업종의 기업들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글로벌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통신망 사용대가나 세금 문제 등 최소한의 기준 잣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VR와 AR 등 대용량 인터넷을 사용해야 하는 신기술 콘텐츠 대중화에 앞서 정부가 국내외 기업들을 가리지 않고 공정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잣대를 제시해줘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최근 한국기업과 해외기업의 ‘망 사용료’ 역차별 논란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한 대표는 “정부의 역할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정리가 필요하다”며 “정부나 해외기업들도 입장을 정하고, 모두가 같은 스타트라인에 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망 사용료 이슈만 봐도, 네이버는 많은 비용을 내고 있다. 사실 더 내게 되더라도 우리는 버틸 수 있겠지만, 지금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이 이런 비용을 부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체 인터넷 업계 관점에서 이러한 현상들을 살펴보고 조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24일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현지 국가의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게 페이스북 본사의 공식 입장”이라면서 “망 이용료 관련 규정이 만들어지면 당연히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이용료를 내기를 거부하던 입장에서 한 반짝 물러난 모습이다.
 
한국의 인터넷망은 세계 최고로 공인받고 있다. 그 위상에 걸맞게 이제 우리 정부도 종합적으로 ICT 산업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서는 바로잡기 위한 정책연구를 시작해야 할 때다. [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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