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중국 전격 방문 ‘제2의 남순의도’ 촉각
방중통해 경제개혁, 북핵 돌파구 계기 모색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권력 서열 1위에서 9위까지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이 총출동해 김 위원장을 맞았다. '비공식 방문'이라는 발표가 무색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찾는 외빈 중 오직 김 위원장만이 초특급 예우를 받는다고 말한다.

중국 신화사통신에 따르면 후 주석은 회담과 연회는 물론 김 위원장과 함께 중국 농업과학원 작물과학연구소를 방문, 두터운 북중 관계를 과시했다. 또 서열 2위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3위 원자바오 총리는 김 위원장과 별도 회담을 열고 북중 협력을 약속했다. 그 외 자칭린(4위) 전국정협 주석에서 뤄간(9위)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에 이르기까지 중국 4세대 지도부 모두가 김 위원장과 함께 중국 지방을 시찰하거나 관련 활동에 참여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연배 차이가 나던 장쩌민(80)의 중국 3세대 지도부 때보다 더 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상하이를 방문했던 2001년엔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4명만이 김 위원장을 만났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후 주석 체제가 확립된 이후인 2004년 4월 방중 당시엔 정치국 상무위원 9명 모두를 만나는 특별대우를 받았다. 중국 소식통은 "북?중 지도자 상호 방문은 마치 친척집 다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말로 특수한 양국 관계를 표현했다.


北경제특구 개발 가속화할 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북한 경제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김 위원장의 최근 방중은 4번째로 그 동안 중국 방문을 전후로 북한의 주요 경제정책이 크게 변해 올해 남북경협에도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외자를 유치해 신의주 특구 대신 평안북도 철산군 경제특구(일명 대계도 특구)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통일부와 북한 전문가 등에 따르면 북한이 이번 김 위원장 방중을 계기로 개성과 신의주, 금강산, 나주ㆍ선봉 등 4대 경제특구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이날 주례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이 최근의 중국 방문 결과로 경제특구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대시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이 방중 기간에 중국의 남부지방의 경제특구를 집중적으로 둘러본 점을 근거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4개 지역에 경제특구를 지정해 놓고 있지만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번 방중을 통해 북한과 중국은 신의주 특구 대신 대계도 특구를 개발하는 방안을 논의, 상당히 진전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북한이 신의주 특구와 중국 동북 3성을 연계한 발전 구상을 시작으로 기존에 추진했던 경제 개혁 조치와는 크게 다른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0년 5월 중국의 첨단 정보통신 단지로 유명한 베이징 중관촌을 시찰한 이후 ‘단번도약론’을 제시, IT산업을 경제회복을 위한 성장엔진으로 육성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는 또 지난 2001년 1월 첨단 산업ㆍ금융 도시인 상하이 푸동지구를 방문한 뒤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실시하고 개성특구 등 경제 특구 3곳을 추가로 개방하기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 박봉주 내각 총리, 박남기ㆍ이광호 노동당 부장(장관급) 등 고위급 경제 관료를 수행원에 포함시킨 점을 감안할 때 경제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와 관련, “북미 관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남북경협도 지난해 보다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핵문제 돌파구 마련 어떻게 될까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핵 6자회담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의 여부도 관심대상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04년 4월 이후 1년9개월 만으로 현재로선 구체적인 방문 배경과 일정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늦어도 방중 이틀째인 11일께에는 북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이며, 이 자리에서 북핵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달러 위조와 마약 밀매 등의 불법행위 여부와 관련, 북미 양국간 날선 대립이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제5차 2단계 6자회담의 조기 개최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져 가고 있고 있는 형국이어서 북중 정상회담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한국-중국-미국을 축으로 한 '조용한 접촉'에도 불구하고 이달 중에 차기회담 개최가 불발될 경우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회담 무용론이 대두될 것으로 보여 6자회담의 모멘텀 상실이 우려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주목되는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북중 양국 정상간에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해법이 찾아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교수는 "불과 2개월여 전인 지난 해 10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했던 점을 주목해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경제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북핵 6자회담 때문일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북 금융제재로 외화유입 창구가 막혀 사실상 국가와 정권 안보위협으로 다가오자 김 위원장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우군'인 후 주석과 머리를 맞대고 탈출로를 모색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으로는 불리해진 6자회담의 협상구도를 개선하기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공산이 커 보인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금융제재를 촉발시킨 마카오 소재 방코 델타 아시아(BDA) 사건이 해법의 고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미 BDA 사건 조사를 마친 중국 당국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북측은 이를 바탕으로 관련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선에서 이른 바 불법행위 공방을 마무리 짓고, 이와는 별도로 북핵 6자회담에 응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추론이 그 것이다.
사실 BDA에 대한 동결조치는 마카오 당국이 내렸으며, 그렇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동결을 해제할 경우 BDA 사건은 일단 표면적으로 해소 절차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달러 위조를 포함한 불법행위 주장에 대해 강한 '부인'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론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북 중앙통신, 김정일 방중 상세 보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우한(武漢), 광저우(廣州), 주하이(珠海), 선전 등 중국경제특구를 비롯한 중남부지역 시찰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광둥성을 둘러보고 “광둥성에서 일어난 전변(발전)을 목격하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중앙통신이 김 위원장의 중국방문 시 경제시찰 내용을 이처럼 별도로 상세히 소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는 중국경제를 따라 배우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중국 최고위층의 안내로 공장과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둘러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통신은 “김정일 동지께서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중부와 남부지역에 대한 방문을 진행했다”며 “먼저 후베이 우한시와 우창(武昌)시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후베이성 시찰에서 황쥐(黃菊) 부총리와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대외연락부장, 위정성(兪正聲) 후베이성 당서기의 안내를 받으면서 장비광케이블공사와 봉화통신주식유한공사, 창장 삼협수력발전소 등을 둘러봤다.
김 위원장은 삼협수력발전소를 시찰한 뒤 “중국 역사에 남을 위대한 창조물”이라며 “이것은 중국 인민의 재능과 힘의 과시”라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후베이성에 이어 광둥성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중국공산당 정치국 리창춘(李長春) 상무위원의 영접을 받은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위창일신전자공사, 연중불수강공사, 광주국제회의전람센터, 지하철을 참관한 뒤 주장(珠江)을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고 광저우시를 둘러보며 건설현황을 파악했다.
리 상무위원은 김 위원장 영접을 위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광둥성에 파견했다고 중앙통신은 밝혔다.
김 위원장은 광저우시내 중산대학, 성해음악학원, 동승농장유한공사 등을, 주하이시의 중국공상은행소프트웨어개발센터, 그리공기조화기생산공사, 동신화평스마트카드주식유한공사 등을, 선전시의 옌톈항, 화웨이기술유한공사, 다쭈레이저과학기술주식유한공사 등을 각각 시찰했다고 중앙통신이 소개했다.
또 광둥성 방문 기간에는 장더장(張德江) 광둥성 당서기와 함께 음악무용종합공연을 관람하기도 했으며 장 서기가 주최하는 만찬에도 참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동지는 수만리에 달하는 중국의 중부와 남부지역을 오가며 근면하고 지혜로운 중국 인민의 사상감정과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문을 깊이 있게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 통신은 “이번 방문은 전통적인 조중친선을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 또 하나의 사변”이라며 “조중친선의 연대기 위에 빛나게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앙통신은 각 지역의 방문 일자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정부 ‘김정일 방중효과’ 낙관 이유는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활동을 소개하면서 북한이 취할 개혁·개방 조처 등에 대해 이례적일 정도로 낙관적인 평가와 전망을 내놓았다. 매사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정부의 공식 평가치고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낙관적인 어조도 강하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1월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한 내외신 정례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은 (중국 남부의) 주하이나 선전 등을 방문하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에 공헌하는 여러 경제특구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며 “(이는) 경제특구를 통한 개혁·개방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차관은 또 “김 위원장이 (중국 남부의) 경제특구를 둘러봤다는 점에서 그동안 부진했던 경제특구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한다”고 거듭 언급했다. 물론 “(북한이) 특구 개발과 관련해 어떤 정책을 추진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모두 “기자들이 질문할 것 같아 미리 얘기한다”며 자발적으로 한 말이다.
이 차관은 이런 전망의 근거로 과거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북한에서 주요 경제정책의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을 들었다. 2000년 5월 방중 뒤 북한은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을 강조한 ‘단번 도약론’을 내놓았고, 2001년 1월 상하이 ‘천지개벽’ 방중 뒤에는 ‘신사고’를 강조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처의 모태가 된 ‘경제관리 개선방침’을 하달했다. 2004년 4월 중국을 방문한 뒤에는 내각 산하에 성급 기구인 ‘민족경제협력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대외무역 및 남북교역과 관련된 기구와 제도를 재정비했다고 이 차관은 설명했다. 그는 남북·대외관계 개선 측면에서도 2000년 5월 방중 이후 남북정상회담이, 2001년 1월 방중 뒤엔 남북관계의 착실한 진전이, 2004년 5월 방중 이후엔 3차 6자회담 복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런 ‘공식적’ 평가는 우선 김 위원장의 개혁·개방 ‘상징 행보’에 힘을 실어주면서 이를 현실화하도록 촉구하는 뜻이 담긴 것으로 읽힌다. 둘째, 김 위원장의 개혁·개방 노력을 부각시킴으로써 6자회담 관련국, 특히 북한이 취할 행보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려는 뜻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차관은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 해결 진전과 남북관계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두어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남은 문제도 있다. 개혁·개방 현실화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우호적 대외환경’ 문제다. 당장은 ‘위폐 논란’에 걸려 있는 6자회담 속개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 방중이 6자회담 재개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한 건 분명하다”면서도 “후 주석이 ‘신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반면, 김 위원장은 ‘난관’을 강조한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 전개를 확정적으로 예측하기엔 ‘유동적 측면’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일 방중코스' 따라잡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 기간(1.10-18)에 중국 후베이(湖北)성과 광둥(廣東)성을 방문하고 현지 산업시설을 둘러봤다.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바탕으로 김 위원장 일행의 중국 경제시찰 내용을 지역별로 정리했다.(중국측 인사-방문기관-주요 발언 順)
▲후베이성
- 황쥐(黃菊) 부총리,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위정성(兪正聲) 후베이성 당서기, 루어칭촨(羅淸泉) 후베이성장, 우한시 당서기, 우한시장, 우둥허(武東和) 북한 주재 중국대사
▲우한(武漢)시
- 광케이블생산 창페이(長飛)유한공사와 봉화통신주식유한공사
- 김 위원장 "우한시를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황쥐 "김 위원장의 우한시 방문은 양국친선을 더욱 빛낼 것이다"
▲우창(武昌)시
- 창장(長江) 삼협수력발전소
- 김 위원장 "삼협수력발전소는 중국 역사에 남을 위대한 창조물이다"
▲광둥성
- 리창춘(李長春)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장더장(張德江) 광둥성 당서기, 황화화(黃華華) 광둥성장, 광저우시 당서기, 광저우시장, 우둥허 중국대사
- 위창일신전자공사.연중불수강공사.광저우국제회의전람센터.지하철, 주장(珠江) 유람선 탑승, 음악무용 종합공연 관람,
- 김 위원장 "광둥성에서 일어난 전변을 목격하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리창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김 위원장을 특별히 영접하기 위해 나를 광저우에 파견했다"
▲광저우(廣州)시
- 중산(中山)대학, 성해음악학원, 둥성(東昇)농장유한공사
▲주하이(珠海)시
- 중국공상은행소프트웨어개발센터, 그리공기조화기생산공사, 동신화평스마트카드주식유한공사
▲선전(深천<土+川>)시
- 옌톈항(鹽田港), 화웨이(華爲)기술유한공사, 다쭈(大族)레이저과학기술주식유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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