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들썩하고, 서민은 한숨 짖고, 정부는 느긋
공공요금 인상으로 물가 불안정, 대책 마련 절실하다

연말 연초에 전기료와 택시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이 잇따라 인상되고 있다. 음료수 등 생활필수품과 각종 공산품 가격까지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새해 벽두부터 물가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기요금이 지난해 말 평균 1.9% 오른 것을 비롯해 도시가스 소비자 가격도 3%가량 올랐다. 서민들의 난방용인 연탄값도 인상을 앞두고 있고 코카콜라 등 음료수와 생필품 가격도 들썩거리고 있다. 코카콜라 가격이 올라가면 경쟁 제품의 가격 인상도 뒤따른다. 대학 입학금과 등록금, 유치원 교육비, 학원비도 인상레이스에 합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해 들어서면서 각종 요금 인상러시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다.

정부 '낙관론' 경계해야
1월 4일 재정경제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전기요금이 평균 1.9% 올랐다. 또 도시가스 소비자 요금도 m³당 487.44원에서 502.24원으로 3.0%가량 인상됐다. 지자체들은 버스, 택시, 상하수도 요금을 일제히 올리고 있다. 경기 김포시는 지난해 말 마을버스 요금을 550원에서 700원으로 올렸다.
경기 성남시는 시내구간 마을버스 요금을 성인은 500원에서 600∼650원으로, 중고교생은 400원에서 450원, 초등학생은 200원에서 300원으로 인상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30일 일반택시 기본요금을 1500원에서 1,900원으로, 모범택시는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다. 대구 택시 기본요금도 다음 달 중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울산, 경남 창원, 경기 파주, 인천, 전북 군산, 경기 성남시는 올해 들어 상하수도 요금을 각각 9.5∼55% 올렸다. 서울시는 화장, 납골 등 시립 장례시설 이용료를 최고 200% 인상했다.
이 밖에 인천시교육청은 유치원 수업료 및 고등학교 입학금과 수업료를 3% 올려 유치원생은 연간 1만3,200원, 고교생은 연간 3만8,900원을 더 내야 한다. 연탄 값도 조만간 오를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 때문에 지나치게 낮은 연탄 값을 바로잡기 위해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카콜라보틀링은 음식점에 납품하는 코카콜라 335mL 병 제품 값을 300원에서 400원 정도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병 제품보다 물류비용이 적게 들고 양도 적은 250mL 캔 납품가가 400원 정도여서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락스 제품도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유한락스 관계자는 “어린이안전보호법 시행으로 올해부터 용기 뚜껑을 개선하고 인체에 무해한 재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10% 정도 원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로 승용차에 대한 특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끝남에 따라 승용차 가격은 새해 들어 최고 2.4% 정도 올랐다. 2월 1일부터는 원유 석유제품에 대한 수입부과금이 L당 1.5원 올라 3월 이후 관련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1.6원 정도 오를 전망이다.
각종 요금과 제품 가격이 들썩이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의 2.7%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3.0%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삼성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3.2∼3.6%를 예상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한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 추세를 보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유가, 환율, 부동산가격 변동 등 대내외 변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난해보다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낙관론' 경계해야
연초부터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는 물가는 소비필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공공요금이 주도하고 이것이 생필품 영역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 코카콜라보트링은 음식점 등에 들어가는 355㎖ 병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락스업체들은 어린이안전보호법 시행에 따라 원재료를 인체에 해가 없는 상품으로 대체해야 해 가격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다 채소값 급등은 물론 연탄값 역시 지나치게 낮게 형성돼 있는 것을 바로잡기 위한 인상 불가피론이 확산되고 있어 서민가계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곳곳에서 물가 앙등의 기운이 거세게 일고 있으나, 일단 정부당국은 참을 만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원래 연초에는 물가조정이 많기 때문에 물가가 많이 오른다”면서 “올해는 경기회복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는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겠지만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가인상 압박이 정부 예상치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본격화되면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던 기업들이나 개인사업자들이 가격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가격인상을 억제해온 개인서비스 부문의 물가상승 압력이 가시화될 수 있다. 국제유가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첫 거래에서부터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올라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계절적 요인 등을 감안,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유가의 경우도 지난해 두바이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연평균 49.4달러를 기록했던 만큼 올해는 50달러선만 유지한다면 유가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은 견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새학기 고등학교의 납입금 인상폭을 3% 이내에서 결정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지나치게 수강료를 올린 사설학원은 요금을 환원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과천청사에서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 주재로 교육, 농림, 노동부 등과 함께 ‘설 물가 안정 및 올해 물가 안정대책’ 차관회의를 열어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재경부 관계자는 “각 교육청별로 설치된 수강료조정위원회에서 지역 실정을 감안, 학원 수강료 인상폭이 적정한지 여부를 심사한 뒤 지나치게 올린 학원에 대해서는 환원을 명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원수강료 표시의무제를 담은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학원간 경쟁을 유도, 수강료 안정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절적 요인탓... 상승폭 제한적
환율·국제유가·물가 등 3대 변수가 연초부터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모처럼만에 고개드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론에 의존하기보다 는 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필요할 경우 적절한 대응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은 2006년에는 뚜렷한 경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상당한 자신감 을 피력해왔다. 실제로 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올해 우리나라가 올해 잠재성장률 수준인 5%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급락과 국제유가 급등에 소비자물가 상승세까지 보이면서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며 4일 장중 1,000원이 붕괴되자 환율 하락세가 너무 가파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
한국경제연구원측은 “올해 원·달러환율이 하락 할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시장참가자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원·달러환율 하락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며 “원·달러환율 하락 기조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추세적’인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소비 자물가상승률이 지난해 2.7%에서 올해는 3.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민간경제연구소 중에서는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6%(삼성경제연구소)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기관도 있다 . 지난해 안정된 모습을 보였던 물가가 올해에는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연초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공공요금과 생필품 가격 등 은 가뜩이나 꽁꽁 얼어붙어있는 서민들의 체감경기를 더욱 위축 시켜 민간소비 회복에 큰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한국경제에 큰 타격을 줬던 국제유가도 연초부터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새해 들어 형성됐던 경기회복 기대감에 타격을 주고 있다.
LG경제연구원측은 “올해 한국경제의 회복강도가 지난해보다 뚜렷해질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며 “그러나 환율·유가·물가 등 주요 경제변수가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경우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며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 목표 바꿔야” 주장도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제를 근원물가기준에서 소비자물가기준으로 바꾸고 목표범위와 기간도 축소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한국의 물가안정목표제 운용경험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물가안정목표제의 중심지표를 현재의 근원인플레이션 상승률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전환하고 정책시계(視界)를 현재의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적정 물가상승률 수준도 현재 3%에서 2%수준으로 하향조정하고 상하 변동폭은 현재의 0.5%포인트를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
소비자물가지수로 대상을 바꿔야 하는 배경에 대해 전 교수는 "근로자들의 소비 바스켓에 포함되어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총망라한 물가지수를 정책변수로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농산물과 에너지 제품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런 기준을 가장 잘 충족하는 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라고 했다. 그는 "정책당국은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물가지수를 안정시킴으로써 경제 내부에 존재하는 물가상승 압력을 통제하려고 할 수 있다"며 "당초 물가안정목표제가 도입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물가안정목표의 적용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바꿨지만 3년은 너무 길다는 지적이다. 통화정책은 미래의 물가흐름을 반영해야 하는데 먼 미래일수록 예측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정책시차를 고려해도 3년은 너무 길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통화정책의 파급시차가 1년 정도인 점을 감안할 경우 보다 현실적인 중기시계는 1년보다는 길고 현재의 3년보다 짧은 기간 예를 들어 2년 정도가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물가상승률 통제범위는 2.5~3.5%. 2%를 중심에 놓고 상하 0.5%포인트만큼의 허용오차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정도 수준은 미래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너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의 잠재성장률을 4.5~5.5%로 가정하고 장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계산한 결과, ‘과거형’ 모형에서는 2.5~3.5%가 나왔고 ‘미래형’에선 -0.6~1.1%로 훨씬 떨어졌다.
전 교수는 "당연히 미래지향적인 수준을 더 중시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고려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근거로 한 적정 물가상승률 목표는 약 1% 내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급격하게 목표를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잠정적으로 2%내외로 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를 1%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보탰다.
전교수는 이밖에 통화정책이 잘못된 경우 의사결정자가 제재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하며, 콜금리 이외에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를 보조 지표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또 성장 등 다른 정책목표를 고려하기보다는 물가안정목표제의 정착을 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권고했다.

한은총재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2차례의 콜금리 인상은 통화정책에 있어 의미 있는 변화였다며 올해도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면서 물가상승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박 총재는 한은 집행간부와 국실장, 지역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06년 제1차 확대연석회’에서 "2005년은 우리경제와 통화정책에 있어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던 한해"라고 평가했다.
박 총재는 "지난해 우리경제는 성장률 저하와 경제양극화 지속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그간의 침체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회복궤도로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경상수지도 큰 폭의 흑자기조를 지속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특히 "이를 배경으로 한은은 그 어느 때보다 선제성과 적시성을 중시하여 금리정책을 운영했다"며 "지난해 4분기 이후 경제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견됨에 따라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콜금리 목표를 0.25% 포인트씩 인상했다"고 소개했다.
박 총재는 올해도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면서 물가상승압력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우리경제는 수출호조와 내수회복에 힘입어 5% 정도의 성장이 무난할 것"이라며 "내외수간 불균형이 상당부분 완화되고 교역조건이 호전돼 체감경기가 크게 개선되고 경상수지는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비교적 큰 폭의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물가에 대해선 "대체로 안정기조를 유지하겠으나 경기회복과정에서 그간의 비용상승압력이 점차 현재화되면서 하반기 이후 오름세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박 총재는 "올해 통화정책은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운영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 등 자산시장의 불안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도 각별히 유의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박 총재는 "최근의 급격한 원화절상, 고유가 지속 등 리스크요인을 상시적으로 면밀히 점검하고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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