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오바마노믹스’ 韓-美 험난한 무역전쟁 예고
8%에 육박하는 실업률, 4년 내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의 갈등, 그리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수퍼팩(Super PAC)의 막대한 물량 공세도 오바마의 재선 성공을 막지 못했다. AFP통신은 이번 선거에서 경기침체 장기화 및 고실업률에 대한 국민적인 절박함이 오바마에 대한 표심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오바마와 롬니는 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날 오후 8시(미 동부시간)부터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막상막하의 승부를 벌였다. 개표 초반에는 롬니가 조지아, 앨라배마, 오클라호마주 등 남부지역과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승전보를 울리며 리드를 잡았다. 오바마는 그러나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 매사추세츠, 메릴랜드주에서 승리를 거두며 반격에 나섰다.
승부는 이날 오후 11시15분 결정 났다. 오바마가 이번 선거의 주요 경합주였던 오하이오주(선거인단 18명)와 위스콘신주에서 승리하면서 승부를 확정 지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2200만 트위터 팔로어들에게 “이 모든 것은 여러분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담아 당선 소감을 밝혔다. 또 패배한 롬니 후보는 오바마에게 전화를 걸어 재선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사실 선거막판까지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지형이 오바마의 재선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선거 기간 내내 롬니보다 높은 당선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6일 출구 조사에서 미국의 유권자들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대답하면서도 결국 오바마의 손을 들어주었다.
<뉴욕타임스>는 “이제는 거의 누구도 그가 워싱턴 문화를 본격적으로 바꿔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단지 그가 제대로 기능하기만을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며 “지난 4년의 경험으로 오바마가 보다 노련해지고 덜 거창하고 덜 이상적이 됐을 것”이라고 적었다.
오바마는 올해가 끝나기 전에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예산 문제 및 감세안을 놓고 씨름을 해야 할 상황이다. 오바마의 재선을 두고 한 쪽에서는 오바마가 보다 더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미국인들은 여전히 공화당 주도의 하원을 유지시켜 주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앞으로 그의 4년도 결코 순탄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으로 한·미 관계와 대북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통상 분야에서는 수출확대를 위한 무역공세가 거세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한 통상확대는 지속되겠지만 수입규제가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노조 및 제조업체들의 지원에 힘입은 바 컸던 만큼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결국 삼성과 애플 간 특허전쟁, 현대자동차의 연비 문제 등 비관세장벽을 통한 무역전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2기 오바마 정부에서도 FTA 등에 대해서는 우호적·긍정적일 것이지만 보호무역주의가 좀 더 강화되면서 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서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