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의원들 '40대 기수론' 놓고 '갑론을박'
與 전당대회 앞두고 당권경쟁, 찻잔 속 돌풍 조짐도…
2월 18일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 지도부 선거에 40대 재선 의원들이 대거 뛰어들고 있다. 김영춘 임종석 의원에 이어 16일에는 김부겸 의원이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조배숙 의원은 17일에, 이종걸 의원도 조만간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다.‘신(新)40대 기수론’,‘40대 역할론’을 내세운 이들의 당권 도전은 ‘김근태(GT) vs 정동영(DY)’ 2강 구도의 전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지만 한계 역시 드러내고 있다. 바람몰이에도 불구, ‘판’이 사실상 어느 정도 굳어져 있어서다.

전대에서 최종 선출될 최고위원 5명 가운데 차기 대선주자 2명과 여성 1명 몫을 빼면 2명만 남는 데다 대의원의 최대 20% 정도로 추정되는 친노(親盧)계는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와 김혁규 의원 가운데 1명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1명의 최고위원 자리를 두고 4명의 40대 재선 의원들이 겨뤄야 하는 형국이다. 김부겸 임종석 의원의 경우 각각 영·호남에서 지역적 지분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염동연 의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 분위기다. 전대에 가면 현재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불안감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우리가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대의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4명이 한 자리가 아닌 2개 이상의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 김영춘 의원의 얘기다. 임 의원은 “40대 재선 그룹이 전대 분위기를 띄우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 않느냐.”면서 “전대의 판이 반드시 흔들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단 다음달 2일 예정된 예비선거가 이들 당권 도전자간 통합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비선거에서 8명의 남성 후보들 중 2명이 걸러지면 본격적 단일화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서로에게 상처줄 일은 없으니 일단 열심히 뛰고 예비선거가 끝나면 다시 한번 논의해보자고 했다”는 임 의원의 얘기나“강조점이 다를 뿐이지 서로간 근본 차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후보 통합)조율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김영춘 의원의 말은 일맥상통한다. 김부겸 의원은 “우리 스스로가 목소리를 한데 모으는 것이 긴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통합)논의를 재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임 의원이 들고 나온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 김부겸 의원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신40대 기수론’에 대해서도 도전자들 간 견해차가 커 통합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진화 “40대기수론은 김빠진 사이다”
정치권내 40대 의원들이 '40대기수론'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내용도 없는 낡은 깃발’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초심으로 정치혁명을 이루기 위한 결단'이었다는 반박까지. 그 중심에는 최근 신40대 기수론을 내걸고 당권에 도전한 김영춘 의원이 있다. 반면 같은 40대인 한나라당의 고진화 의원과 열리우리당 이철우 전 의원은 이를 반박하면서 재반박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
‘40대 기수론’이란 70년대 DJ가 기존정치 청산을 외치며 자신을 대권후보로 부각시키는 데 사용한 용어. 김영춘 의원은 지난달 중순 배포한 글을 통해 “젊은 정치인들이 답답한 정치에 수동적인 태도로 머물 것이 아니라 떨쳐나서자는 취지로 신 40대기수론을 주창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답답한 정치란 계보 줄서기, 표 얻기만을 위한 지역주의와의 합종연횡, 그리고 기득권 집착 등.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 레이스를 보면 구태가 극복되기는커녕 확대 재연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노대통령 또한 스스로를 '구시대막차'라고 표현했듯이 기수론의 실행은 이에 대한 극복의지까지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진화 의원은 이날 여당의 40대 기수론이 낡은 깃발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지난 대선 때 노 대통령이 제시했던 것과 같은 뚜렷한 비전 따위는 눈 씻고 찾을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지난연말부터 불거지게 된 원인도 향후 지방선거의 위기의식에 기초했다고 했다. 고 의원은 "사이다인 줄 알고 뚜껑을 열었는데 김빠진 설탕물을 먹은 허탈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철우 전 의원도 지난달 10일 작성한 글을 통해 "386 의원들의 야망이 곁들여져 지금 한국정치는 국민들의 희망을 꺽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솔직히 여의도의 386중 누구든 내가 기수요 하거나 내가 차세대요 하면 동세대인들은 그저 허탈하게 웃어줄 뿐"이라며 "40대기수론 40대 역할론 각 계파 모임 등으로 40대를 분열시키고 약화시킬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사분란하게 뭉쳐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40대 기수론은 필요치 않다고 했다. 한편 김영춘 의원과 함께 당권에 도전한 임종석, 김부겸, 김두관, 이종걸 의원도 40대 기수론자로 꼽힌다.

40대 기수들 후원자는?
40대 후보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뒤에서 이들은 돕는 정치적 후원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는 지역과 계파의 친소관계를 중심으로 중진급 의원들이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이번에 출사표를 던진 40대 후보는 임종석 김부겸 김영춘 이종걸 등 현역 재선 의원과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 등 5명이다.
우선 임 의원의 공식 후견인으로는 친노 직계 좌장격인 염동연 의원이 자처했다. 두 사람은 전남 장흥(임 의원)과 보성(염 의원)으로 고향 선후배라는 끈이 있다. 여기에 민주당 합당론자라는 점도 공통분모다. 염 의원은 지난해 4월 전당대회에서 통합론을 주창해 지도부에 입성하기도 했다. 염 의원이 확보하고 있는 광주·전남 대의원들이 자연스럽게 임 의원 지원 세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김부겸 의원은 고향인 대구·경북(TK)쪽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후견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염 의원이 친노 직계의 호남 리더라면 이 전 수석은 TK 지역의 대표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지난해 10·26 재선거에서 당시 대구에서 출마한 이 전 수석을 적극 도운 바 있다.
최근 개각 파동 때 ‘서명파’를 주도한 김영춘 의원은 2003년 한나라당을 함께 탈당한 뒤 우리당 창당에 가담했던 5인방, 이른바 ‘독수리 5형제’의 수장인 이부영 전 의장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장도 개각에서 불거진 당·청 갈등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종걸 의원의 경우 당 안팎에서는 지난해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관계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천정배 법무장관을 우군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김두관 특보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된 유시민 의원이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참여정치연대 소속으로 정치적 노선이 같다.


낡은 깃발인가 새로운 변화인가
“낡은 깃발로는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이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는 ‘40대 기수론’에 직격탄을 날렸다. 직접 언급은 안했지만 열린우리당의 김영춘·김부겸·이종걸·임종석 의원, 한나라당의 원희룡·이성권 의원 등 40대 기수론을 제창한 의원들이 타깃이다.
고 의원은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40대 동료의원들이 도전 정신을 가지고 당대표 등에 나간 것에 박수를 보내지만 기 존 세대와 차별성도 없고 구체적 프로그램도 없다”며 “깃발을 든 것이 잘못이 아니라 시대정신에 대한 합의가 안 된 상태의 낡은 깃발로는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얻어 가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40대 기수론은 민주와 반민주의 이분법적 사고와 민족경제론 등 과거의 저항·도전·비판의 구시대적 가치에 머무르고 있다”며 “40대가 국가경영의 중추 적 역할을 요청받고 있는 만큼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개방적 네트워크를 통해 정책적 노선에 대한 일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앞서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사이다인줄 알고 뚜껑을 열었는데 김 빠진 설탕물을 먹은 허탈한 느낌이다 ”며 여야 ‘40대 기수론’을 비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40대 기수론에 대해서는 “‘풍요속의 빈곤’으로 현상황 위기 타개책으로 40대 기수론이라는 낡은 깃발을 찾아내어 당청관계 재정립이라는 실로 꼬맨 후 다시 흔드는데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고,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상상력의 빈곤’으로 전형적인 줄서기 식 낡은 정치 행태에 40대가 편승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40대 후보바람 '미풍'에 그칠듯
‘신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열린우리당 2·18 전당대회 경선에 뛰어든 40대 후보들이 고민에 빠져있다. 초반이긴 하지만, 과거의 ‘40대 기수론’에 견줘 울림이 크지 않고, 바람도 미약하다는 당 안팎의 지적 때문이다.
‘중도 개혁세력 통합 및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이라는 논쟁적인 구호를 들고 나온 임종석 의원은 초반 이슈 선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를 이어갈 화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임 의원은 19일 “몇 가지 정책적 대안을 놓고 고민 중인데, ‘이거다’ 싶은 게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부겸·이종걸·김영춘·김두관 후보 등 다른 40대 출마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단결의 중심’을 자임하고 나선 김부겸 의원은 “초선과 중진을 잇는 허리가 되겠다”고 자신의 역할을 규정했으나, 논쟁의 중심에서 조금 비켜나 있는 양상이다. 그마나 김영춘 의원이 인터넷을 통해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이철우 전 열린우리당 의원과 ‘40대 기수론’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위기는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낡은 정치 패러다임의 산물”이라며 “그 낡음을 완전히 극복하자는 게 40대 깃발의 의미”라고 ‘신 40대 기수론’을 설명했다. 당·청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당내 깃발의 선봉에 섰던 김 의원은 이제 “모든 (당내) 계파를 해체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40대 후보들이 일으키는 바람이 ‘돌풍’이 아니라 ‘미풍’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들의 ‘신 40대 기수론’은 ‘세대교체’라는 구호를 수반하지 않고 있다. 당 관계자는 “1960∼70년대에 디제이(김대중 전 대통령)와 와이에스(김영삼 전 대통령)가 들어올린 40대 깃발은 독재 치하에서의 새로운 희망이었고, 2000년 8·30 전당대회에 뛰어들었던 정동영·추미애·김민석 3인방은 ‘시대교체’의 상징이었다”며 “지금의 40대 그룹은 지금, 왜 자신들이 나서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던지는 어젠다가 ‘40대’의 신선함과 패기, 역동성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과의 선거연합론’은 다분히 정치공학적 분위기를 풍기며, ‘단결론’은 40대가 아니라 중진의원과 어울리는 구호”라고 지적했다.
이런 평가 탓인지 40대 출마자들은 조심스럽게 ‘후보 단일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종걸 의원은 이날 “김영춘 의원과 후보 단일화 문제를 상의했다”며 “본선까지 각자 뛰다가 막판에 극적인 단일화를 이루자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지만 어긋날 수도 있는 만큼, 40대 후보들이 모여 단일화 원칙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종석 의원도 “막판까지 후보 전원이 뛰고 막판에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에게 집중해 줘야 힘이 모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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