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출입일수 제한하자니 지역경기가 걱정
자살뿐 아니라 도박 빚으로 인한 가정 파탄, 노숙자 증가, 사채 문제도 끊이지 않아
카지노 출입 고객의 자살사건이 잇따르면서 고객 출입일수 제한 규정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강원랜드가 해법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도박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4년 10월부터 카지노 한달 출입 일수를 일반 영업장은 20일, 회원(VIP) 영업장은 15일로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의 경우 1∼20일까지 하루 평균 카지노 입장객은 4,800여명에 달했으나 21∼30일까지는 600여명이 감소한 평균 4,200명이 찾아 경찰은 최소 600명 이상이 도박중독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종교단체 및 전문가들은 “당장 자살충동을 막기 위해서는 도박 중독자로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출입제한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한달 출입일수를 10회 이하로 대폭 줄이고 운영시간도 단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출입일수를 더 이상 줄일 경우 매출이 크게 줄 뿐 아니라 카지노장 출입일수가 많다고 해서 꼭 중독자로만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북이장협의회 등 지역 사회단체도 “출입일수 제한이 너무 강화돼 매월 21∼30일까지는 상경기 침체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며 제한규정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원랜드는 우선 장기출입자를 대상으로 중독자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심리치료 상담확대, 사채업자 단속 등 현실적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강원랜드 설립목적이 폐광지역 경기활성화인 만큼 출입제한 일수 확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우선 장기출입자 등 중독자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도박중독, 잇단 자살 강원랜드 문제많다
2월 26일 호텔 4층에서 몸을 던져 숨졌다. 12월 초에는 20여억원을 탕진한 중소기업 대표가 객실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2000년에 카지노가 개장한 이래 지금까지 발생한 자살 사건이 17건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직접 관련이 드러나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훨씬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건전한 게임문화를 정착시킨다는 허가받은 카지노가 국민을 도박의 세계로 내모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스스로 한탕주의를 향한 욕심을 절제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는 하지만, 이런 유혹을 부추기는 장소를 만든 정부의 원인 제공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곳에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설립이 허용된 것은 폐광지역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에서였다. 그러나 부작용역시 만만치 않았다. 도박 중독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가산을 탕진한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카지노호텔 주변엔 노름자금을 빌려주는 전당포가 늘어서고, 불법 사채업도 성행하고 있다. 애초 의도대로 지역경제를 살렸는지도 회의적이다. 지방 세수를 늘리고 요식 숙박업 등 일부 업종의 매출은 늘었다지만, 탄광 실직자나 지역 서민에게는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5년 전 문을 연 강원랜드가 정선일대 폐광지역의 경제회생에 일부 기여하고 있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도박중독과 재산탕진으로 인한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는 현실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IMF로 주춤하던 입장객이 작년 178만명으로 2001년의 두 배를 기록하는 등 급증세를 보이며 폐해도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원랜드가 몰고 온 부작용은 본인의 비관자살만이 아니다. 도박중독으로 인한 가정 파괴와 기업 도산 등 그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은 결국 일반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계속 방치한다면 국민 중 누군가에게 피해가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강원랜드 문제의 본질은 내국인 입장을 허용했다는 데 있다. 국민들의 항의가 잇달자 대책을 세운다며 한 달에 20일간으로 입장을 제한한 것은 ‘눈감고 아웅’식의 조치에 불과하다. 당국은 국민보호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예 내국인 입장을 금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것이 어렵다면 출입일수라도 대폭 제한하는 것이 옳다. 더 이상 방치한다면 당국은 국민희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원성에 직면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강원랜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농한기 농촌에 도박 열풍
대박의 꿈을 안고 강원랜드를 찾다가 재산을 탕진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알려진 가운데,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와 가까운 경북 북부지역 농민들 사이에 어느 해보다 드센 카지노 바람이 불고 있다.
영양·청송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은 강원랜드와 불과 2시간 이내 거리여서, 카지노 개장 초 이곳을 찾는 주민들이 많아 지역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여론이 일어 한동안 발길이 뜸했다. 그러나 최근 마을 계모임 등을 핑계 삼아 관광버스를 빌려 찾아가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처음 호기심으로 재미삼아 이 곳을 찾았다가 큰 돈을 잃으면서 발길을 끊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카지노 출입은 북부권에서도 봉화·영양·청송·안동 주민들의 출입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지노로 인해 주민피해가 심각했던 봉화군 한 면의 경우 파출소 직원들이 도박증이 심한 주민의 신원을 파악, 이들의 행적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월산, 봉화 노루재·넛재를 사이에 두고 강원도 태백시와 접한 영양·청송군에도 카지노 바람이 심심찮게 불고 있다.
최근 카지노를 다녀왔다는 김모씨(45·영양군)는 하루걸러 200만원씩 열흘간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1천 만 원을 잃은 뒤, 이를 갚으려고 농협에서 또다시 빚을 냈다. 김씨는 "가을걷이를 끝내고 소일거리가 없어 강원랜드를 찾았다가 낭패를 당했다"며 "본전 생각에 카지노 출입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지난 가을까지는 카지노 출입을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만 화제에 올랐으나 최근에는 친목회 등을 빙자해 단체로 다녀올 정도로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
영양군 한 면의 친목회원들은 관광버스를 빌려 단체로 출입한 것으로 소문나 있고, 청송군 일부 여성회원들은 관광을 핑계 삼아 강원랜드를 다녀왔다. 조모씨(44)는 "주민들이 호기심으로 한번 갔다 온 후, 지금은 한달에 몇 차례씩 다녀올 정도로 도박증에 빠진 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모씨(57·청송군)는 지난해 상습적으로 카지노를 출입하다가 가정파탄에 직면한 가족이 이를 보다 못해 카지노 측에 출입금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봉화군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씨(65)는 "토요휴무제 이후 영양·청송·안?등에서 강원도를 찾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토요휴무를 이용해 몇 차례씩 강원랜드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들을 심심찮게 하고 있다. 농촌지역에는 놀이문화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적은 액수의 도박이라도 지역사회에서 단속이 너무 심해 카지노를 찾았다고 한다. 주민들 역시 "지역에서 카드 등 도박행위 단속이 심해 강원랜드 내의 호텔을 이용해 도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북 북부지역의 행정기관들은 농한기 카지노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주민반상회를 통해 카지노 출입 자제를 호소하고 있고, 일부 가정에선 집안에 또다시 카지노 바람이 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치명적 질병, 도박중독
도박중독은 치료하기 아주 어려운 질병 중에 하나이다. 도박은 흥분 추구, 권위 도전, 강박감과 우울감 해소 등의 동기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욕구에 대한 억제 기능이 약해져 의지의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도박중독 환자로 전락하게 된다. 위험에 대한 인간의 행동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위험을 좋아하는 사람, 위험을 싫어하는 사람, 그리고 중립자다. 위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도박을 즐긴다. 그러나 위험을 싫어하는 사람이나 중립자도 시간과 장소, 여건에 따라 위험을 선호하게 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지 도박을 통해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심리는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도박중독자가 많은 나라다. 세계 각국의 도박중독자는 평균 1∼2%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도박중독자는 성인 인구의 9.3%, 약 300만 명이나 된다. 도박중독과 재산탕진으로 인해 강원랜드는 개장 6년 만에 도박으로 돈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7명이나 나왔다.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중독자도 6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렇게 도박중독자가 많은 것은 빠른 산업화 후유증일 것이다. 한탕 주의식 사회 분위기가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박중독은 질병인 만큼 더 확산되기 전에 적극 치료에 나서야 한다. 전문가들은 도박중독자에 대한 가족 또는 법적 압력은 치료 효과가 좋고 충동 억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나 지자체 등은 각종 도박사업으로 도박을 권할 게 아니다. 도박장 출입회수의 엄격한 제한 등 사회적·법적 압력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방치된 도박 중독자, 대책은 뭔가
자살뿐 아니라 도박 빚으로 인한 가정 파탄, 노숙자 증가, 사채 문제도 끊이지 않는다. 정선 경찰서 관계자는 "남편이 도박 중에 빠진 부인을 설득하는 경우는 이곳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라며 "돈을 잃고 거리나 찜질방에서 지내며 도박에 빠진 사람이 700∼1000명 정도로 추산 된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인근에는 전당포가 50곳 이상 성업 중이다. 사채업자 및 이들과 연계된 폭력조직 역시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강원랜드는 도박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카지노 한달 출입 일수를 일반 영업장은 20일,회원(VIP) 영업장은 15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도박 중독자들은 매달 1일부터 20일까지 출근하다시피 카지노를 드나들다 21일부터 월말까지 잠복하는 패턴이 고정화돼 있다. 지난달의 경우 1∼20일까지 하루 평균 입장객은 4800여명. 그러나 21∼30일까지는 600여명이 감소한 평균 4200명이 찾았다. 경찰 등은 이를 근거로 최소 600명 이상이 도박중독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유일한 대책인 입장일수 제한이 무용지물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자로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출입제한 강화, 심리치료 상담확대, 사채업자 단속 등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같은 도박이라도 게임진행이 빠를수록 중독성이 높으며 카지노는 다른 어떤 것보다 중떼봉?매우 강한 도박"이라며 "한달에 4∼5회 정도로 출입 횟수를 대폭 줄이고 현행 평일 20시간(일요일 24시간)의 운영시간도 대폭 단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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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 자가 진단법
1. 일, 공부 대신 도박으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2. 도박 때문에 가정을 불행하게 했다.
3. 도박이 내 평판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4. 도박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다.
5. 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박을 했다.
6. 도박이 능력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됐다.
7. 도박으로 잃은 돈을 도박으로 되찾겠다고 생각했다.
8. 돈을 딴 후에도 더 따야겠다는 충동을 느꼈다.
9. 수증의 돈이 떨어질 때까지 도박을 한다.
10. 도박을 하기 위해 돈을 빌렸다.
11. 돈이 될 만한 물건을 팔아서 도박을 했다.
12. 도박 밑천 생각에 생활비조차 아깝다.
13. 도박으로 가족들과 생활이 소홀해졌다.
14. 계획했던 시간 이상으로 도박을 했다.
15. 걱정거리를 피하기 위해 도박을 했다.
16. 도박 밑천 마련을 위해 나쁜 일을 계획하거나 해본 적이 있다.
17. 도박이 수면을 어렵게 했던 적이 있다.
18. 부부싸움, 의견대립, 실망 등이 도박충동을 일으킨다.
19. 단기간 도박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충동을 느낀다.
20. 도박 문제로 자살, 자해 행위를 생각했다
*20 문항 가운데 7개 이상 해당하면 도박 중독으로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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