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경영 정보 무한대로 노출” 강력 반발

휴대전화 5천 3백만 시대다. 이는 국내 인구보다 많은 숫자다. 그러나 요금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여전히 미궁 속이었다. 기지국과 교환기 등을 설치 관리하는 설비비와 가입자 유치를 위한 판촉비, 전문 인력에 들어가는 인건비, 그리고 일정한 이윤을 더해 결정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항목이 몇 가지나 되고, 각각의 비용은 얼마인지는 지금껏 공개된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법원이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요금을 정하는 근거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휴대전화가 국내에 도입된 지 24년 만에 나온 첫 판결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참여연대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이동통신 요금산정 및 요금인하 논의와 관련한 대부분의 정보에 대해 방통위의 비공개처분이 위법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휴대전화 기본요금 1000원 인하 결정을 발표한 통신요금 TF 구성원과 회의록도 공개하라고 밝혔다.
 

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자료는 △요금 원가 산정을 위해 필요한 사업비용 및 투자보수 산정 자료 △이동통신 3사가 방통위에 제출한 요금산정 근거 자료 △이용 약관의 신고·인가와 관련한 적정성 심의 평가자료 등 청구된 자료 대부분이다. 재판부는 다만 개별유형자산, 취득가액, 감가상각비 등 세부항목은 영업상 비밀에 해당되므로 비공개가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발표한 SK텔레콤의 요금인하 조치를 9월부터 적용한 근거와 관련된 문서 등 존재하지 않는 정보에 대해서는 각하했다.
 

행정법원 관계자는 “인건비, 영업수익 등 영업비밀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지”라며 “공개를 요청한 자료 중 존재하지 않는 자료 이외에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는 것으로 사실상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법원의 결정에 통신업계는 “법원의 이번 결정은 핵심 경영 정보를 무한대로 노출하게 되는 일”이라며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당혹감을 표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판결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한 후에 1주일 이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항소의 뜻을 밝혔다. 휴대전화 시장의 50%를 차지하면서 방통위의 인가를 받아야하는 SK텔레콤 측에서도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요금 원가가 노출된다는 것은 핵심 경영정보의 노출과 동시에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것이다. 투자비, 마케팅비, 네트워크 유지·관리비 같은 정보가 경쟁사에 노출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이통사 마다 갖고 있는 경쟁력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이번 요금 원가 공개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SK텔레콤과 입장을 같이했다. 하지만 아직 이통사들이 함께 집단 대응을 모색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참여연대는 지난해 6월 방통위에 통신요금TF에서 발표한 기본료 1000원 인하 등을 포함한 이동통신요금 인하 방안과 관련된 자료 일체를 정보공개 청구했지만, 대부분의 항목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통보받았다. 이에 같은 해 7월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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